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질 일 많으나 여력은 부족
도움 청할 사람 평균 3.9명 세대 최저
무연고 사망서 비중 큰 폭 증가
한국의 40대는 외롭다. 곤경에 처했을 때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사람이 평균 3.9명으로 나왔다. 세대별로 따져 가장 적다. 브라질은 30대, 덴마크는 60대, 일본은 20대가 도움을 줄 수 있는 지인 숫자가 가장 낮았던 것과 대비된다. 물론 일본, 덴마크, 브라질의 40대 역시 각 나라 세대 중에서 하위권으로 처져있다.
경제, 사회활동이 가장 왕성한 세대인 반면에 사회적 지원이 의외로 부족하다. 40대는 왜 도움을 청할 이가 적은 것일까.
“초등학교 고학년 아이 둘 뒤치다꺼리하기도 빠듯한데, 부모님 용돈도 드려야 하고 돈 들어 갈 일이 많다. 경제적으로 안정될 줄 알았는데 사정이 그렇지 않다.” 대기업 부장인 성모(47)씨의 말이다.
인생 곡선에서 허리에 위치한 40대. 책임질 일은 많으나 여력은 없는 분투하는 세대다. 서은국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한국의 40대는 가장 경제 활동이 활발한 세대이나 도움을 받기 보다는 주는 역할을 할 나이에서 오는 부담감이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주변 사람들이 한마디로 기댈 언덕으로 여기는 세대가 40대라는 것이다. 성장기 IMF 외환위기와 청년기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아 경제적 굴곡을 겪은 것도 사회적 지원부족 인식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40대 처지는 안정적이지 못하다. ‘사오정(45세 정년)’이라는 말처럼 정년을 다 채우지 못하고 언제 직장에서 쫓겨날지 전전긍긍해야 한다. 2015 국세통계연보에서도 2014년 창업자 112만6,000명 중 3분의 1(32%)이 40대로, 30대(25.3%), 50대(24.2%)를 훨씬 앞질렀다. 고용 불안정이 심하다는 얘기다.
삶의 여유가 없다 보니 공식적인 관계에만 매몰돼 정서적 지지를 얻을 수 있는 모임 활동에는 소극적이다. 햄버거 체인, 치킨집 등 음식장사를 해온 자영업자 서모(41)씨는 “불확실한 생활 탓에 아직 아이도 갖지 못하고 있다”며 “먹고 살기 바쁘다 보니 친구들이랑 술 한잔 하기도 어렵다”고 토로했다.
‘2014 무연고자 사망자 현황’ 에 따르면 40대 이하가 전년 대비 59.82%(117명→187명)나 늘어 가장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무연고 사망자 수가 비약적으로 늘었다는 것은 40대의 고립도가 그만큼 심각해졌다는 뜻이다.
채지은기자 cj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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