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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차하고 춤추고… 美 동물원 코끼리 학대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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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차하고 춤추고… 美 동물원 코끼리 학대 논란

입력
2017.02.27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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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있는 동물원 와일드라이프 사파리에서는 코끼리가 직접 세차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와일드라이프 사파리 페이스북
미국에 있는 동물원 와일드라이프 사파리에서는 코끼리가 직접 세차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와일드라이프 사파리 페이스북

미국의 한 동물원에서 코끼리들에게 부자연스러운 행동을 강요하는 프로그램 운영으로 동물보호단체들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최근 동물전문매체인 도도에 따르면 미국 오레곤 주의 동물원 와일드라이프 사파리에선 코끼리 세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곳에서 25달러(약 2만9,000원)를 내면 사람들은 차에 탄 채 코끼리가 긴 코로 물을 뿌리고 스펀지로 차를 닦아주는 세차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해당 동물원은 재정난을 겪다가 수익 증대 사업의 일환으로 지난 2009년부터 코끼리 세차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그 동안 동물 애호가들로부터 비난을 받아 온 이 동물원은 지난 1월 국제동물보호단체인 ‘동물을 지키는 사람들(IDA)’로부터 코끼리에게 최악인 미국 동물원(10곳) 가운데 한 곳으로 선정되면서 또 다시 부정적인 여론에 휩싸였다. IDA 소속 코끼리 과학자 토니 프로호프 씨는 “코끼리 세차는 코끼리들의 본능과는 거리가 먼 매우 부자연스러운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와일드라이프 사파리는 코끼리를 이용한 세차 프로그램 뿐만 아니라 춤 공연 및 사진촬영, 코끼리 만지기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코끼리를 동물원의 주요 수익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12월에는 코끼리가 직접 그림을 그려주는 나무 장식품 제공 이벤트와 코끼리를 만질 수 있는 크리스마스 특별 프로그램 티켓 판매도 진행했다.

코끼리를 훈련시키는 데는 불훅이라는 훈련도구를 사용한다. 와일드라이프 사파리 페이스북(위), 데스티니 가르시아 페이스북 영상 캡처
코끼리를 훈련시키는 데는 불훅이라는 훈련도구를 사용한다. 와일드라이프 사파리 페이스북(위), 데스티니 가르시아 페이스북 영상 캡처

동물보호단체 및 전문가들은 이런 프로그램 운영 과정에서 코끼리들에게 가해지는 훈련 방식을 문제삼고 있다. 코끼리 훈련에는 날카로운 갈고리가 달린 긴 막대인 ‘불훅(bullhooks)’이라는 도구를 사용한다. 불훅으로 코끼리의 연한 피부를 찔러 원하는 행동을 하도록 강요하는 것이다. 실제 최근 와일드라이프 사파리에서 공개한 영상을 살펴보면 한 남성이 코끼리 앞에서 여자친구에게 프로포즈 이벤트를 하는 동안 사육사는 옆에서 불훅을 손에 들고 있다. 코끼리 세차 서비스를 이용한 사람이 찍은 영상에서도 사육사의 손에 불훅이 들려있다. 프로호프 씨는 “끊임없이 불훅의 위협에 처해 있는 환경에서 코끼리는 과연 행복할까요?”라고 꼬집었다.

와일드라이프 사파리는 홈페이지를 통해 코끼리의 보전을 위한 교육과 연구활동에 헌신한다고 한다고 명시해 놓고 있다. 이에 대해 동물보호단체 페타(PETA)의 케이티 아스 미디어 매니저는 “코끼리 세차 프로그램은 사람들에게 코끼리에 대한 어떤 것도 가르치지 못하고 또한 종 보전을 위한 것도 아니다”고 비판했다. 동물원의 이런 행위는 사람들에게 동물을 오락거리로 여기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페타는 또 코끼리에게 부자연스러운 행동을 강요하는 것 외에도 코끼리의 본성을 충족시킬 수 없는 동물원의 사육환경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페타에 따르면 코끼리는 야생에서 방대한 활동영역을 갖고, 매우 단결된 가족 단위로 그룹을 지어 사는 동물이다. 하지만 동물원은 비좁은 울타리 안에서 서로 관계가 없는 코끼리 몇 마리를 종, 나이, 성향 등에 관계없이 인위적으로 합사해 키운다. 게다가 많은 동물원들은 코끼리들이 사람들과의 접촉을 피할 수 있는 선택권도 제공하지 않고 있다.

많은 동물원에서 코끼리들이 사람들과의 접촉을 피할 수 있는 선택권을 제공하지 않고 있다. 와일드라이프 사파리 페이스북
많은 동물원에서 코끼리들이 사람들과의 접촉을 피할 수 있는 선택권을 제공하지 않고 있다. 와일드라이프 사파리 페이스북

와일드라이프 사파리는 현재 5마리의 아프리카 코끼리와 1마리의 아시아 코끼리를 함께 사육하고 있다. 서로 다른 종임에도 불구하고 모두 한 공간에 살고 있는 셈이다. IDA의 프로호프 씨는 “이런 사육 방식은 기본적인 코끼리의 사회적 필요와 코끼리 종 사이간 차이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음을 드러낸다”고 말했다.

와일드라이프 사파리 대변인은 “코끼리 세차 프로그램은 추운 겨울 동안에는 운영하지 않지만 올 봄 다시 프로그램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코끼리들의 복지를 우려하는 동물보호단체들의 의견에 대해선 어떤 입장도 밝히지 않고 있다.

▶ 코끼리 세차 영상

한송아 동그람이 에디터 badook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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