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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공무원의 평가담합을 깨야 한다

입력
2016.01.27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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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열심히 해도 승진은 상사의 고향 후배가 된다면 그 조직의 구성원은 일할 맛이 안 날 것이다. 보상이 있어야 창의와 노력이 생겨난다. 좀 거창하게 말하면 우리의 미래는 공정한 평가와 보상에 달려 있다. 우리 정부의 평가시스템은 어떠한가.

사실 몇 년 일하다 보면 업무 역량은 다 드러난다. 이러한 일반 평을 공식평가에 반영하면 되는데 여기엔 장애가 있다. 바로 직원간 평가담합이다. 정부에선 연공서열이 높아 승진이 가까울수록 고평가를 주는 것이 관례이다. 하위직과 지방일수록 더하다. 젊어서 좀 손해지만 나이 들며 평가가 좋아지니 마음이 편하다. 전 직원이 비슷한 속도로 같이 승진하며 퇴직까지 갈 수 있다. 일을 아주 열심히 할 필요도 없다.

평가담합은 국ㆍ과장의 묵인으로 유지된다. 그들도 과거 담합에 참여했었기 때문이다. 직원에게 아주 낮은 평가를 주기는 어차피 어렵다. 국ㆍ과장 2명만 평가하므로 익명성이 없어 아주 나쁜 평가를 주면 특히 과장은 직원과의 관계가 껄끄러워진다. 자연히 과장은 직원간 차등을 최소화 하려 한다.

인사혁신처도 이러한 문제점을 인지하고 “기존의 온정주의적 평가, 연공서열 중심의 평가를 타파”하기 위해 기관 차원에서 순위를 조정하지 않고 실ㆍ국의 평가를 그대로 수용한다고 한다. 또한 연공서열의 평가반영 비율도 현행 최대 30%에서 20%로 낮추었다. 성과연봉제도 5급까지 확대하고 차등도 확대한다. 저평가자에 대한 직위해제, 호봉승급 제한도 시행된다. 이러한 인사혁신처의 노력에 큰 박수를 보내며 향후의 발전방향을 제안하고자 한다.

인사혁신처의 개선방안은 평가담합을 완화할 수는 있으나 근절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한다. 먼저 기관 전체 차원의 조정이 없어져도 실ㆍ국에서 평가할 때 연공서열이 반영될 수 있다. 성과급을 차등하면 고성과자들이 담합을 이탈할 마음이 생기는 건 사실이나 이들은 다수가 아니다. ‘너만 잘났느냐’는 질시를 받으며 30년을 버티기는 힘들다. 심지어 성과급을 반납하여 서로 균등 배분하는 지자체가 전국 243개 지자체 중 146개라는 보도도 있다. 저평가자 대상 벌칙강화도 필요하긴 하나 이들을 제외한 담합은 견고하게 유지될 것이다.

승진이나 성과급은 서로 순번대로 하거나 나누어 갖기 쉬우므로 담합을 깨는 데에는 역부족이다. 평가담합을 깰 비책은 보직이다. 특정 보직은 이번에 가지 못하면 다음에 기회를 잡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어떤 보직은 다음 좋은 보직을 위한 사전 단계이다. 따라서 고평가자가 좋은 보직으로 간다면 좋은 평가 예상자들은 평가담합을 거부하게 된다. 그러나 보직을 위에서 나누어 주는 방식으론 여전히 담합이 생길 수 있다. 고평가자가 보직을 직접 고를 수 있어야 한다. 부산시는 이를 현실에 적용하여 평가가 좋은 상위 30%의 직원은 자신이 원하는 보직을 선택할 수 있게 했다.

나아가 부산시는 평가자의 익명성 보장을 위해 한 직원 평가에 직속 국ㆍ과장은 물론, 다른 과장, 동료 및 하급 직원까지 각기 다른 가중치로 평균 15명이 참여토록 했다. 이러한 다면평가는 인기투표라는 선입견이 있는데 평가자의 편견을 조정하는 절차를 포함시킬 경우 그런 우려는 전혀 없다. 15명 속에서 익명성을 보장 받은 평가자는 안심하고 진실을 평가에 반영시킬 수 있게 된다.

아울러 팀은 성과로 평가하는 것이 맞으나 개인평가에선 역량을 더 중시할 필요가 있다. 현재 4급 이상은 목표관리제(MBO)를 적용하는데 그 실효성은 의문이다. 성과가 나타나기엔 재임기간이 짧고 공직의 특성상 성과측정도 어렵기 때문이다. 또 성과는 외부요인이나 조직 전체의 공동노력에 의존하는 경우도 많다.

부산시는 다면평가로 평가자의 익명성을 보장하고, 보직선택제로 평가담합을 깨려 하고 있다. 이를 중앙정부에도 도입해 보자. 이러한 인사개혁은 국ㆍ과장의 인사권을 약화시키므로 그 성공을 위해서는 위로부터의 결단이 전제가 될 것이다.

박진 KDI국제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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