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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바로 선 호국보훈, 하나 된 대한민국

입력
2017.06.04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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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은 과학의 달이요, 5월은 가정의 달이며, 이어지는 6월은 국가를 지키기 위한 헌신과 그 계승을 전 국민이 다짐하는 ‘호국보훈의 달’이다. 20여 년 이상 보훈의 최일선에서 근무해오며 해마다 맞이했던 6월이지만, 여전히 새롭고 특별하게 느껴지는 것은 ‘호국보훈의 달’ 본연의 중요성과 무게감 때문일 것이다. 사실 ‘호국의 의의를 국민에게 알리고 보훈의 가치를 바로 세우는 일’은 개인적 고민을 넘어서 시대적 과제이자 국가의 책무이다. 이에 호국보훈과 밀접히 관련되는 현충일과 우리의 역사인식 그리고 현실 문제에 대한 보훈공직자로서의 생각을 지면을 빌려 제시해 본다.

호국보훈의 달의 초입에서 우리를 맞이하는 것은 바로 현충일이다. 이 날은 1956년 제정된 뒤 1982년부터는 기념일의 하나로 포함되었고, 1996년부터는 주재자가 국무총리에서 대통령으로 바뀌는 등 그 실질적 위상은 지속적으로 개선되어 왔다. 하지만 여전히 현충일은 47개의 기념일 중 하나이고, 관련근거 또한 법률이 아니라 대통령령인 ‘각종 기념일에 관한 규정’이다. 즉 다른 기념일과는 격이 다른 최고의 상징적 국가 제례일인 현충일의 실제 위상을 현재의 법제에서는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비록 존재형식 차원의 문제이지만, 추모의 한 마음으로 하나 되는 명실상부한 국민제전(國民祭典)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현충일의 실제 위상에 걸맞은 법제상 근거의 격상이 필요하다.

2016년 나라사랑 의식지수 조사에 의하면 84%의 국민이 국가유공자를 존경하지만, 우리나라 역사를 자랑스럽게 여긴다는 응답은 60.5%에 불과했다. 국가유공자의 희생과 공헌에 대한 국민의 존경과 감사가 보편화 되고 있지만 역사 자긍심으로는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우리나라 역사는 국난극복사라 할 만큼 어려운 일이 많았고, 근현대사는 더욱 그랬다. 이를 극복하고 오늘의 대한민국을 이룩했고 그 중심에는 국가를 위한 수많은 헌신이 있었다. 국가유공자의 헌신에 진정으로 감사하기 위해서는 이 분들에 의해 꾸려진 우리의 역사를 자랑스럽게 여기는 것이 당연히 전제되어야 한다.

모든 과거를 마냥 긍정하자는 얘기는 아니다. 최근 헌정 초유의 탄핵사건과, 여기서 파생된 국론분열은 극복의 대상인 동시에 영원히 거울 삼아야 할 일이다. 다행히 새 정부 출범 이후 대한민국은 국민화합의 실마리를 찾았다. 앞으로 이를 성숙시켜 나가야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보훈의 가치가 가장 고양되는 호국보훈의 달은 국민화합을 굳건히 할 호기이다. 보훈은 단순한 물질적 보상이 아니라, 희생에 상응하는 예우를 통해 국민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소중한 가치를 정립하는 과정이다. 어려움을 함께 이겨낸 기억, 그 과정의 숭고한 희생, 그 결과인 오늘의 번영은 이를 공유하는 집단에 유대감과 동질성을 부여한다. 따라서 태극기 무궁화 애국가가 그러하듯 보훈 또한 대표적인 국민통합의 상징적 기제인 것이다.

현충일의 위상을 바로잡고, 우리 역사를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하나 된 대한민국을 만들어 가는 것은 그 하나하나만으로도 중요하다. 현충일과 국난극복의 역사를 바로 세우는 것은 곧 국가유공자에 대한 추모와 감사를 표하는 일이다. 이를 통해 고양된 보훈의 가치는 궁극적으로 국민 모두를 하나로 묶을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한다.

최근 극한으로 치달았던 갈등의 진정국면을 마련한 지금, 이 분위기를 지속적으로 이어나가는 것은 필자의 고민인 동시에 국민 모두의 바람이다. 이번 호국보훈의 달을 어떻게 준비하고 얼마나 가치 있게 보내느냐에 따라 보훈이 단결과 화합에 긍정적으로 작용할지 여부가 결정될 것이다. 이번만큼은 국가유공자에 대한 추모와 감사, 그리고 화합과 단결의 구호가 의례적인 수사에 그쳐서는 안 된다. 호국보훈의 달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동참을 호소하는 필자의 간절함이 더해지는 이유이다.

이경근 서울지방보훈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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