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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던져진 공과 여러 개의 눈

입력
2018.07.15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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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이런 상황이 존재할까? 이 정도의 완벽한 만족은 영화에서조차 찾아보기 어렵다. 혼자만의 삶이라면 스스로의 의지에 의해 이상을 달성할 수 있겠지만, 타인과의 관계를 전제로 한다면 여러 관련 요소들이 고려될 수밖에 없으며, 이상과 현실의 중간에서 결론이 나는 것이 일반적이다.

최저임금이 8,350원으로 결정되었다. 고용사정을 고려해 절충적인 선택을 한 것이다. 결과를 두고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은 경영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근로자 측은 생존권을 이야기한다. 최저임금을 두고 노사가 대립하는 모습을 보면서 연상되는 것이 공놀이다. 사람들이 모여 있는 한가운데 누군가가 공을 한쪽으로 던지면 사람들의 시선은 공을 따른다. 다른 흥미로운 것들도 여전히 많지만 순간 잘 보이지 않는다.

최저임금은 경영 이윤을 어느 정도 얻을 수 있을 것인가의 문제로 귀결된다. 비용을 결정하는 것은 임금만이 아니다. 편의점의 경우 임대료, 가맹비, 카드수수료, 불공정거래 관행 등이 있다. 왜 임대료가 폭등하는지, 카드사나 리테일 회사들이 얼마나 많은 이익을 얻는지에 대한 점검도 함께 필요하다. 다른 요소의 검토 없이 임금 수준 자체만의 조정은 한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상을 파악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공 이외에 함께 시선을 두어야 하는 것은 도처에 있다. 도시정비사업이 지방자치단체의 역점 사업으로 꼽히고 있다. 막대한 세금이 투입되어 재래시장과 오래된 거리를 정비한다. 깨끗하게 채비된 시설과 도로를 통해 상권을 살리고 주거 여건을 개선하려는 것이다. 그런데 기대와 달리 부작용이 나타났다. 임대료를 큰 폭으로 올리거나 건물주가 직접 장사를 하겠다고 한다. 수십 년간 그곳에서 장사를 해오던 사람들은 결국 뿔뿔이 흩어져 떠난다. 해당 지구를 정비하는 조건으로 건물주와 임대인 간 장기임대계약을 맺는 등의 방안을 생각했어야 한다.

신재생에너지 활용은 착한 선택으로 보인다. 신재생에너지가 주는 깨끗한 이미지가 크게 어필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장려했던 신재생에너지가 야기하는 또 다른 환경문제 역시 만만치 않다. 산 위에 솟은 풍력시설들이 경관을 훼손하거나 저수지나 논 한가운데 자리 잡은 태양광시설이 경관은 물론 인근 생태계에 악영향을 주기도 한다. 그래서 전국 곳곳에서 주민들과 충돌이 빚어지고 있다. 경관 훼손을 상쇄할만한 주민들과의 이익공유 그리고 생태계 유해 저감 방안을 외면했거나 놓친 것이다.

최근 재벌기업 오너 일가의 갑질과 상식에서 벗어난 경영 행태에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미국ㆍ중국ㆍ유럽 간 무역전쟁이 벌어지고, 글로벌경쟁이 심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오너 리스크로 인해 기업가치가 급락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스튜어드십 코드의 도입이 큰 힘을 얻고 있다. 국민연금이 나서서 국민재산이 투자된 기업가치가 떨어지지 않도록 조정자 역할을 하는 것이다. 제도의 취지는 바람직하다. 다만 우려되는 것은 국민연금이 정치적 목적에 동원될 수 있는 가능성이다. 과거 정부가 국민연금을 쌈짓돈처럼 정책에 동원하는 바람에 손실을 입는 경우가 빈번히 발생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제도도입의 핵심 중 하나는 국민연금의 독립성과 조정자로서의 역할 수행에서 투명성을 확보하는 문제다.

불교에서 천수관음보살처럼, 종교나 신화에서 현명함을 상징하는 존재는 여러 개의 눈 또는 손으로 곧잘 표현된다. 빠짐없이 중생과 세상을 살피라는 것이다. 정책적 논의와 입법에서도 여러 개의 눈이 필요하다. 사회는 다수의 다양한 의지가 매시간 서로 충돌하는 곳이다. 그리고 갈등하는 이익들이 제대로 조율되지 않으면 또 다른 충돌이 시작된다. 사회적 논의에 있어서 던져진 공 말고도 다른 것들에 대해 여전히 깊이 생각해야 하는 이유이다.

최승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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