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 이상 13.2% “매우 자주 우울” 스위스의 3배… 평균 크게 웃돌아
건강 수명은 선진국보다 높지만 주관적 행복지수 크게 낮아
중고생ㆍ여성들 상대적으로 취약
전문가 “약한 사회 통합이 원인”
한국인은 주요 선진국 국가 국민에 비해 일상생활에서 우울함을 더 자주 느끼는 반면 자신감은 훨씬 더 약한 것으로 조사됐다. 신체적 건강이나 경제력 등 눈에 보이는 측면에서 선진국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지만, 유독 정신적 측면에서 훨씬 건강하지 못한 결과를 보였다.
10일 통계청 통계개발원이 낸 ‘한국의 사회동향 2015’에 따르면, 한국사람이 우울함을 느끼거나 자신감을 잃었다고 생각하는 비율은 주요 국가에 비해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2011년 국제사회조사프로그램(ISSP) 조사에서 18세 이상 한국인의 13.2%가 지난 한 달 안에 “매우 자주 또는 자주 우울함을 느꼈다”고 답한 반면, 스위스 사람 중에 이렇게 답한 사람은 한국인의 3분의 1 수준인 4.0%에 불과했다. 한국인의 우울함 정도는 네덜란드(6.9%) 덴마크(7.8%) 미국(9.0%) 일본(9.3%)보다 심했고, 조사 대상 29개국 평균(10.7%)을 크게 웃돌았다.
자신감을 잃은 적이 있냐는 질문에, 한국인의 11.1%가 “매우 자주 또는 자주 그랬다”고 답했는데, 이 역시 스위스(1.7%) 미국(4.8%) 독일(5.4%) 네덜란드(5.9%) 등에 비해 훨씬 잦은 빈도였다. 29개국 평균인 7.3%보다 높았으며, 주요 국가들 중에서는 일본(12.0%) 정도만 한국보다 심각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주요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소득수준이나 육체적 건강(건강 수명) 등에서 한국이 특별히 저조한 수치를 보이지는 않았다. 2010~2012년 유엔 세계 행복보고서에 나타난 행복지수를 비교해 보면 한국의 1인당 소득 지수는 1.24로, 종합 1위를 차지한 스위스(1.40)나 종합 3위 덴마크(1.33) 등 최상위권 국가와 큰 차이는 없었다. 또한 한국의 건강 수명 지수는 0.97로 스위스(0.94) 덴마크(0.87) 노르웨이(0.89) 네덜란드(0.89) 등 상위권 국가보다 오히려 높았다. 그러나 한국은 생애선택 자유(스위스 0.67, 한국0.33), 부패 인식(스위스 0.42, 한국0.08) 등 주관적 행복 지수에서 점수를 크게 까먹으며 종합 순위 47위에 머물렀다.
비교연구를 담당한 조병희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한국인이 불행하고 우울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경제수준이 낮거나 건강하지 않아서가 아니다”며 “사회적 통합이 약하고, 개인 역량이 사회적 관계에 의해 개선되는 정도가 미흡하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즉 낮은 사회적 유대감과 개인을 고려치 않는 사회생활이 정신 건강을 해치는 요소로 작용한다는 얘기다.
한편 연령별로 비교해 볼 때 여성과 중ㆍ고등학생의 정신건강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의 스트레스 인지율(일생생활에서 스트레스를 ‘대단히 많이’ 또는 ‘많이’ 느끼는 비율)을 보면 고등학생이 47.6%로 가장 높았고, 중학생(39.6&)과 19~29세(30.5%)가 뒤를 이었다. 남성의 경우도 고등학생(33.7%)과 중학생(29.9%)의 스트레스 인지율이 가장 높았다. 우울감을 경험한 비율 역시 고등학생(여고생 33.1%, 남고생 24.9%)이 가장 높았다. 거의 모든 연령대에서 여성의 스트레스ㆍ우울감이 남성보다 더 심했으나, 30대와 40대에서만은 남성의 스트레스ㆍ우울감이 더 심했다.
세종=이영창기자 anti092@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