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환자와 함께 입원했던 70대
밀접 접촉없이 퇴원 후 확진 판정
질병관리본부 "책임 인정… 죄송"
정부, 환자 접촉자들 전체 재조사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첫 국내 확진 환자가 발생한 이후 8일만에 환자 수가 7명으로 늘어났다. 첫번째 환자와 같은 병원에 입원했지만 밀접 접촉자로 분류되지 않았던 70대 환자가 뒤늦게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고, 격리됐어야 할 메르스 감염 의심자가 멀쩡히 직장에 출근해 중국 출장까지 떠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되는 등 보건당국의 방역 체계에 심각한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다.
격리대상 아니었는데도 첫 감염 발생
질병관리본부(질본)는 중동에서 귀국한 첫 메르스 환자가 입원한 B병원에 입원했던 환자 F(71ㆍ남)씨와 이 병원에서 근무한 간호사 J(28ㆍ여)씨가 유전자 검사 결과 메르스에 감염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28일 밝혔다. F씨는 첫 환자 A씨와 같은 병실이 아닌 10m 정도 떨어진 1인실을 쓴 환자로 자가 격리대상이 아니었다.
질본 관계자는 “첫 환자와 F씨의 병실 사이에 거리가 있고, 각자 개인 화장실을 썼는데도 감염된 것은 이례적”이라면서 “15일 F씨가 외래 진료나 검사를 받기 위해 이동하던 중 동선이 겹친 경우를 의심에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메르스 환자는 A씨와 2인실 병실을 함께 쓴 C(76)씨나 A씨와 접촉한 의료진 등으로 모두 자택 격리 중에 의심증상을 보여 유전자 검사 후 확진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F씨의 경우 밀접 접촉자가 아니라 B병원에서 퇴원한 뒤 집에 머물렀다. 26일 고열 등 증상이 나타나 응급실을 찾았다가 메르스 감염 사실을 확인하기까지 자택에서 3, 4시간 정도만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보호자가 동행하는 등 사실상 감염 확산 무방비 상태였던 셈이다. 질본은 F씨 사례를 계기로 같은 병동에 입원한 다른 환자들까지 의심환자 범위를 넓혀 증상 발현 여부 등 조사를 시작했다.
격리대상자 중국 출장도 뒤늦게 파악
세번째 메르스 환자 C씨의 아들(44)은 16일 B병원 2인실에 첫 메르스 환자인 A(68)씨와 함께 입원한 아버지를 4시간가량 문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남성 역시 자택 격리 등이 필요한 밀접 접촉자이나 보건당국은 아들의 문병사실 조차 파악하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나 방역 체계가 허술하다는 지적이다. 보건당국은 아버지에 이어 누나까지 확진 판정을 받았으나 이 남성의 문병 여부는커녕 존재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질본 관계자는 “가족들이 말하지 않았으며, 21일 실시한 B병원 CCTV 판독에서도 걸러지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 남성은 문병 3일 후인 19일부터 발열 증상이 나타나 21일 보건소에 메르스 감염 의심증상을 문의했으나 대학병원에 가야 검사를 할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검사를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25일 고열(38.6도)로 응급실을 찾았을 당시 부인이 의료진에게 남편의 메르스 환자 접촉 사실을 밝혀 중국 출장 취소 권유를 받았으나, 이 남성은 다음날인 26일 홍콩을 경유해 중국에 입국했다. 현재 이 남성은 중국 광둥(廣東)성의 한 의료기관에 격리돼 메르스 감염 여부를 밝히기 위한 유전자 검사와 치료를 받고 있다.
질본은 “방역에 구멍이 뚫린 것에 대한 책임을 인정한다며 국민에게 죄송스럽다”고 밝히고 이 남성의 부인, 의료기관 의료진 10명, 항공기 좌우와 앞뒤 3열 사이 승객과 승무원 28명, 직장동료 180명 중 밀접 접촉자를 찾아 나섰지만 ‘뒷북 대응’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항공기에는 내국인 80명, 외국인 78명, 승무원 8명으로 총 166명이 타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복지부는 장옥주 차관 주재로 감염병위기관리대책전문위원회를 열고, 누락자 확인을 위해 확진 환자 접촉자 전체를 재조사하는 한편 중동지역 입국자 전원에 대해 2차례 발열 여부를 모니터링하기로 했다.
채지은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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