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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홍준표 막말 정치 시즌 2

입력
2017.06.21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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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대선 때 막말 논란이 많았던 홍준표 전 경남지사가 한 달여 만에 막말 정치를 재개했다. 자유한국당 당대표 경선으로 무대를 바꿔서다. 홍준표 막말정치 시즌 2라고 할 만하다. 그는 20일 한국당 초ㆍ재선 의원들이 마련한 당대표 후보자 토론회에서 문재인 정부를 “주사파 운동권 정부”로 규정하고 “오래 가지 못할 것”이라고 악담을 퍼부었다. 북한 변화에 대한 방법론 차이를 과장해 종북 주사파로 몰아가는 색깔 덧씌우기가 어이없다.

▦ 분당 전 한솥밥 먹던 바른정당의 하태경 의원은 그런 홍 전 지사를 향해 “매일 주사 발언을 연속하고 있다”며 “아직 술이 덜 깼네요”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지난 대선 TV토론 후 SNS 등에서는 홍 전 지사를 “낮술 덜 깬 시골 노인”에 비유한 촌평이 나돌았다. 하 의원은 여기에 빗대 홍 전 지사가 언급한 주사파(主思派)를 술주정 주사(酒邪)로 비틀었다. “언제까지 빨갱이 장사해서 보수의 수명을 연장할 것이냐”고도 했다. “자유한국당 쇄신만 잘 되면 바른정당 상당수 의원이 복귀할 것”이라는 홍 전 지사의 말에 발끈한 측면도 있다.

▦ “뚫린 입이라고 함부로” “야, 이 양반아!”와 같은 홍 전 지사의 거친 입을 두고는 한국당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정치인은 세 치 혀가 모든 문제를 일으킨다, 잘못하면 세 치 혀가 사람의 마음을 벨 수도 있다”며 정제된 언어를 주문했다. 홍 전 지사의 당 대표 경쟁자인 신상진 의원도 “홍 후보는 자신이 앵그리 버드나 트럼프 같은 우스꽝스러운 캐릭터로 비치는 것을 즐기는 것 같다”며 “제발 한국정치를 코미디로 만들지 말라”고 충고했다.

▦ 하지만 정작 한국당 당대표 경선판에서는 홍 전 지사의 막말이 먹혀 들고 있다고 한다. 천박한 말을 일삼은 트럼프가 미국 대선에서 승리한 흐름이 우리 보수층 밑바닥 정서에도 만만치 않게 형성돼 있다는 의미다. 대선 패배에 울분을 갖고 있는 보수층이 홍 전 지사의 사이다성 막말로 대리만족을 삼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이를 ‘대리만족의 포퓰리즘’이라고 진단한다. 건강하지 않은 대리만족의 포퓰리즘이 막말 정치의 자양분이 되는 한 보수의 재정립은 요원하다. 천박한 막말이 아니라 신선한 비전으로 보수 혁신을 이끌 ‘보수 젊은 피’의 출현은 이 땅에서 불가능할까.

이계성 논설실장 wk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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