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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탈루냐 독립국가 설립 권리 쟁취… 90% 압도적 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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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탈루냐 독립국가 설립 권리 쟁취… 90% 압도적 찬성”

입력
2017.10.02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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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율 42.3%... 경찰 저지에 과반 달성 실패

자치정부 “수일 내 독립 공식 선포하겠다”

스페인 중앙정부 “투표는 없었다” 인정 안해

독립 선언 땐 ‘자치권한 정지’ 경고 가능성

국제사회 지원도 어려워… 독립국 설립 첩첩산중

1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시 카탈루냐 굉장에서 시민들이 카탈루냐 분리독립 투표결과를 축하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1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시 카탈루냐 굉장에서 시민들이 카탈루냐 분리독립 투표결과를 축하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희망과 고통의 날인 오늘, 카탈루냐 주민들은 공화국 형태의 독립국가를 세울 권리를 쟁취했다.”

1일(현지시간) 스페인 중앙정부의 저지 속에 치러진 카탈루냐 분리독립 주민투표에서 90%의 찬성표가 나왔다면서 카를레스 푸지데몬 카탈루냐 자치정부 수반은 이 같이 밝혔다. 자치정부 측은 최종집계 결과가 나오는 대로 48시간 이내에 독립을 공식 선포하고 관련 절차를 밟겠다는 계획이지만, 투표율이 절반에 못 미치는 데다 스페인 중앙정부는 이번 투표 자체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어서 양측의 갈등은 더욱 증폭될 전망이다.

주요 외신이 전한 자치정부 측 발표 내용에 따르면 이날 주민투표에는 전체 유권자 534만명 가운데 226만명이 참여해 투표율은 42.3%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90%인 202만명이 찬성표를 던졌고, 반대표와 기권표는 각각 7.9%와 2.0%를 기록했다. 0.9%는 무효 처리됐다. 자치정부 측은 스페인 경찰의 반대로 77만여표가 유실됐다고 주장했다. 카탈루냐 자치정부 호르디 투룰 대변인은 언론 브리핑에서 “오늘은 민주주의와 이를 평화적으로 수호한 이들의 승리다”라고 말했다. 푸지데몬 수반도 “우리 정부는 앞으로 며칠 내 오늘의 투표결과를 카탈루냐 주의회로 보내 주민투표법에 따라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카탈루냐의 진정한 독립국가 설립이 현실화하기까진 아직도 갈 길이 멀어 보인다. 당장 과반에 미달한 투표율이 문제다. 앞서 2014년 11월 치러졌던 첫 주민투표 때의 32%보다는 훨씬 증가하긴 했지만 여전히 50%의 문턱을 넘지 못한 대목은 독립지지자들에겐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법하다. 분리독립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투표 거부’의 방식으로 의사를 표명했다고 볼 여지가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최근 카탈루냐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여론 조사에서도 반대(49.4%)가 찬성(41.1%)보다 높게 나타났었다.

물론 자치정부 측이 주장하는 ‘유실된 77만여표’를 더하면 과반을 훌쩍 뛰어넘게 되고, 스페인 경찰의 물리력 행사로 일부 투표소가 봉쇄되는 등 이날 주민투표가 파행을 빚은 탓에 상당수 주민들이 투표권을 행사하지 못했다는 반론도 가능하다. 스페인 내무부는 92개 투표소가 문을 닫았다고 발표한 반면, 자치정부 측은 2,300여개 투표소 가운데 319곳이 경찰력에 의해 폐쇄됐다고 밝혔다. 이날 투표 과정에서 부상을 당한 시민들도 844명에 달한다고 자치정부는 전했다.

더 큰 문제는 스페인 중앙정부뿐 아니라 헌법재판소마저 이번 투표를 ‘위헌’으로 규정했다는 점이다.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가 아예 “오늘 카탈루냐에서 자치 투표는 열리지 않았다”고 주장한 것도 이 때문이다. 중앙정부로선 헌재 판단을 등에 업고 주민투표 결과의 법적 효력이나 구속력이 없다고 내세울 수 있는 만큼, 카탈루냐 분리독립 협상이 순탄하게 진행될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는 뜻이다. 오히려 독립국가 설립을 강행할 경우, 중앙정부로부터 더욱 거센 탄압을 받게 될 공산이 크다. 외신들은 카탈루냐 의회가 독립을 선언할 경우, 스페인 중앙정부가 헌법을 내세워 자치권한을 정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보도하고 있다. 실제로 라파엘 카탈라 스페인 법무장관은 2일 TV 인터뷰에서 “(헌법) 155조가 있다. 우리는 법의 모든 힘을 이용할 것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더구나 국제사회의 지원도 기대하기 쉽지 않다. 투표에 앞서 푸지데몬 수반은 AFP 통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투표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자치정부와 중앙정부의 심각한 갈등을 해결하려면 (국제사회의) 중재가 필요하다”고 호소했지만, 유럽연합(EU)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은 이 문제에 대해 대부분 침묵을 지키고 있다. 유럽 정치지형의 급격한 지각 변동, 다른 국가들에서의 분리독립 요구 확산 등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샤를 미셸 벨기에 총리 등 극소수만 스페인 경찰의 폭력 진압을 규탄했을 뿐, 대부분의 유럽 지도자들은 (카탈루냐 분리독립을 둘러싼) 분쟁을 스페인 내부 문제로 보는 듯 공식적 대응을 꺼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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