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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태섭기자의 교과서밖 과학] 티라노사우루스는 그렇게 포효하지 않았다

입력
2018.06.2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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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개봉한 영화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에서 티라노사우루스가 포효하는 장면. UPI 코리아 제공
지난 6일 개봉한 영화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에서 티라노사우루스가 포효하는 장면. UPI 코리아 제공

티라노사우루스가 포효하는 모습은 극 중 긴장감을 더하기 위해 공룡 영화에서 나오는 단골 장면이다. 거대한 입을 크게 벌린 채 최대 30㎝에 달하는 날카로운 이빨과 공중으로 솟구친 두꺼운 혀를 드러내며 울부짖는 모습은 언제 봐도 공포스럽지만, 어디까지나 영화 속 이야기다. 과거 실재했던 티라노사우루스는 그렇게 포효하지 않았다.

미국 텍사스대ㆍ중국과학원 연구진은 ‘티라노사우루스의 혀가 영화에서처럼 움직이지 않았다’는 내용의 연구결과를 이달 20일 국제학술지 ‘공공과학도서관(PLoS One)’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우선 진화상 공룡과 가까운 타조ㆍ오리 등 조류 13종과 파충류인 악어의 설골(hyoid bone)을 고해상도 사진으로 촬영했다. 그런 다음 티라노사우루스ㆍ익룡 등 중국 북동부에서 나온 다양한 공룡 화석의 설골과 비교했다. 설골은 혀뿌리에 붙어 있는 뼈다.

새와 비슷한 작은 공룡이나 익룡은 새처럼 설골의 형태가 매우 다양했다. 연구진은 “앞발이 날개로 진화하면서 먹이를 먹는데 혀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반면 티라노사우루스를 포함한 대다수 공룡의 설골은 길이가 매우 짧았고 악어와 유사한 형태를 보였다. 설골 길이가 짧은 악어의 혀는 턱에 고정돼 있다. 물이 들어오지 않도록 목구멍을 막고 있어 외부에서 잘 보이지 않는다. 악어와 비슷한 구조의 설골을 가진 상당수 공룡 역시 혀를 치켜들기 어려웠을 거란 얘기다. 연구진은 “입을 크게 벌리고 혀를 내밀며 울부짖는 영화 속 장면은 실재 공룡의 모습과 거리가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일부 공룡이 변온ㆍ항온동물의 중간단계인 중온동물일 거란 연구결과가 속속 발표되면서 공룡의 변온동물설도 흔들리고 있다. 공룡은 악어나 도마뱀처럼 파충류에 속하기 때문에 그간 변온동물일 것으로 여겨졌다. 어류 양서류 파충류는 변온동물, 조류 포유류는 항온동물에 해당한다.

미국 뉴멕시코주립대ㆍ애리조나주립대 연구진은 변온ㆍ항온동물을 가르는 신진대사량이 성장률과 비례한다는 사실에 착안, 공룡 뼈에 나무의 나이테처럼 새겨진 성장선(LAG)을 분석했다. 성장률이 높으면 신진대사가 활발하다는 뜻이다. 이는 공룡을 조류ㆍ포유류와 같은 항온동물로 볼 수 있다는 근거가 된다.

공룡 뼈에 새겨진 성장선으로 추정한 성장률과 현생 변온ㆍ항온동물의 성장률을 비교한 표. 성장률이 높으면 몸에서 에너지를 쓰는 신진대사량도 활발해진다. 사이언스 제공
공룡 뼈에 새겨진 성장선으로 추정한 성장률과 현생 변온ㆍ항온동물의 성장률을 비교한 표. 성장률이 높으면 몸에서 에너지를 쓰는 신진대사량도 활발해진다. 사이언스 제공

연구진은 성장선으로 추정한 티라노사우루스, 테논토사우루스, 아파토사우루스 트루돈 등 공룡 21종의 성장률과 포유류ㆍ조류ㆍ파충류 등 현생 동물 360종의 성장률을 비교했다. 공룡이 현재의 항온ㆍ변온 동물 중 어느 쪽에 더 가까운지 살펴보기 위해서다.

연구결과는 통념과 달랐다. 연구진은 “공룡의 성장률은 현재 존재하는 항온ㆍ변온동물의 중간 정도로 나왔다”며 “체온을 어느 정도 유지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항온동물처럼 체내 온도를 일정하게 조절하진 못했지만, 그렇다고 변온동물처럼 외부환경에 따라 체온이 변하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해당 연구결과는 2014년 6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실렸다.

이융남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티라노사우루스, 벨로시랩터 등이 속한 수각류 육식공룡에서 항온동물인 조류가 나왔기 때문에 변온동물에서 항온동물로 진화하는 중간 단계의 공룡이 있었을 거란 추론이 가능하다”며 “학계에서도 공룡 종류에 따라 체온 유지 방식이 달랐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2015년 10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소개된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연구진의 연구도 이를 뒷받침한다. 이들은 아르헨티나에서 발견된 용각류(목이 긴 초식공룡) 티타노사우루스와 몽골에서 찾은 오비랩터의 공룡알 화석의 특정 동위원소를 분석해 공룡 몸 내부 온도를 추정했다. 오비랩터는 백악기 후기 살았던 잡식성 공룡이다. 두 발로 걸으며 타조와 같은 생김새를 갖고 있다.

그 결과 티타노사우루스의 체온(37.8도)은 현생 포유류 평균 체온과 비슷했다. 반면 오비랩터(32.2도)는 좀 더 낮았다. 그렇지만 두 공룡의 체온 모두 당시 평균 기온(26.1도)보단 높은 것이다. 연구진은 “공룡이 완벽한 항온동물은 아니지만 체온을 어느 정도 유지할 수 있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설명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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