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찬경 전 회장과 의원 연결後
검찰 "배달사고" 결론냈지만
이미 써 버린 뒤 급전으로 메우고
사용흔적 없는 듯 꾸미기 안간힘
5만원권 현금 뭉치 행방 묻혀
'누군가를 보호하려 했나' 의혹
2012년 미래저축은행 비리 수사 당시 조모(55) 변호사에게 건네진 ‘수사 무마 로비’ 명목의 1억원은 어디에 쓰인 것일까. 조 변호사는 왜 검찰 조사 직전 급전을 빌려 이 돈을 채워 넣었을까. 당시 검찰이 조 변호사의 로비 대상으로 지목됐던 야당 고위 인사 A 의원은 이 돈과 관계 없는 것으로 결론 내렸지만, 최근 조 변호사 주변인이 A 의원 연루 의혹(본보 3일자 1면)을 다시 제기함에 따라 ‘문제의 1억원’의 진짜 행방을 둘러싼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3일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조 변호사의 1ㆍ2심 판결문에 따르면, 2011년 12월 조 변호사는 김찬경 전 미래저축은행 회장과 A 의원의 만남을 주선했다. 김 전 회장이 “미래저축은행 비리에 대한 검찰 수사가 금융감독원 고발 범위 이상으로 확대되지 않도록 해 달라”는 청탁을 하기 위해서였다. A 의원은 이 자리에서 김 전 회장에게 “국회의원 신분이어서 직접 사건을 수임할 순 없으니 조 변호사를 변호인으로 선임해 활용하면 그를 통해 도와주겠다”는 취지로 얘기했다.
얼마 후 조 변호사는 김 전 회장에게 “1억원이 필요하다”고 말해, 5만원권 현금으로 1억원을 건네 받았다. “A 의원과 관련해 필요한 돈으로 생각했다”는 게 김 전 회장의 진술이었다. 이듬해 1월에도 조 변호사는 “검찰 수사라인에 사법연수원 동기들이 있다”고 요구, 김 전 회장으로부터 2,000만원을 추가로 받아냈다. ‘김 전 회장→조 변호사→A 의원ㆍ검찰 관계자’의 로비 구도의 정황이지만, 검찰은 조 변호사가 문제의 돈을 ‘개인적으로 사용했다’며 배달사고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판결문을 보면 돈의 행방과 관련한 의문이 다수 제기된다. 2012년 6월 25일 검찰 조사에서 ‘1억 2,000만원이 어디 있느냐’는 질문에 조 변호사는 “정당한 변호사 수임료였고, 사무실에 그대로 있다”고 답했다. 그리고는 자신의 로펌에 근무하는 직원에게 돈을 가져오도록 한 뒤 검찰에 제출했다. 하지만 돈을 관리해온 직원의 진술은 달랐다. 회계담당 직원 김모씨는 “조 변호사가 8,000만원 가량은 이미 개인적으로 썼고, 검찰의 출석 요구 직전에 내 지인한테서 1억원을 빌려 1억 2,000만원을 채워 넣었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김씨는 “빌려서 채워 넣은 돈은 C 은행 띠지였는데, 조 변호사가 김 전 회장한테 받은 돈이 B 은행 띠지로 묶여 있었다”며 “그래서 C 은행 것을 B 은행 띠지로 다시 묶었다”고도 진술했다. 1심 재판부는 “조 변호사가 굳이 이렇게까지 하며 1억 2,000만원의 사용사실을 수사기관에 숨기려 한 이유를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법조계 일각에선 조 변호사가 ‘누군가’를 보호하기 위해 이 같이 행동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해석이 나온다. ‘개인적으로 사용했다’는 8,000만원의 구체적인 사용처는 현금의 특성상 조 변호사 진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그가 입을 닫으면 더 이상 드러나기 어렵다는 한계도 이를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앞서 조 변호사를 사기혐의로 고소한 부동산개발업체 C사 대표 장모씨는 “조 변호사가 A 의원에게 문제의 1억2,000만원을 전달했다고 했다”고 사정당국 관계자에게 말했다. 이와 관련, 1ㆍ2심 재판부는 “A 의원에 대한 청탁 또는 수사팀 관계자와의 교제 명목의 금품이 맞다”며 조 변호사에게 징역 1년에 추징금 1억 2,000만원을 선고했다. 현재 이 사건은 조 변호사가 상고해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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