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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제3차 북일 정상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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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제3차 북일 정상회담

입력
2018.06.15 21:22
수정
2018.06.15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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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 문제를 미국이 우려하고 있다.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전쟁 준비를 그만두고 경제 발전에 힘 쏟아야 한다.” “미국은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 미국은 조선과 관계를 개선하려는 의사가 1%도 없지 않은가. 우리는 실제 싸워보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늘 문호를 열어두고 있다. 부시 대통령이 대화하고 싶다면 대화할 용의가 있다.” “모든 핵 계획을 대상으로 국제적인 검증을 수용해 폐기하는 것이 이익이라고 확신한다.” “완전한 핵 폐기는 패전국에게나 강요하는 것이다. 이라크처럼 무조건 무장해제는 받아들일 수 없다.”

▦ 일본 NHK가 2009년 11월 특집 방송한 과거 두 차례 북일 정상회담 중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의 대화 내용 일부다. 2002년 9월 17일 예고도 없이 평양을 방문해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고이즈미 총리는 그날 회담에서 과거사 사죄와 북일 국교정상화 협상 개시, 납치자 및 북핵 문제 해결 방안을 담은 북일 평양선언에 서명했다. 그리고 한 달 뒤 북한이 납치를 인정한 피해자 중 5명이 일본으로 돌아왔다. 고이즈미 총리는 2004년 5월 22일 평양을 재방문, 김 위원장과 회담 했고 이 때 납치 피해자 자녀들을 데리고 귀국했다.

▦ 일본은 북한을 향해 늘 납치 문제만 제기한다는 인상이 없지 않다. 하지만 북일 정상회담 대화록를 보면 일본이 북핵 문제 해결에 더 공을 들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제 북일 평양선언에는 ‘납치’라는 단어는 없어도 ‘한반도 핵 문제의 포괄적 해결’은 명시했다. 지금은 유명무실해졌지만 6자 회담의 틀도 이 회담에서 합의해 선언에 명문화했다. 제2차 회담도 90분 중 절반이 북핵 관련 대화였다고 한다.

▦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북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아베 총리와 만날 수 있다”는 의사를 표시했다느니, 북일 당국자들이 이미 접촉하고 있다느니 하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학원 스캔들로 정권 구심력이 떨어져 9월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교체 가능성까지 제기된 아베 총리는 집권 연장을 위해서라도 북한과 생산적인 대화가 절실한 형편이다. 이르면 8월 평양으로 갈지 모른다는 추측이 전혀 엉뚱하지 않다. 평창올림픽으로 조성된 북한과 대화 무드가 남북ㆍ북미 정상회담에 이어 북일 정상회담으로까지 이어지면 비로소 1라운드가 완성되었다고 할 수 있다.

김범수 논설위원 bs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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