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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민의 시저스킥] '무채색' 슈틸리케 축구, 언제까지 봐야 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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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민의 시저스킥] '무채색' 슈틸리케 축구, 언제까지 봐야 합니까

입력
2016.11.16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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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리 슈틸리케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사진=대한축구협회(KFA) 제공.

[한국스포츠경제 박종민] 1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우즈베키스탄과의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5차전. 1-1로 비기던 후반 40분 왼발로 낮게 깔아 찬 구자철의 슛이 골망을 가르자 3만526명의 관중은 일제히 일어나 함성을 질렀다. 전반 25분 우즈베키스탄에 선제골(마라트 비크마예프)을 허용한 한국은 남태희(후반 22분), 구자철의 골로 2-1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3승1무1패(승점 10)가 된 한국은 조 2위를 탈환, 월드컵 본선 직행 불씨를 살렸다.

환호할 만한 결과였지만, 뒷맛이 개운치 않다. 한국 축구에 중심축, '혼(魂)'이 빠진 느낌이었다. 강팀들은 공통적으로 중심 전술이나 철학이 있다. 이를 입히는 작업은 감독의 몫이다. 펩 과르디올라 감독은 '토털 축구' 정신을 계승한 점유율 축구를 지향하며 조세 무리뉴 감독은 수비에 중심을 둔 선 굵은 축구를 지향한다.

알렉스 퍼거슨 축구의 핵심은 조직력과 통찰력이었다. 그는 데이비드 베컴이 토트넘 유스팀 소속일 때부터 부모를 통해 맨유행을 권했다. 유망주들을 발굴하고 선발해 자신의 선수단에 부족한 퍼즐을 맞추곤 했다. 박지성의 경우도 그랬다. 거스 히딩크 감독이 2002 한일 월드컵에서 한국 축구를 4강에 올려놓은 원동력으론 연공서열을 무너뜨리고 현재 기량 중심으로 평가해 선수를 기용한 점을 꼽을 수 있다. 나이와 이름값보단 능력을 중시한 결과다. 히딩크의 철학은 잠시만이지만, 국내 스포츠계에 뿌리내린 불필요한 서열 문화를 없앴고 이는 곧 기적이 됐다.

슈틸리케 축구는 딱히 어떠한 축구라고 단정할 수 없다. 점유율과 패싱으로 이뤄지는 '티키타카'도 아니고 그렇다고 압박 축구도 아니다. 철학도 부재하다. 부임 초기 슈틸리케의 시도는 획기적이었고 신선했다. 선수 선발과 기용에서 '파격적인 실험'으로 호평을 받았다. 부임 2년이 지난 지금 그의 축구는 색깔이 없다는 평가에 더 가깝다. 난해하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달 카타르전(3-2 승)에서 본래 중앙 수비수이던 장현수를 우측 풀백으로 내보냈다. 선제골을 넣고도 내리 2골을 허용하며 벼랑 끝까지 몰린 이유 중 하나였다. 포지션 정리가 되지 않다 보니 수비수 간격도 일정하지 않게 됐고 그러다 보니 역습 등 상대 공격에 허둥지둥한 것이다. 장현수도 인터뷰에서 자신이 풀백에 배치된 이유에 대해 의문을 표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우즈베키스탄전 후 "선수들이 승부를 뒤집은 점에 만족한다"고 운을 뗀 뒤 총평에서도 "전체적으로 만족스러운 경기였다"고 강조했다. 대단히 의외의 발언이었다. 후반 종료 직전 구자철의 골이 아니었다면 졌을 경기였다. 대한축구협회가 16일 제공한 플레이 데이터 리포트에 따르면 슈팅(12-6)과 유효슈팅(3-1), 크로스(17-6), 점유율(73-27)에서 한국은 압도적 우위를 점했다. 역으로 생각하면 한국은 파상공세를 펼치고도 끌려가다 극적으로 이긴 격이 된다. 카타르, 우즈베키스탄전에서 한국은 모두 가슴 졸이다 기뻐했다. 결과지향적 축구는 위험하다. 지면 "에이스가 없고" 이기면 "만족한다"는 슈틸리케 감독의 말에서 일희일비하는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내년 3월 23일 중국과의 월드컵 최종예선 6차전까지는 시간이 있다. 기본으로 돌아가 전술과 철학을 가다듬고 그것을 한국 축구에 주입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지금처럼 근시안적인 시각이라면 우여곡절 끝에 월드컵 본선에 나가더라도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없다. 보다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관점으로 한국 축구에 색깔을 입혀야 할 때다. 슈틸리케호는 우즈베키스탄전 승리에 환한 미소보단 '쓴웃음'을 지어야 한다. 그래야 더 발전할 수 있다.

박종민 기자 mini@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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