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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통, 소화전... 도시 이야기 담긴 거리의 명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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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통, 소화전... 도시 이야기 담긴 거리의 명물들

입력
2018.05.04 04:4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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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도시의 36가지 표정’ 표지.
책 ‘도시의 36가지 표정’ 표지.

도시의 36가지 표정

양쯔바오 지음

스노우폭스 발행ㆍ288쪽ㆍ1만5,800원

도시 여행을 즐기려는 당신. 가장 먼저 어떤 계획을 세울 것인가. 쇼핑이나 식도락 여행을 첫 번째로 꼽을 거다. 하지만 도시의 시설물과 풍경 위주로 여행을 즐겨보는 건 어떨까.

‘도시의 36가지 표정’은 도시를 감상하는 독특한 방법을 알려준다. 수많은 나라의 도심 속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버스나 지하철을 비롯해 쓰레기통이나 소화전, 공중화장실, 보도블록 등을 관찰하고 탐미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생각보다 재미나다.

일단 프랑스로 가 보자. 길거리에 설치된 쓰레기통 하나에도 인문학이 살아있다. 프랑스어로 쓰레기통은 ‘라 푸벨르’다. 여기서 푸벨르는 사람 이름. 실제로 외젠르네 푸벨르는 1883~1896년까지 파리를 포함한 오드센 주를 관할했다. 그는 1884년 바닥에 쓰레기 투기 금지를 담은 행정명령을 발표했고, 그 과정에서 ‘쓰레기 분류’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했다. 파리 시민들은 유기물, 종이류, 유리와 도자기 등 세 가지를 따로 담는 쓰레기통을 마련해야 했다. 엄밀히 말하면 한 가정에 세 개의 쓰레기통이 구비돼야 했다. 음식물과 재활용, 일반 쓰레기로 나눠 버려야 하는 지금 한국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130여 년 전 파리 시민들이 얼마나 당황했을 지 짐작이 간다. 불만이 속출했다. 이때부터 파리 시민들은 쓰레기통을 ‘푸벨르의 통’이라고 불렀단다.

책에 소개된 파리의 공중 소변기. 스노우폭스 제공
책에 소개된 파리의 공중 소변기. 스노우폭스 제공

프랑스는 공중화장실 하나로도 얘깃거리가 넘쳐난다. 저자는 공중화장실을 처음 만든 사람이 서기 1세기 때 로마 황제 베스파시아누스라고 소개한다. 그는 백성을 위해 소변용 공중화장실을 설치하고 이를 정기적으로 청소하는 인력까지 고용했다. 이후 19세기 프랑스의 제2 제정 시기에는 베스파시아누스에서 따온 ‘베스파지엔느’라는 소변용 공중화장실이 등장했다. 파리 중건 사업의 일환이었다. 이때부터 파리에는 거리마다 공중화장실이 들어섰고, 현대식으로 디자인된 것들은 관광객의 볼거리가 되기도 했다. 쓰레기통과 공중화장실에 깃든 역사와 문화는 나름 깊이 있다.

‘도시여행자’인 저자에겐 소화전과 보도블록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명물이다. 그는 자신이 직접 촬영한 나라별 소화전 사진을 보여주며 “가장 아름다운 것은 뜻밖에도 서아프리카 세네갈에 있다”는 비밀(?)을 공유하고, 포르투갈 양식의 포장길을 뜻하는 ‘칼카다 포르투게사’가 프랑스, 브라질, 앙골라, 마카오에서 발견되는 걸 지나치지 않는다.

중국인인 저자는 프랑스에서 유학하며 교통공학 박사를 취득한 뒤 파리교통공단에서 연구원으로 일했다. 현재는 중국 문화부에서 정무차관으로 재직 중이다. 그래서인지 프랑스와 이탈리아, 영국 등 인근 유럽 지역을 여행한 흔적이 도드라진다. 다른 여행책들과 달리 눈 여겨 보지 않을 벤치나 가로등, 공중전화 부스, 신문 가판대 등에도 관심을 기울인 점이 흥미롭다.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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