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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열음 피아노 선율이 박현빈 뽕짝에… “새 파격 기대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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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열음 피아노 선율이 박현빈 뽕짝에… “새 파격 기대하세요”

입력
2017.01.01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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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설픈 크로스오버를 지양하는 손열음에게도 꼭 한 번 해보고 싶은 크로스오버 연주가 있단다. “피아노가 연주할 수 있는 워낙 장르가 많잖아요. 이지 리스닝 계열부터 재즈, 클래식까지. 각기 다른 종류의 피아니스트가 모여서 함께 연주하면 재밌는 소리가 나지 않을까요.” 김주성 기자 poem@hankookilbo.com
어설픈 크로스오버를 지양하는 손열음에게도 꼭 한 번 해보고 싶은 크로스오버 연주가 있단다. “피아노가 연주할 수 있는 워낙 장르가 많잖아요. 이지 리스닝 계열부터 재즈, 클래식까지. 각기 다른 종류의 피아니스트가 모여서 함께 연주하면 재밌는 소리가 나지 않을까요.” 김주성 기자 poem@hankookilbo.com

재즈풍 등 도발적 연주로 정평

조용필 노래ㆍ슈베르트 판타지

매회 색다른 프로그램 연주

피아니스트 손열음 앞에는 ‘파격’ ‘도발’ 같은 수식어가 곧잘 붙는다. 2011년 준우승을 차지한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작곡가인 카푸스틴의 재즈풍 음악을 연주하는 “미친 도발”을 선보일 때부터 그랬다. 2015년에는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원전대로 연주하고 싶다는 이유로 하프시코드 연주에 도전했고 지난해에는 문화기획자 이윤선씨와 손을 잡고 1인 기획사 ‘예스엠아트’를 차렸다. 올해는 한층 더 파격적이다. 롯데콘서트홀과 함께 기획공연 ‘손열음의 음악편지’를 4번 마련했다. 재작년에 내놓은 책 ‘하노버에서 온 편지’를 테마로 한 이 연주회에는 트로트가수 박현빈과 콜레보레이션 공연까지 포함되어 있다.

지난달 29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 편집국에서 만난 손열음은 “책을 썼더니 그 책에 나오는 연주자들의 음악을 들어보고 싶다는 독자들이 많았다. 그런 분들한테 좋은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준비했다”고 말했다.

“롯데홀에서 책을 테마로 공연하자는 제안받고 책으로는 처음 읽었봤어요. 탈고를 너무 많이 하는 바람에 질려서 정작 단행본 나왔을 때는 못 읽었거든요. 한데 책에 나오는 작곡가, 작품, 연주자 중 무대에서 연주할 수 있는 걸 추리니까 생각보다 많지 않은 거에요! 제약은 많지만 테마는 확실한 연주회가 됐죠.”

6월 트로트가수 박현빈과 합동 공연 하는 파이니스트 손열음. 김주성 기자 poem@hankookilbo.com
6월 트로트가수 박현빈과 합동 공연 하는 파이니스트 손열음. 김주성 기자 poem@hankookilbo.com

“손녀 연주회서 덤덤했던 할머니

트로트에 홀리신 모습에 충격

클래식 공연, 더 자유로웠으면”

이 공연에서 손열음은 책 속에 등장하는 여러 주인공과 매번 새로운 프로그램을 연주한다. 이를테면 그가 태어나고 자란 고향 원주를 대표하는 원주시립교향악단과 함께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을 연주하고(4월 22일 공연 ‘내 이야기 같은 음악’), 가장 큰 영감을 준 클래스메이트 왕 샤오한과 슈베르트 판타지 f단조를 연주하는 식이다(9월 9일 공연 ‘내 인생의 영감’).

눈길을 끄는 건 단연 트로트 가수 박현빈과 합동 공연을 선보이는 6월 10일 ‘마이 플레이리스트’다. 이 공연에서 손열음은 조용필의 ‘그 겨울의 찻집’ 등 박현빈이 부르는 트로트 노래에서 피아노 반주를 맡는다. 다만 “불후의 명곡처럼 편곡과 연출력이 필요한 공연”은 아니란다. “크로스오버가 엄청난 퀄리티가 난다는 보장은 없어” 이날 공연 2부는 안전하게, 스베틀린 루세브 전 서울시향 악장과 모차르트, 프로코피예프 바이올린 소나타를 선보인다.

“롯데홀에서 장르 간 콜레보레이션을 선보였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는데, 책에 클래식 외에 다른 음악 장르에 대해서 딱히 쓴 게 없어요(웃음). 트로트에 대해 길게 할애한 부분이 있어 자연스럽게 이 장르로 콜레보가 맞춰졌죠.”

손열음이 트로트에 애정을 갖게 된 계기는 친할머니의 의외의 모습을 발견하면서부터.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날 것 같은 등등한 기상이 늘 좌중을 압도하던”, “세상에서 제일 귀하게 여기던 손녀 연주회에서조차 아무 재미를 못 느끼셨던” 할머니가 골방에서 트랜지스터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뽕짝’에 “홀려 계셨던” 장면은 “살면서 몇 안 되는 충격적인 장면”의 하나였단다. “순수예술, 대중예술을 구분하는 이분법이 맞지 않다고 보지만, 현존하는 대중을 위한 노래가 있잖아요. 대중이 좋아하는 음악은, 니즈를 충족시키는 좋은 음악일 수 있지 않나요. 한국가곡과 비교할 때, 가곡을 비하하려는 건 아니지만 가곡 흥얼거리는 한국인이 몇 명이나 되겠어요. 필요할 때 찾는 음악이 트로트라면 기능적으로 가치가 있는 거지요. 존중 받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매년 파격행보로 주목받은 피아니스트 손열음이 올해는 책 '하노버에서 온 편지'를 주제로 4번의 테마 콘서트를 연다. 김주성 기자 poem@hankookilbo.com
매년 파격행보로 주목받은 피아니스트 손열음이 올해는 책 '하노버에서 온 편지'를 주제로 4번의 테마 콘서트를 연다. 김주성 기자 poem@hankookilbo.com

보수적인 클래식계에서 이런 파격행보가 걸림돌로 작용하진 않을까. “콘텐츠(연주곡)만 변하지 않으면 제가 공연장에서 말을 하든 춤을 추든 상관없다고 생각한다”는 답이 돌아온다. 실제로 이 공연에서 손열음은 마이크를 아주 많이 잡을 계획이란다. “모차르트 시대 기록을 보면 모차르트가 어려운 패시지 연주하면 사람들이 ‘와아’하면서 박수치고 했거든요. 가수들이 호흡 길게 고음 내면 팬들이 박수 치듯이. 클래식 공연에도 뭔가 자유스러움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이 공연에서는요, 악장과 악장 사이 박수 쳐도 됩니다.”

이윤주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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