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격호 회장ㆍ신동주 극비 도쿄行
롯데 홀딩스 이사 6명 전격 해임
신동빈 회장 단독 체제 굳히기
향후 지분 경쟁 가능성은 희박
28일 신격호(94)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일본 롯데에서 전격적으로 물러난 것은 장남인 신동주(61)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쿠데타가 실패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 “모두 해임하라” 하루 만에 끝난 쿠데타
쿠데타는 27일 오전 신동주 전 부회장이 롯데호텔 34층에 위치한 신 총괄회장 집무실을 방문하면서 시작됐다. 신 전 부회장은 “일본 롯데홀딩스에 문제가 많으니 이사회를 정리해 주셔야 한다“고 신 총괄회장을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 총괄회장은 고령에 휠체어를 타고 다닐 만큼 거동이 불편하고 언어구사도 어려움이 있지만 이날은 신 전 부회장의 부축을 받으며 일본 행에 강한 의지를 보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오전 9시 신 총괄회장은 신 전 부회장, 딸인 신영자 롯데쇼핑 사장 등 친지 5명과 전세기에 올랐다. 신 총괄회장의 일본행은 롯데호텔과 롯데그룹도 전혀 눈치 채지 못할 만큼 비밀리에 이뤄졌다.
일본에 도착한 신 총괄회장은 27일 오후 신 전 부회장과 함께 일본 롯데홀딩스을 찾아가 자신을 제외한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 6명을 전격 해임 조치했다. 해임된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 중에 차남인 신동빈 회장과 쓰쿠다 다카유키(佃孝之)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 부회장이 포함돼 있다. 당시 신 총괄회장은 손으로 직접 이사들의 이름을 가리키며 단호하게“모두 해임하라”고 일본 롯데홀딩스 직원들에게 지시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신 총괄회장은 잠시 후 해임한 쓰쿠다 대표이사 부회장에게 다가가“앞으로 롯데를 잘 부탁하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분에서 신 총괄회장의 당시 상황 판단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 그러나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반격도 재빨랐다. 신동빈 회장은 해임된 이사 6명과 함께 28일 오전 9시 일본 롯데홀딩스에서 긴급 이사회를 열어 거꾸로 신 총괄회장 해임을 결정했다. 이사회를 거치지 않은 부당 해임이라는 이유였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신 회장의 긴급 이사회 결정은 합법적인 절차를 밟았다”며 “이보다 앞서 구두로 이뤄진 신 총괄회장의 이사진 해임은 법적 효력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신 전 부회장의 쿠데타는 하루 만에 끝났지만 3부자간의 진짜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핵심은 한ㆍ일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인 광윤사와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을 누가 차지하느냐에 달렸다.
포장재 제조업체인 광윤사는 일본 롯데그룹 지주사인 롯데홀딩스의 최대주주로, 지분 27.65%를 갖고 있다. 또 일본 롯데홀딩스는 호텔롯데 지분 19.07%를 갖고 있어 이를 통해 한국 롯데 계열사까지 지배하는 구조다. 따라서 광윤사나 일본 롯데홀딩스를 장악하면 한국과 일본 롯데를 모두 지배하게 된다.
광윤사는 비상장사여서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으나 최대 주주가 지분 50% 이상을 갖고 있는 신 총괄회장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신 총괄회장이 광윤사를 통해 한국과 일본 롯데를 동시에 지배해 왔다. 뿐만 아니라 신 회장은 롯데홀딩스 지분도 따로 28%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신 전 부회장과 신 회장은 각각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 20%씩 갖고 있다. 이들은 롯데쇼핑, 롯데제과, 롯데푸드, 롯데상사, 롯데건설 등 한국 롯데 계열사의 지분을 같거나 1~2% 포인트 이상 차이 나지 않는 선에서 비슷하게 갖고 있다.
따라서 관건은 광윤사와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을 가장 많이 갖고 있는 신 총괄회장이 누구 편에 서느냐에 달려 있다. 그래서 재계에서는 롯데가의 경영권 분쟁을 종식이 아니라 이제 시작으로 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신 총괄회장의 결정과 함께 신동주ㆍ신동빈 형제가 우호 지분을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따라 그룹 경영권의 향배가 좌우될 것”이라며 “그만큼 지분 싸움이 치열하게 벌어질 수 있다”고 내다 봤다.
장학만 선임기자 trend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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