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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할 오늘] 존 보드킨 애덤스(12.19)

입력
2017.12.19 04:4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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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6년 오늘, '죽음의 천사'라 불리는 영국 의사 존 보드킨 애덤스가 살인 혐의로 체포됐다.
1956년 오늘, '죽음의 천사'라 불리는 영국 의사 존 보드킨 애덤스가 살인 혐의로 체포됐다.

영국 런던경시청이 1956년 12월 19일 의사 존 보드킨 애덤스(John Bodkin Adams, 1899~1983)를 살인혐의로 체포했다. 그가 49년 숨진 앨리스 모렐(Alice Morrell)이라는 81세 환자 등 2명에게 진통제를 과도하게 처방해 사실상 ‘독살’한 혐의였지만, 경찰은 그를 희대의 연쇄 살인마로 의심했다. 46~56년 사이 그의 노령 환자 가운데 163명이 의심스러운 정황 속에 숨졌고, 그 중 132명이 그에게 적지 않은 유산을 남겨서였다.

경찰 조사가 시작된 계기도 그에 대한 흉흉한 소문 때문이었다. 한 마디로 그가 부유한 노인을 환자로 받아 통증 완화치료로 환심을 얻고는 유언장을 쓰게 한 뒤 살해한다는 거였다. 48년 6월 뇌일혈로 쓰러져 반신불수가 된 모렐 역시 숨지기 전 여러 차례 유언장을 고치긴 했지만, 어쨌건 애덤스는 얼마간의 현금과 고가의 자동차(롤스로이스)을 받았다. 그의 기소와 재판은 세상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북아일랜드 랜덜스타운에서 태어난 그는 벨파스트 퀸스대를 졸업하고 일반의(general practitioner)로 의사가 됐다. 22년 서섹스 주의 부유한 해안마을 이스트본에 병원을 차린 그는 특유의 친화력으로 환자들에게 인기를 끌었고, 진료비보다 환자가 남긴 유산 덕에 영국서 가장 부유한 의사로 꼽혔다. 부와 함께 그에 대한 섬뜩한 소문도 급속하게 번져갔지만, 말기 환자들의 그에 대한 신뢰는 식지 않았다.

56년 7월 환자 거트루드 헐릿(Gertrude Hullett)이 숨지면서 수사가 시작됐다. 애덤스는 사인을 ‘뇌출혈’로 밝혔지만, 경찰은 과도한 모르핀계 진통제 투여로 인한 사망으로 결론지었다. 헐릿 역시 롤스로이스를 포함, 상당한 재산을 그에게 유증했다. 하지만 애덤스는 이듬해 4월 ‘증거 불충분’으로 풀려났고, 그를 연쇄 살인마로 보도했던 영국 언론들은 그가 제기한 집요한 소송에 시달려야 했다.

그가 ‘죽음의 천사’인지 말기 통증환자를 위한 ‘자비의 천사’인지 단정할 순 없지만, 법의 판단과 달리 그의 사후 절대 다수의 논픽션 저자와 탐사보도 기자들은 그의 유죄를 확신했다. 위키백과 같은 곳에서는 아예 ‘연쇄살인범’이라 소개하고 있다. 다만 그의 사건 이후 영국은 의료계의 위험한 약물 규제 기준을 강화했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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