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잦은 중국의 외교결례, 한국만 당한 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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잦은 중국의 외교결례, 한국만 당한 것도 아니다

입력
2017.12.14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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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 중국 외교부장. 중국 외교부
왕이 중국 외교부장. 중국 외교부

2016년 7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 공식화를 계기로 냉각된 한중관계를 반영한 듯 중국 외교당국은 한국을 수시로 무시하는 행태를 보여 왔다. 이런 외교결례는 한국만 경험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근대 이전 중화주의 질서 하에서 수시로 ‘대국(大國)’임을 과시해 온 중국 외교의 관행이 최근 국제사회에서 높아진 위상과 함께 부활한 것일 수 있다.

지난해 7월 한반도 사드 배치가 공식화된 직후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때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윤병세 당시 한국 외교장관과 회담에서는 노골적인 유감을 표시한 반면 리용호 북한 외무상과의 회담에서는 한국 취재진의 취재까지 허용한 상태에서 적극적인 친밀감을 드러냈다. 사드 배치에 대한 한국 내 여론 흔들기 차원으로 나온 제스처라는 지적이 나왔다.

중국의 태도는 문재인 대통령 당선 이후 우호적으로 변했지만 중국 측 외교결례에 대한 지적은 여전했다. 지난 5월 19일 이해찬 전 총리가 문 대통령의 특사 자격으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방문했을 때 이 특사의 좌석이 시 주석과 나란히 배치되지 않아 의전상 결례라는 지적이 일었다. 8월 23일 베이징에서 열린 한중수교 25주년 기념행사도 현직 정부 인사가 아닌 천주(陳竺)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부위원장이 주빈을 맡았고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1시간 반만에 끝났다.

사실 중국 외교관들의 ‘과격한’ 행태는 한국만 겪은 것도 아니다. 지난해 6월 캐나다 오타와를 방문한 왕 부장은 스테판 디옹 캐나다 외교장관과 공동 기자회견 도중 한 캐나다 기자가 중국의 인권 상황에 대한 의견을 묻자 “당신의 질문은 중국에 대한 편견과 오만으로 가득 차 있다”라며 “중국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냐, 방문은 해봤냐” 등 거친 답변을 쏟아냈다. 통상 공동 기자회견 질문은 사전에 제출되기 때문에 이는 의도된 무례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또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은 대선 출마 전 출판한 회고록 ‘힘든 선택들’에서 2010년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회의 도중 중국의 공세적인 남중국해 정책이 불안감을 유발한다는 지적에 양제츠 당시 외교부장이 몹시 화를 내며 한 시간 휴회를 요청한 뒤 돌아와 장광설을 늘어놨다고 밝혔다. 회고록에 따르면 연설 도중 한 대목에서 그는 “중국은 대국이고 여기에 있는 어떤 나라보다 크다”라고 말했다.

중국과 잦은 외교 마찰을 빚고 있는 호주의 일간지 시드니모닝헤럴드는 “중국 외교관들의 과격한 태도는 해외에선 무례로 취급되고 있으나 중국 내에서는 결단력 있고 강인한 모습으로 칭찬을 받고 있다”라며 중국의 무례가 상대국을 압박하기 위한 외교술이자 동시에 자국의 위상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논평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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