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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은행 ‘1000만원 이하ㆍ고령 장기연체자’ 빚 탕감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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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은행 ‘1000만원 이하ㆍ고령 장기연체자’ 빚 탕감 추진

입력
2017.07.13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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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 정책에 호응해 TF 구성

은행마다 제각각인 기준 손질

연체 5년 지나면 탕감 자격 부여

도덕적 해이 등 부작용 우려

상환자와 형평성 논란도 일듯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시중은행들이 5년 넘게 대출금을 갚지 못한 장기 연체자 가운데 경제 사정이 어려운 사람을 추려 빚을 탕감해주는 방안을 오는 9월 발표한다. 장기 연체자의 빚 탕감 공약을 내건 문재인 정부 정책에 호응해 은행권 공통의 빚 탕감 기준을 새로 만들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자칫 ‘빚을 안 갚아도 된다’는 도덕적 해이를 확산시킬까 역효과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12일 전국은행연합회와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최근 은행연합회 중심으로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세부적인 빚 탕감 기준 마련 작업에 본격 돌입했다. 은행연합회는 8월까지 작업을 마무리하고 9월쯤 최종 가이드라인을 내놓을 예정이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새 정부가 장기 연체자의 빚 부담 완화에 적극적인 만큼 은행권도 이에 동참하기로 했다”며 “정부의 정책 취지에 맞게 은행마다 제각각인 기준을 손질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지금도 은행들은 자체 내규로 빚 탕감 규정(대출채권 소멸시효 완성)을 두고 있지만 기준이 애매해 사실상 빚을 받아낼 가능성이 희박한 데도 길게는 15년씩 대출채권을 보유하고 있다. 통상 연체 후 1년만 지나도 은행 스스로 받기 어려운 돈으로 분류해 충당금을 쌓고, 5년이 지나면 대출채권의 소멸시효가 완성된 걸로 본다. 하지만 혹시라도 빚을 탕감해줬다가 추후 배임 행위로 징계를 받을 수 있다는 우려 등으로 은행들은 법원 소송 등 방법으로 소멸시효를 관행적으로 더 연장하고 있다.

지난해 시중은행들이 최초 소멸시효(5년)가 지나기 전 법원에 지급명령을 신청해 시효를 다시 5년 연장한 연체채권 규모는 9,469억원(채무자 수 약 3만9,000명)에 달했다. 은행이 5년마다 2번 더 시효를 연장하면 최장 15년까지 빚을 독촉할 수 있는 셈이다. 반면 은행이 빚을 못 받을 걸로 판단해 탕감(소멸시효 연장 포기)해 준 규모는 지난해 1,891억원에 그쳤다. A은행 관계자는 “현재 규정엔 은행 실익을 따져 빚 탕감 여부를 결정하도록 돼 있는데 이 기준이 애매하다 보니 담당자로선 일단 시효 연장 신청을 한다”며 “연체기간이 10년을 넘어야 일단 빚 탕감 후보가 될 수 있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은행들은 일단 모호한 지금의 빚 탕감 기준을 구체화해 연체 5년이 지나면 곧바로 빚 탕감이 가능하도록 근거를 마련할 예정이다. 빚 탕감 후보로 우선 고려될 대상은 대출원금이 1,000만원 이하인 소액대출, 70세 이상의 고령자가 유력하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런 식으로 큰 틀이 정해지면 앞으로 은행들이 연체 후 5~10년 사이의 연체자도 자체 평가를 거쳐 지금보다 조기에 빚을 탕감해주는 게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경제적 약자의 재기를 돕는다는 취지는 좋지만, 부작용도 만만찮을 거란 우려도 적지 않다. ‘빌린 돈은 반드시 갚는다’는 금융거래의 근간을 흔들 뿐 아니라, 어렵게 돈을 갚고 있는 상환자와의 형평성 논란도 일 수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시혜성 빚 탕감 공약이 반복되면서 자칫 ‘버티면 다음 대선 때 또 탕감해 줄 것’이란 그릇된 기대를 심을 수도 있다. 한 경제연구소 관계자는 “무리하게 빚 탕감 기준을 낮출 게 아니라 은행이 이자상환 기한을 연장시켜주는 등의 방식으로 빚 상환을 유도하는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위원회는 은행권의 빚 탕감 가이드라인과 별개로 내달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걸었던 장기 연체자 빚 탕감 공약 실현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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