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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판 위 눈물의 애국가… 관중도 함께 울었다

입력
2018.03.19 04:4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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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전서 첫 골 이어 결승골 넣은

아이스하키 동메달 주역 장동신

하계 패럴림픽선 펜싱 대표팀 꿈

한국 장애인 아이스하키 대표팀이 17일 강원 강릉하키센터에서 열린 평창 동계패럴림픽 동메달결정전에서 이탈리아를 누른 뒤 애국가를 부르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강릉=연합뉴스
한국 장애인 아이스하키 대표팀이 17일 강원 강릉하키센터에서 열린 평창 동계패럴림픽 동메달결정전에서 이탈리아를 누른 뒤 애국가를 부르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강릉=연합뉴스

“애국가가 그렇게 슬픈 노래인 줄 처음 알았습니다.”

18일 미국과 캐나다의 평창 동계패럴림픽 아이스하키 결승이 열리기 직전 강릉 하키센터에서 만난 장동신(42ㆍ강원도청)은 전날 감동의 여운이 채 가시지 않은 얼굴이었다. 그는 17일 이탈리아와 3ㆍ4위전에서 0-0으로 팽팽하던 종료 3분 전 정승환(32ㆍ강원도청)의 패스를 받아 짜릿한 결승골을 터뜨렸다. 한국 장애인 아이스하키의 동계패럴림픽 사상 첫 메달이었다. 이번 대회 첫 경기였던 한일전에서 선제골을 넣었던 장동신은 한국 아이스하키의 첫 골과 마지막 골을 모두 책임졌다.

동메달이 확정된 뒤 한국 선수들은 서광석(41) 감독, 스태프들과 뒤엉켜 뜨거운 눈물을 쏟아냈다. 서 감독은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도 눈물 한 방울 안 흘렸는데 이날을 위해 고통스런 과정을 거친 선수들을 보니 저절로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경기장을 가득 메운 관중들에게 인사한 선수단은 대형 태극기를 경기장 가운데 펼쳐놓고 애국가 1절을 함께 부르며 또 울었다. 금메달 시상식 때와 같은 반주는 없었지만 어떤 애국가보다 감동적이었다. 관중들도 함께 눈물을 흘렸고, 애국가를 불렀다.

이탈리아전 결승골을 합작한 장동신(20번)과 정승환이 포옹하고 있다. 강릉=연합뉴스
이탈리아전 결승골을 합작한 장동신(20번)과 정승환이 포옹하고 있다. 강릉=연합뉴스

이날 경기를 직접 관전한 문재인 대통령은 빙판 위로 내려와 썰매, 휠체어에 탄 선수들과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거의 무릎 꿇다시피 한 자세로 포옹을 했다. 장동신은 한국이 미국(0-8), 캐나다(0-7)에만 두 번 진 걸 상기하며 “대통령님. 한국에 장애인 아이스하키 실업 팀이 몇 개만 더 있어도 미국, 캐나다 이길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는 강원도청이 유일하다. 정승환은 “장애인 아이스하키 전용 경기장 하나 지어 달라“고 부탁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빙판 위로 내려와 선수들을 격려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빙판 위로 내려와 선수들을 격려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아이스하키팀 동메달 획득을 축하하며 기념촬영을 했다. 청와대 제공
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아이스하키팀 동메달 획득을 축하하며 기념촬영을 했다. 청와대 제공

장동신에게 가장 큰 힘이 된 사람은 아내 배혜심(48) 씨와 딸 가연(11) 양이다. 장동신은 2000년 교통사고로 왼쪽 다리를 잃은 뒤 재활 과정에서 휠체어 펜싱을 배웠고 2002년 부산 장애인 아시안게임 사브르 은메달, 장애인 전국체전 2003년 6관왕, 2008년 5관왕 등 원래 ‘휠체어 펜서’로 이름을 날렸다. 그의 아내인 배 씨는 네 살 때 교통사고로 오른 다리를 잃은 뒤 2004년 펜싱을 시작하며 장동신을 만났고 2007년 부부의 연을 맺었다. 2014년 인천 장애인 아시안게임 때는 ‘국가대표 부부 검객’으로도 화제를 모았다.

한국이 체코를 연장 접전 끝에 3-2로 누르고 준결승 진출을 확정했던 11일이 결혼 11주년이었다. 장동신은 “사실 결혼기념일을 깜빡 했는데 대신 승리와 메달을 안겨줘 다행이다”고 활짝 웃었다.

평창 동계패럴림픽 아이스하키 동메달의 주역 장동신(왼쪽)과 그의 아내 배혜심(오른쪽)씨, 딸 가연 양. 강릉=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평창 동계패럴림픽 아이스하키 동메달의 주역 장동신(왼쪽)과 그의 아내 배혜심(오른쪽)씨, 딸 가연 양. 강릉=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장동신은 두 가지 꿈을 꾼다. 먼저 2022년 베이징 동계패럴림픽 출전이다. 그는 “평생의 꿈인 평창에서 좋은 성적을 냈으니 앞으로 4년을 기분 좋게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또 하나는 하계 패럴림픽 참가다. 펜싱과 아이스하키를 겸업하던 그는 ‘타 종목 실업 선수는 휠체어 펜싱 선수로 등록할 수 없다’는 대한장애인펜싱협회의 ‘독소조항’에 발목 잡혀 최근 3년 동안 검을 못 잡았다. 하지만 이 규정은 상급단체인 대한장애인체육회 승인을 받지 않는 등 절차에 어긋난 것이 드러나 얼마 전 폐지됐다. 장동신은 “두 종목 국가대표로 활동하는 게 쉽지 않지만 한 번도 못 나간 하계 패럴림픽은 오랜 꿈이다. 상황만 허락하면 꼭 도전하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휠체어 펜서로 활약하던 장동신의 모습. 아내 배혜심씨 제공
휠체어 펜서로 활약하던 장동신의 모습. 아내 배혜심씨 제공

강릉=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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