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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 넘은 사랑의 스노보드… “그대가 나의 금메달”

입력
2018.03.13 04:4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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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잉꼬부부 박항승·권주리

남편 밝은 성격·내면에 끌려 결혼

스키장 데이트하다 국가대표까지

아내 “항상 너에게 승리를 주리”

자신들 이름 넣어 응원 플래카드

16일에 뱅크드슬라롬 메달 도전

스노보드 국가대표 박항승(왼쪽)과 그의 아내 권주리씨가 12일 강원 정선 알파인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패럴림픽 스노보드 크로스 남자 상지장애 부문 경기를 마친 뒤 직접 제작한 현수막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정선=김지섭 기자
스노보드 국가대표 박항승(왼쪽)과 그의 아내 권주리씨가 12일 강원 정선 알파인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패럴림픽 스노보드 크로스 남자 상지장애 부문 경기를 마친 뒤 직접 제작한 현수막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정선=김지섭 기자

‘항상 너에게 승리를 주리.’

단순한 응원 문구 같지만 2018 평창동계패럴림픽에 참가한 스노보드 국가대표 박항승(31)과 그의 아내 권주리(31)씨에겐 특별하다. 권주리씨가 ‘항승’ 이름으로 2행시를 지었고, 그 안에 자신의 이름 ‘주리’를 넣어 빨간색으로 강조했다.

이들 부부가 12일 평창패럴림픽 스노보드 크로스 남자 상지장애 부문이 열리는 강원 정선알파인경기장을 ‘핑크빛’으로 물들였다. 박항승이 비록 1차 시기에서 실격, 2차 시기에서 1분50초74로 22명 중 최하위에 그쳤지만 권주리씨는 “잘했어, 잘했어”라며 남편을 다독였다. 박항승은 “스노보드를 타는 것이 쉽지 않았는데 아내의 지원 덕분에 여기까지 왔다”면서 “모든 공을 아내에게 돌리고 싶다”고 말했다. 박항승은 이날 새벽 한 시까지 아내가 직접 만든 응원 플래카드 덕분에 경기의 아쉬움을 털어낼 수 있었다.

둘은 스노보드를 매개로 사랑을 꽃피웠다. 2011년 소개팅에서 처음 만났고, 2년간 친구로 지내다가 연인으로 발전했다. 박항승이 4세 때 교통사고로 오른 팔과 오른 다리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어도 권주리씨는 개의치 않았다. 그의 밝고 유쾌한 성격과 상대를 존중하는 내면에 끌렸다.

스노보드 국가대표 박항승(왼쪽)과 그의 아내 권주리씨가 12일 강원 정선 알파인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패럴림픽 스노보드 크로스 남자 상지장애 부문 경기를 마친 뒤 인사를 나누고 있다. 정선=김지섭 기자
스노보드 국가대표 박항승(왼쪽)과 그의 아내 권주리씨가 12일 강원 정선 알파인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패럴림픽 스노보드 크로스 남자 상지장애 부문 경기를 마친 뒤 인사를 나누고 있다. 정선=김지섭 기자

여느 커플처럼 알콩달콩 사랑을 키운 이들의 데이트 장소는 스키장이었다. 스노보드를 즐겼던 권주리씨를 따라 박항승도 보드화를 신었다. 처음 느껴보는 시원한 공기와 자유로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 자체가 좋아 주말마다 스키장 데이트를 즐겼다. 이들이 2015년 웨딩사진을 찍은 곳도, 결혼식을 올린 곳도 스키장이었다.

박항승은 점점 꿈을 키웠다. 사랑하는 아내에게 자랑스러운 남편이 되고자 2018 평창패럴림픽 국가대표에 도전했다. 특수학교 기간제 교사 일을 그만두고 하루에 8~9시간씩 강훈련을 소화했다. 그 결과 2016년 태극마크를 달았다.

박항승은 머리를 길러 패럴림픽 직전 태극마크를 상징하는 빨간색과 파란색으로 염색했다. 권주리씨는 “머리를 보고 놀리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잘 어울렸다”며 “딱히 놀릴 수 있는 부분이 없어 아쉬웠다”고 웃었다.

아내 권주리씨가 제작한 응원 현수막. 정선=김지섭 기자
아내 권주리씨가 제작한 응원 현수막. 정선=김지섭 기자

부부는 대회 준비 때문에 자주 보지 못했지만 여전히 깨가 쏟아졌다. 남편이 메달을 못 딴 것을 두고 권주리씨는 “내가 이미 항승씨의 금메달”이라고 당당히 말했다. 쑥스러운 남편이 말을 돌리려 하자 권씨는 “손 잡아라”면서 은근히 압력을 넣었고, 결국 박항승은 “아내와 함께 하는 것 자체가 금메달이다. 더 큰 메달은 없다”고 아내가 ‘강요’한 자신의 진심을 털어놓아야 했다.

박항승이 예선 경주를 마친 후 아내 손을 꼭 잡고 있다. 정선=연합뉴스
박항승이 예선 경주를 마친 후 아내 손을 꼭 잡고 있다. 정선=연합뉴스

박항승의 패럴림픽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16일 주종목인 뱅크드슬라롬에서 메달 획득을 노린다. 박항승은 “그날 경기는 제일 자신 있는 종목”이라며 의욕을 보였고, 아내도 남편을 믿는다며 엄지손가락을 세웠다. 부부는 16일 경기에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며 잠깐의 이별을 아쉬워했다.

정선=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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