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이 우비를 입는 경우는 그동안 딱 하나였다. 등산이나 야구 관람 중 소나기가 쏟아질 때. 옷이라기보다는 비닐봉지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적합한 일회용품이라 레인코트라고 부르면 민망한 의복.
어린아이들이나 입는 옷으로 치부되던 레인코트가 성인들의 ‘우심’(雨心)’을 사로잡고 있다. 최근 몇 년 새 장마철이면 하나 둘 거리에 출몰하기 시작하던 레인코트가 올 여름 멋 좀 아는 사람들의 필수 아이템으로 부상할 태세다. 지오다노, 톱텐, 캐스캐드슨 등 캐주얼 의류뿐 아니라 빈폴 아웃도어, 에이글, 컬럼비아 등 아웃도어 브랜드에서도 잇따라 새로운 디자인의 레인코트를 출시하고 있다. 최근에는 세련되고 모던한 디자인으로 무장한 북유럽 감성의 레인코트도 등장했다. 비가 쏟아질 때도 스타일만은 포기하고 싶지 않은 멋쟁이들의 실용주의 노선이 불러일으킨 현상이다.
요사이 인기를 끄는 레인코트는 트렌치코트처럼 레인코트에서 변형된 일상복이 아니라 비가 올 때 일상복 위에 가볍게 걸치는 재질의, 이름 그대로의 우비다. 길이도 디자인도 색상도 다양해 선택의 폭이 매우 넓어졌다. 실용성이 강화돼 비가 안 올 때는 바람막이 점퍼로 활용 가능하도록 만들어진 것도 많다. 상단과 하단을 분리할 수 있도록 디자인돼 비가 안 올 때는 상단부를 바람막이 점퍼처럼 입을 수 있게 한 빈폴아웃도어의 레인코트가 대표적. 최근에는 엉덩이를 덮는 길이의 반코트형뿐 아니라 트렌치코트 스타일로도 출시돼 다양한 개성을 뽐낼 수 있다.
원색과 도트 무늬가 많은 레인코트의 다소 일률적인 디자인에 식상했다면, 북유럽 스타일에 주목할 만하다. 패션업계에까지 그 열풍이 몰아친 북유럽 스타일은 덴마크 브랜드 레인스(Rains)를 국내 상륙시켰다. 얇고 가벼운 방수 소재로 일상에서도 활용 가능하도록 트렌디하게 디자인된 레인코트로, 색상이 카키, 브라운, 베이지 등으로 차분하면서도 세련됐다. 북유럽 특유의 미니멀리즘 디자인 감성이 다소 가벼운 느낌의 레인코트에 포멀한 격식을 부여한다.
빈폴아웃도어의 기윤형 디자인실장은 "레인코트는 출근용 비즈니스 캐주얼과 함께 코디해도 잘 어울려 젊은 대학생뿐 아니라 직장인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다”며 “변덕스러운 장마 날씨에 대비해 작게 접어 가방 속에 넣어 항상 휴대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박선영기자aurevoi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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