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최태성 “한국사 7급 문제, 역사 교사도 풀기 어려울 것”

알림

최태성 “한국사 7급 문제, 역사 교사도 풀기 어려울 것”

입력
2018.04.10 11:21
0 0
최태성씨 페이스북
최태성씨 페이스북

스타 역사강사 최태성(46ㆍ사진)씨가 최근 ‘변별력’ 논란이 불거진 서울시 7급 공무원 시험한국사 문제에 대해 “역사 교사도 맞히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이런 문제는 공무원 시험에 나와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문제의 난도가 변별력을 이야기할 수 없을 만큼 높았고, 향후 공무원 국사 시험 출제와 수험생들의 준비 방향을 주입식ㆍ암기식으로 왜곡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10일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전화 인터뷰에서다.

도마에 오른 한국사 7번 문제는 고려 후기 역사서 4권(본조편년강목, 사략, 고금록, 제왕운기)을 편찬된 순서대로 배열하는 문제였다. 답은 ‘고금록(1284년)-제왕운기(1287년)-본조편년강목(1317년)-사략(1357년)’이었다. 하지만 문제가 지극히 지엽적이고, 역사 전공자도 각 역사서의 편찬 연도를 외우고 있기 쉽지 않다는 점에서 논란이 됐다. 공무원 한국사 인기 강사 전한길(47)씨는 최근 자신의 강의에서 비속어를 섞어가며 해당 문제와 출제자를 비판하기도 했다.

최씨도 전씨의 입장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최씨는 ‘뉴스쇼’에서 “역사 공부하는 데 있어서 연도까지 달달달 외워야 하는 건 무리가 있다”며 “너무 과하다”고 평가했다. 특히 ‘고금록’과 ‘제왕운기’가 모두 고려 충렬왕 때 편찬된 점을 지적했다. 역사서의 편찬 연도를 모두 외우는 건 불가능하니 편찬 시대라도 구분해 출제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다는 것이다. 최씨는 “이건 (수험생들에게) 너무 가혹한 문제”라며 “역사 선생님도 맞히기 쉽지 않다. 이런 문제는 공무원 시험에 나와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모두가 찍을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문제의 변별력은 사실상 ‘제로(Zero)’였다고 최씨는 분석했다.

2018년 서울시 지방공무원 제1회 공개경쟁 임용 필기시험 7급 한국사 문제지. 서울시인터넷원서접수센터 홈페이지
2018년 서울시 지방공무원 제1회 공개경쟁 임용 필기시험 7급 한국사 문제지. 서울시인터넷원서접수센터 홈페이지

최씨는 이런 방식의 출제가 향후 한국사 교육 방식을 심하게 왜곡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렇게 문제가 출제되면 (수험생들은) 고금록은 1284년, 제왕운기는 1287년 이런 식으로 다 외워야 한다”면서 “본질과는 전혀 동떨어진 사실들을 암기하는 과목으로 상처만 주는, 그런 지긋지긋한 과목으로 (한국사가) 낙인 찍힐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역사 과목의 특성상 기본적인 암기가 필요하다는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이렇게 연도 외우는 학습 방식은 정말 지양해야 할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최씨는 “내가 열심히 했음에도 불구하고, 풀 수 없는 문제 때문에 (시험에서) 떨어진다는 얘기는 열심히 공부한 청춘들한테 허탈감과 좌절만을 줄 뿐”이라며 “청춘들에게 상처를 주지 않을 수 있는, 조금 더 고민하고 배려하는 문제를 내주면 감사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노량진에서 컵밥 먹으면서 열심히 공부하는 수십 만의 수험생들이 있다”며 “너무 열심히들 청춘을 바쳐서 공부하고 있을 그 모습이 가슴이 찡하다. 그 친구들이 (문제로 인해) 받았을 상처를 생각하니 눈시울이 뜨거워진다”고 덧붙였다.

‘큰별쌤’이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최씨는 한국사 분야 인기 강사다. 2016년까지 서울 대광고에서 역사 교사로 재직하다 현재는 사교육 업계로 넘어와 활동 중이다. KBS ‘역사저널 그날’, ‘최태성 이윤석의 역사기행 그 곳’ 등 다수의 지상파 역사 관련 프로그램에 출연해 대중에 얼굴을 알리기도 했다.

양원모 기자 ingodzon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