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단 "교육 다양화 취지 안맞는 입시위주 학교는 탈락"
감사·각종 민원 등 지적받았을 땐 최대 5점까지 감점도 큰 영향
"자사고 측 자료 제출 비협조, 현장실사도 제대로 못해"
서울시교육청이 자율형사립고 14곳의 운영성과 종합평가를 한 결과 기준 점수 미달(100점 만점에 70점)로 재지정 취소 대상이 된 8곳에는 대규모 미달 사태가 발생했거나 학생 충원율 90% 이하인 학교가 대부분 포함됐다. 그러나 취소 대상에는 세화고, 이대부고 등 입학 경쟁률이 상대적으로 높고, 재단의 투자 등 적극적인 지원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학교들도 일부 포함돼 의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시교육청은 당락을 가른 것은 입시 위주의 수업을 하는 등 ‘교육과정의 자율화’에 어긋난 운영을 했는 지 여부라고 설명했지만 정작 구체적인 점수 내역은 공개하지 않아 평가의 객관성과 지표의 적절성을 놓고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 당락 영향 끼친 평가지표는
종합평가에서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은 교육과정 운영에서 ‘다양한 선택과목 편성ㆍ운영 정도’를 평가한 지표였다. 이 지표의 배점은 1차 평가때 5점이었으나 이번엔 8점으로 배점이 늘었다. 종합평가단장을 맡은 성기선 가톨릭대 교수는 “자사고를 설립하게 된 고교 다양화의 취지가 학생들이 선택할 수 있는 교육과정의 다양화를 추진하겠다는 것이었음에도 일부 자사고는 입시위주 교육만 하면서 오히려 일반고보다 학생들의 선택폭이 좁은 교육과정을 운영한 학교가 있었다”며 “70점을 넘은 학교와 미달인 학교 간 점수차의 상당부분이 여기서 갈렸다”고 설명했다. 특히 1차 평가때는 가장 낮은 평가인 ‘매우 미흡’을 받아도 일정 정도의 기본점수를 줬지만, 이번엔 기본점수를 아예 없앴기 때문에 이 지표에서만 최대 격차가 0점에서 8점까지 벌어지는 등 변별력이 높아졌다.
평가지표 중 ▦학생전출 및 중도이탈 비율 ▦다양한 선택과목 편성ㆍ운영 정도 ▦선행학습 방지 노력 등은 배점이 높아졌지만 ▦학생충원율 ▦법인전입금 전출계획 이행 여부 ▦교비회계 운영의 적정성 ▦1인당 평균 장학금 등은 축소됐다. 학교 운영의 재정적 측면 등 정량적 지표보다 교육과정 등 정성적 평가 비중이 높아졌다. 때문에 학생 충원율이 낮은 학교 중에서도 기준점 이상을 받은 경우가 나왔다.
● 평가의 객관성 논란
교육청 재량평가에서 교육의 공공성과 학교의 민주적 운영을 평가하는 3가지 지표(설립취지에 맞는 운영 인식 정도, 자부담 공교육비, 학생 참여와 자치문화 활성화)를 새로 넣었는데 이들 지표는 평가에 큰 영향을 미쳤음에도 지나치게 자의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학생들의 학생인권보호 동아리 운영 여부 등의 지표는 논란이 되기도 했다. 때문에 지정 취소 대상인 한 자사고 교장은 “교육의 공공성을 잣대로 들이댔지만 결과적으로 없앨 학교를 내부적으로 정해놓고 시뮬레이션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우리 학교가 유리한 요소는 적게 반영되고 불리한 것들만 많이 반영된 것 같다”며 공정성에 문제를 제기했다.
종합평가가 심층적으로 이뤄지지 못한 점은 평가단에서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성기선 교수는 “자료 제출을 2차에 걸쳐 요구했지만 자사고 측이 제출하지 않았고, 현장실사를 하지 못한 상황에서 평가단은 1차 평가를 존중해 정성ㆍ정량평가 점수는 그대로 유지했다”고 말했다.
● 반발하는 자사고
자사고측은 평가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반발하고 있다. 기준 미달 평가를 받은 A자사고 교장은 “안 그래도 학생수가 적었는데 일반고로 전환되면 학교가 없어질 수도 있다. 이미 투자한 게 많은데 일반고로 넘어갈 수도 없다”고 말했다.
또다른 자사고 교장은 “교육부가 취소를 반려하겠다고 했기 때문에 일반고로 전환할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며 “비리도 없는 학교라 문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취소 대상인 자사고 2~3곳은 이미 학교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일반고 전환을 타진한 것으로 알려져 자율 전환하는 사례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
권영은기자 you@hk.co.kr 장재진기자 blanc@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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