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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미의 다시 광릉 숲에서] 장수하늘소의 귀환

입력
2018.09.1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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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원을 위해 사육중인 장수하늘소 애벌래
복원을 위해 사육중인 장수하늘소 애벌래
복원을 준비하는 장수하늘소 성충
복원을 준비하는 장수하늘소 성충

가을이 오긴 왔습니다. 여름이 빨리 지나가기를 그토록 바랐건만 가을이다 싶으니 지나간 계절에 대한 아쉬움과 다가올 시간에 대한 조급함이 함께 몰려옵니다. 지난 여름에 가장 뿌듯해했던 일을 떠올리니 단연 장수하늘소의 복원이었습니다. 지난 십여 년을 노력했지만 광릉 숲에 살고 있는 장수하늘소의 후손을 키워 복원 할 수 있는 날이 진짜 이렇게 가까이 올 줄은 몰랐습니다.

장수하늘소는 광릉크낙새, 광릉요강꽃과 함께 유네스코생물권보전지역이며 국립수목원이 위치한 광릉숲의 상징으로 천연기념물 218호로 지정된 귀한 곤충이지요. 예전엔 어렵지 않게 이 숲에서 볼 수 있었는데 이제는 남한에서는 광릉숲이 유일하게 서식이 확인되는 곳이고, 그나마 몇 년에 한 번씩 나타나 발견되면 9시 뉴스에 소개될 정도였지요. 지난 40년간 8번만 발견된 기록이 있을 정도입니다.

여름이 시작하면 수목원의 곤충연구자들은 출현 가능성이 있는 숲 곳곳을 조사하지만 여러 해 계속 소식을 알지 못할 때에는 정말 이 땅에서 이 준수한 하늘소가 사라진 것은 아닐까 조바심 나곤 했습니다. 광릉숲에 장수하늘소가 살아가기 위한 복원이 필요했고 우선 발견만 되면 언제든 개체증식을 할 수 있는 연구부터 했습니다. 다행히 장수하늘소는 성충이 되기까지 5,6년이 걸리는데 이를 3분의 1로 줄이는 원천기술을 개발하는 성과를 이루었고, 이 기술을 바탕으로 2016년 발견된 유충과 2017년 발견된 암컷의 알을 받아 성충을 키워냈습니다. 이들이 숲으로 돌아가, 제 짝을 만나 번식에 성공하며 스스로 이 땅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복원의 첫 단추를 끼운 것입니다.

위기도 있었습니다. 아직 우리 숲에, 우리의 장수하늘소가 살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웃 나라에서 개체를 들여와 복원해야 한다는 압력이 컸습니다. 게놈분석까지 하여 우리의 장수하늘소가 형태적으로 유전적으로 차이가 있다는 연구결과로 이해를 시켰습니다. 취약한 군집구조에 위험이 될 만큼 무조건 광릉숲에 들어와 이 종을 찾겠다는 분들에게는 지난 십여 년간 수없이 숲을 누비며 누적한 서식지 조사 데이터도 제공하고, 공동연구도 제안하며 설득하였지요.

그런 긴긴 과정과 노력의 끝에 몇 마리라도 복원하는 순간은 눈물 나도록 감동적이었지만 이는 끝이 아니라 시작입니다. 이 특별한 곤충이 이 땅에서 멸절될 위협을 받지 않고 다른 생물들과 함께 공존하여 살아갈 수 있을 정도의 군집 규모로 복원하기 위한 노력은 앞으로도 한참 남았기 때문입니다. 연구자들은 장수하늘소가 돌아간 숲을 모니터링하고, 연구된 조건들을 잘 반영하여 국민들도 장수하늘소를 만나고 커나가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곤충생태정원을 만들려는 계획을 만들고 있습니다. 그 즈음되면 세계적으로 귀한 곤충복원의 사례를 배우러 학자들이 찾아오고 광릉숲은 보전의 상징이며 생물종연구의 살아있는 요람이 될 것이라는 꿈을 꾸어봅니다. 성과 중심의 구조에서 기꺼이 이 긴긴 시간 진정성을 가지고 끈질기게 이 아름다운 일에 매진해준 곤충연구자 여러분들, 더불어 이 숲에서 버텨준 장수하늘소들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이유미 국립수목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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