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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입니다”에 녹고 “단언컨대”에 빠지고…

입력
2016.03.15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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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중기 음성 따서 라디오처럼 들어도 좋을 듯.’ KBS2 수목드라마 ‘태양의 후예’에 출연중인 배우 송중기의 목소리에 반한 한 네티즌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트위터에 올린 글이다. 송중기가 배우로서 주가를 높이고 있는 비결 중 하나가 목소리다. 중저음의 담백한 목소리가 무미 건조한 군인 말투에서도 낭만을 피운다. 성균관대 재학시절 교내 방송국에서 아나운서로 활동했던 그는 발음이 또렷해 대사 전달력이 좋은 배우로 꼽힌다. 여러 유명 남자 배우들이 드라마와 영화에서 폼을 잡고 ‘다나까’를 외쳤지만, 여성 시청자들이 유독 송중기의 “~말입니다”에 열광하는 이유다. ‘태양의 후예’는 중국에서도 현지 성우의 더빙이 아닌 중국어 자막을 단 동영상으로 주로 소비된다. 얼굴과 연기력만이 배우의 무기가 아닌 셈이다.

목소리가 좋아 가치를 더 인정 받는 연예인을 누굴까. 목소리 연기가 주업인 지상파 출신 성우 11명을 만나 목소리와 발음이 가장 좋다고 생각하는 연예인이 누구인지 물었다.

성우들이 꼽은 ‘꿀성대’ 남녀 연예인 1위는 이병헌·김혜수

무려 8명의 성우가(성우 1명 당 남녀 배우 각 2명씩 선정)이 배우 이병헌을 꼽았다. 목소리가 중저음으로 매력적인데다 듣기에도 편안한 톤을 지녔다는 게 이병헌을 지목한 이유다. 성우 김영선은 “이병헌의 데뷔 초 드라마 ‘내일은 사랑’(1992)부터 최근작인 영화 ‘내부자들’(2015)에서의 목소리 연기를 지켜봤는데 그 변화의 폭이 매우 넓고 나이가 들수록 대사를 소화하는 깊이까지 생겨 목소리 연기에선 독보적”이라고 분석했다. “이병헌이 내레이션 한 다큐멘터리(SBS ‘최후의 제국’·2012)를 보고 자연스럽게 말을 이끌어가는 걸 공부한다”는 성우도 있었다. 성우 여민정은 “이병헌은 눈을 감고 영화나 드라마를 봐도 내용이 정확하게 들릴 정도”라고 그의 정확한 발음을 높이 샀다.

이병헌의 뒤를 이어서는 한석규가 6명의 지지를 받아 2위에 올랐다. 부드러우면서도 안정적인 목소리가 장점으로 꼽힌다. 그는 1990년 KBS 22기 공채 성우 출신 배우이기도 하다. 배우 지진희는 4명의 지목을 받아 3위를 차지했다.

여성 연예인 중에서는 김혜수와 양희경이 각각 4명의 지지를 얻어 공동 1위에 올랐다. 김혜수는 “콧소리(비음)를 잘 써 발음이 정확하고 소리가 맑다”(성우 윤승희)는 평가를 받았고, 양희경은 “목소리에 생명력과 따뜻함이 느껴져”(성우 서혜정) 성우들도 부러워하는 목소리를 지녔다는 평도 따랐다. 두 배우의 뒤를 이어서는 김희애ㆍ이영애ㆍ수애가 모두 3명의 선택을 받아 공동 3위를 차지했다.

20대 연예인 중에서는 유일하게 배우 김수현(2명)이 ‘꿀성대’로 꼽혔다. 김수현은 2007년 시트콤 ‘김치 스마일’로 데뷔하기 전 극단에 몸 담으며 연극 발성 훈련으로 저음을 갈고 닦아 매혹적인 목소리를 만든 노력형이다. 유지태와 공유, 송중기와 라디오 DJ를 맡고 있는 유인나도 목소리 좋은 연예인으로 언급됐다.

목소리 좋은 연예인으로 지목된 이들의 공통점은 중저음을 지녔고, 울림이 좋다는 점이다. 중저음(100~200hz)은 듣는 사람에게 안정감과 신뢰감을 줘 호감을 준다는 게 전문가의 의견이다. 좋은 목소리를 지닐 신체 조건도 따로 있다. 남성의 경우 목이 두텁고 입이 크면 울림 소리를 더 잘 낸다. 이병헌이 대표적인 예다.

좋은 목소리에 대한 평가도 유행처럼 시대에 따라 변한다. 숭실대 소리공학연구소의 배명진(전자정보공학부 교수) 소장은 “1960~70년대는 목욕탕 소리라 불리는 울림에 저음을 지니면 좋은 목소리라고 했는데, 그냥 저음은 고리타분한 느낌을 줘 이젠 사람들이 중저음을 더 좋아한다”고 말했다. 배 소장은 “특히 여성들은 부드러움까지 찾아 송중기의 목소리가 주목 받는 것”이란 의견도 냈다.

외화 더빙에 1억원 이상… “띄어 읽기도 안 돼 애 먹어”

‘꿀성대 연예인’에 대한 성우들의 시각은 대중들과 비슷한 듯 하면서 달랐다. 설문에 참여한 성우들은 목소리 좋은 배우로 꼽히는 이선균에 대해서는 “톤은 좋지만 발음이 샌다”는 점을 아쉬움으로 지적했다. 차분한 목소리로 여러 다큐멘터리 내레이터로 인기를 누린 가수 김C는 “똑같은 억양”이 단점으로 꼽혔다.

목소리가 좋다고 모두 환영 받는 것도 아니다. 목소리와 이미지가 좋은데다 인지도까지 높아 극장용 외화 애니메이션 주인공으로 종종 발탁되는 아이돌과 방송인이 대표적이다. 목소리 더빙과 녹음을 담당하는 PD들에 따르면 “기본기 부족”으로 애를 먹은 게 한 두 번이 아니다. 서울 구로구 더빙 스튜디에서 만난 김민정(가명) PD는 “극장판 애니메이션 녹화 더빙을 하는데 한 남성 아이돌의 경우 어디서 끊어 읽어야 하는지 까지 하나하나 집어줘야 해 작업 시간이 배 이상으로 걸린다”고 하소연했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A급 스타’들의 외화 더빙 출연료는 1억원 선이다. 1편 당 300~500만원을 받는 성우들의 20배가 넘는 금액이다. 수 천만원대의 돈을 받고도 일부 유명 연예인들의 준비 부족으로 더빙 스태프들이 진땀을 흘리고 있는 것이다.

일부 연예인들의 불안한 다큐멘터리 내레이션도 개선돼야 한다. 흥을 돋우는 예능 프로그램에서의 내레이션과 달리 다큐멘터리의 경우 이야기의 맥락과 정보를 정확히 전달해야 하는 데 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혜원 대중문화평론가는 “제작진이 유명 연예인들의 스타성에만 의존한 채 내레이션의 미숙함을 자연스러움과 혼동하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양승준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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