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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피해자” “반성합니다”… 남학생도 미투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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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피해자” “반성합니다”… 남학생도 미투 연대

입력
2018.03.06 04:4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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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실에서… 남녀 가리지 않고

내 일 아니라고 방관한 것 같아”

대학가 인식 공유 분위기 확산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여성들의 고백마저 끝없이 의심받고 공격받는 것을 보며 저와 같은 남성 피해자들은 더욱 숨을 수밖에 없습니다. 성범죄 피해가 없는 분들도 함께 해주세요.”

한양대 대나무숲에 자신을 성폭행 피해 남성이라 소개한 이가 올린 글이다. 정확한 사건 내용을 밝히지 않았고, 진위 여부 역시 단정할 수는 없지만, 최근 달라진 대학가 분위기를 엿볼 수 있는 글이다. 대학생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남학생이라고 밝힌 비슷한 글들이 서서히 올라오고 있다. 침묵하거나 방관하던, 소극적인 응원에 그쳤던 남학생들이 개강과 더불어 미투(#metooㆍ나도 당했다) 운동이 확산되면서 자신의 피해를 폭로하는가 하면 반성과 지지라는 적극 동참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그릇된 교수권력이 저지른 피해에 남녀가 따로 없다는 인식을 공유하면서다.

우선 남학생 역시 성추행 피해자라는 고발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27일 제자를 성추행 한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제주대 사범대 A 교수는 여학생뿐만 아니라 교내 연구실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남자 제자의 신체 중요 부위를 만진 것으로 알려졌다.

여학생들 폭로로 알려진 기존 사건에도 남학생들이 가세하고 있다. 배우 조민기씨 사건에선 청주대 여학생들 제보에 이어, 청주대 연극학과 졸업생이라 밝힌 남성이 ‘실제로 남학생들 사이에서는 조민기 교수 오피스텔에 여학생 혼자 보내지 말라는 조민기 대응 매뉴얼이 존재했다’고 폭로했다. 조씨가 남학생들을 상대로 “너 이래 가지고 XX는 하겠냐” “모기 XX냐”는 성적 수치심을 불러일으키는 말을 서슴없이 했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때리기까지 했다는 다른 남학생의 추가 폭로까지 더해지면서 여론의 공분을 샀다.

여학생들에게 안마를 시키고 각종 성추행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진 박중현 명지전문대 연극영상학과 교수 역시 남녀를 가리지 않고 무소불위 권력을 휘둘렀던 것으로 보인다. 박 교수는 남학생들에게도 폭력을 행사하고 “처음 XX한 게 몇 살이냐” “XX한 장소가 어디냐” 등 질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교수를 고발하며 학생들이 학교 측에 제출한 진정서 작성자 중에는 남학생도 다수 포함됐다. 진정서에 따르면 남학생들은 ‘부조리한 장면을 보고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새벽까지 여학생에게 안마를 시키는 박 교수에게 차라리 남자인 내가 대신 안마를 하겠다고 대들었다’ 등의 진술로 상황을 증언했다.

뒤늦은 반성도 나온다. 김모(30)씨는 2014년 대학원 재학 시절 벌어졌던 성추행 사태가 떠올랐다. 당시 학과 교수가 술자리에서 여학생의 무릎을 베고 눕는 등 성추행이 있었다는 제보가 있었고, 학교 자체 진상조사 끝에 해당 교수는 정직 처분됐다. 피해 학생들도 대학원을 졸업하고 상황은 마무리됐지만, 당시 피해 학생들과 같이 수업을 듣고 친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뒤숭숭한 분위기에 사태가 빨리 마무리되기만 바랐던 것이 내심 사실이다. 김씨는 고백했다. “그때 왜 적극적으로 지지해주지 못했을까요, 내 일이 아니라고만 생각하고 방관했던 것 같아서 요즘 불쑥불쑥 후회가 돼요.”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여전히 성폭력 피해자 대다수가 여성이기는 하지만 이번 미투가 이전 성폭력 고발과 다른 점은 함께 목소리를 내는 ‘연대’의 힘이 생겼다는 데 있다”고 말했다.

한소범 기자 be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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