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국토의 약 64%가 산림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네 번째(핀란드 74%, 일본 68%, 스웨덴 67%)로 산림면적 비율이 높은 나라이다. 명실상부한 산림국가인 셈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3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는 해양국가이기도 하다. 바다와 산이 얼핏 보기엔 연결되지 않을 것 같지만 한반도는 산림과 바다가 잘 연결되어 있는 국가이다.
우리나라에는 3,358개의 섬이 있고 이 중 사람이 살고 있는 유인도는 482개라고 한다. 섬의 총면적은 약 280ha(국토면적의 약 3.5%)이고 이중 유인도가 272ha를 차지한다.
그렇다면 사람이 살지 않는 2,876개의 섬에는 무엇이 있을까? 그 섬에는 산이 있다. 유인도서는 약 60%가 산림이고, 무인도서는 약 90%가 산림이다. 즉 우리나라의 섬은 사실상 바닷속에 점점이 박힌 산이라 보아야 할 것이다.
무인도는 사람의 손길이 거의 닿지 않아 독특한 경관과 생태계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특성은 많은 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이에 많은 섬에 대해 법률적으로 출입을 제한하고 있지만 수요 증가로 개방 섬들은 점차 늘어날 전망이다.
현재 전 세계는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감소라는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인간에 의한 환경오염이 만들어 낸 폭우ㆍ폭설ㆍ폭염은 기후변화를 실감케 하고, 점점 더워지는 지구를 몸으로 느낀다. 이제 각종 개발이 만들어 낸 멸종은 더 이상 낯설지 않은 단어가 되었다.
지구 역사상 지금까지 11번 정도 동식물이 대규모 멸종됐고, 그 중에서도 오르도비스-실루리아기, 데본기, 페름기, 트라이아스기 및 백악기 등 다섯 번은 대멸종시대라 일컬어질 정도로 종의 절멸이 있었다. 일부 학자들은 지금을 ‘인류세(人類世ㆍAnthropocene)’라 부르며 여섯 번째 대멸종의 시대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그것도 지금까지 있었던 대멸종 시대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멸종이 진행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2,876개의 무인도도 어쩌면 개발 압력으로 하나 둘 사람의 발길을 허용하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생물들은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 도서지역은 행정자치부, 국토교통부, 해양수산부, 환경부, 산림청 등 여러 부처가 각기 목적에 따라 관리를 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정책대상으로 큰 의미를 두고 있지는 않은 것 같다. 생물다양성 연구를 위해서라도 지금부터 섬 속에 살고 있는 생태계를 체계적으로 조사ㆍ기록하고 관리할 필요가 있다.
그 섬이 사실은 바닷속에 점점이 박힌 산림이라는 면에서 아무래도 산림청의 역할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산림자원 연구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산림청은 전국 산림과 산림생물다양성 조사를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우리나라 섬에 있는 산림에 대한 조사는 걸음마 수준이다. 앞으로 산림청이 더 넓은 눈으로 우리 바닷속에 박혀있는 많은 산림에 대해서 더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 나아가 산림조사가 도서의 산림생물다양성을 밝히는 데에만 그치지 말고, 귀중한 산림생물들을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데 더 노력해 줄 것을 주문한다.
국제연합 생물다양성협약 채택 이후 세계 각 국이 자국 생물의 자원화에 노력하고 있으며, 미래성장 동력이라 할 수 있는 바이오(BT)산업의 핵심 역시 생물자원에 근간을 두고 있다. 우리나라 육상 생물 종의 약 92%가 산림 내에 서식하고 있다고 한다. 산림생물을 자원화 하는 노력이 시급한 것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제 산림생물의 자원화, 특히 아직 우리 눈길이 닿지 않은 도서지역 산림생물의 자원화는 필수적이다. 육지와 도서지역의 산림생물이 어우러지는 풍요로운 산림자원 국가 한국을 기대해 본다.
현진오 동북아생물다양성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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