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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세일즈 외교 트럼프에 3800억달러 ‘투자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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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세일즈 외교 트럼프에 3800억달러 ‘투자 선물’

입력
2017.05.21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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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유럽 해외 첫 순방길

“수만개 일자리 만들었다” 과시

중동 맹주 이란 견제 노리고

‘러시아 스캔들’ 반전도 시도

FBI, 백악관 관료 본격 수사

미국내 국면 전환엔 역부족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이 20일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서 살만 빈압둘아지즈 알사우드(오른쪽) 사우디 국왕을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리야드=EPA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이 20일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서 살만 빈압둘아지즈 알사우드(오른쪽) 사우디 국왕을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리야드=EPA 연합뉴스

제임스 코미 미국 연방수사국(FBI) 국장을 해임한 사건으로 궁지에 몰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첫 해외 순방길에 올라 대규모 무기 계약을 체결하는 등 국내 문제 돌파구를 국외에서 적극 모색하고 나섰다. 하지만 ‘러시아 스캔들’ 수사를 막기 위해 코미 국장을 몰아낸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러시아 스캔들 수사도 속도를 내면서 국면을 전환하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20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첫 순방지인 사우디아라비아에 도착, 당장 이행될 1,100억달러(약 124조원)규모의 무기 수출 계약을 포함해 향후 10년에 걸쳐 3,800억달러(약 427조원)에 이르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도 제너럴일렉트릭(GE), 핼리버튼 등 11개 미국회사와 500억달러에 이르는 투자양해각서에 서명했고, 사우디 국부펀드인 공공투자펀드(PIF)도 미국 최대 사모펀드인 블랙스톤과 400억달러 규모의 미국 인프라 투자 펀드 조성에 합의했다.

계약 성사 건을 발표하며 미국 경제에 이익이라는 점을 누차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 대단한 날이다. 엄청난 투자가 이뤄졌다”며 자화자찬했고, 백악관의 한 관료는 “미국 방위 산업에서 수 만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보탬이 될 것”이라고 가했다. 대규모 무기 수출을 통한 미국의 사우디에 대한 접근은 사우디와 중동 맹주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이란에 대한 견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밖에도 총 9일 간의 중동ㆍ유럽 순방을 통해 성과를 내며 위기 탈출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에 이어 22일에는 이스라엘 텔아비브로 날아가고, 23일에는 베들레헴을 방문해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을 만날 계획이다. 이 곳에서는 이-팔 평화협상 복원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24일에는 이탈리아로 넘어가 바티칸을 방문, 프란치스코 교황을 처음으로 만난다. 25일에는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해 다른 회원국들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오랜 기간 백악관을 비우는 만큼 그 사이 러시아 스캔들로 인한 탄핵 목소리가 잦아지길 바라지만 전망은 비관적이다. 빌 클린턴 행정부 때 대변인을 지낸 조 록하트는 “대통령이 해외에 나가면 모두 총을 내려놓고 기다릴 거로 생각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테러, 종교, 중동 평화, 나토의 미래 등 복잡한 사안을 감안할 때 외교 초보자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라고 언급했다. 시사 잡지 애틀란틱은 “멕시코, 캐나다 등 비교적 짧은 여행지를 첫 순방지로 택했던 다른 대통령과 달리 트럼프 대통령은 대규모 여행을 택했다”며 “방문하는 나라만 5개국인 데다 3개의 종교적 장소까지 포함돼 실수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 정부 고위 관료들에게 ‘코미 국장의 해임으로 부담에서 벗어났다’고 언급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트럼프 측의 러시아 연계 의혹은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다. NYT는 19일 소식통을 인용,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0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세르게이 키슬랴크 주미 대사를 만난 자리에서 “막 FBI 국장을 잘랐다. 그는 완전히 미쳤다. 러시아 연계 의혹으로 엄청난 압력에 직면했는데 이제 덜어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코미 국장을 해임한 바로 다음날 러시아 관료들을 만나 이 같은 발언을 한 것인데, 이는 트럼프가 러시아 스캔들 수사를 피하기 위해 코미를 해임했다는 주장을 뒷받침한다.

백악관 고위 관료가 조사를 받는 등 러시아 스캔들 수사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백악관 내 선임고문 직책을 지닌 것으로 알려진 고위 관료에 대한 FBI의 수사가 진행 중”이라며 “은밀하게 진행되던 수사가 보다 적극적인 단계로 진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CNN은 “백악관 법무팀이 탄핵 절차 개시에 대비한 연구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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