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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리포트] “길 때문에…” 이웃 대전ㆍ충북과 갈등ㆍ신경전 시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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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리포트] “길 때문에…” 이웃 대전ㆍ충북과 갈등ㆍ신경전 시달려

입력
2017.11.1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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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과 KTX세종역 등 문제로 대립각

대전과는 택시영업권 통합 문제로 홍역

세종시 행정수도 완성 찬물 끼얹을까 전전긍긍

(위)세종시 한 택시기사가 택시에 '행정수도 세종 개헌으로 완성' 홍보스티커를 붙이고 있다. (아래)대전시 한 택시에 '세종시=행정수도 개헌 반대'라고 적힌 인쇄물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위)세종시 한 택시기사가 택시에 '행정수도 세종 개헌으로 완성' 홍보스티커를 붙이고 있다. (아래)대전시 한 택시에 '세종시=행정수도 개헌 반대'라고 적힌 인쇄물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대전의 일부 법인 택시기사들은 얼마 전부터 택시 트렁크 부분에 ‘세종시 행정수도 개헌 반대’라고 적힌 인쇄물을 붙이고 운행하고 있다. 이들이 택시에 험악한 분위기까지 연출하는 인쇄물을 붙이고 다니는 것은 세종시와의 택시영업 통합운영권 때문이다. 대전의 택시업계가 세종까지 택시영업을 하게 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세종시가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행정수도 완성’을 방해하겠다는 으름장을 놓은 것이다. 반면, 세종시 택시들은 개헌을 통한 행정수도 완성을 홍보하는 인쇄물을 차량에 붙이고 다녀 양 지역 간 상반된 택시업계의 분위기를 드러내고 있다.

세종시가 대전시ㆍ충북도와 철도ㆍ고속도로ㆍ택시영업권 문제를 둘러싼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바로 옆에 있는 이웃 지자체와 좋은 관계를 가져도 모자랄 판에 소모적 갈등ㆍ신경전이 이어지면서 ‘세종시 행정수도 완성’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대전 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ㆍ법인택시운송사업조합과 전국택시산업노동조합 대전지부 등은 지난달 세종시와 세종시의회 등에 택시영업 통합운영 건의서를 전달했다. 대전시 택시사업자는 택시 숫자가 줄어드는 고통을 감내하는 반면, 세종시는 증차를 하고 있는 만큼 사업구역 경계를 허물자는 게 건의서의 골자다. 이들은 이 건의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행정수도 반대 투쟁에 나설 것이라는 강경한 입장도 밝혔다. 대전지역 일부 택시기사는 지난 6일 국회에서 열린 행정수도 개헌 대토론회 현장까지 쫓아가 이런 입장을 거듭 밝혔고, 대전시도 세종시에 이와 관련한 정식 공문까지 보낸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세종시는 사업구역을 조정하면 세종 택시업계가 완전히 잠식당할 수 있다며 대전 택시업계의 이런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시 측은 “계획대로 택시 면허를 늘려도 전체 세종시 택시는 352대 정도 뿐인데 대전시는 8,667대나 된다”며 “대전의 택시는 자체적으로 노력해 영업환경을 개선하는 게 순리”라고 반대 입장을 못박았다.

세종시 택시업계도 “대전 택시업계의 요구는 터무니 없는 얘기”라며 “영업구역을 통합하면 세종택시의 밥줄이 끊어질 게 뻔하다”며 격앙된 분위기다.

세종시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자 대전시 택시업계는 ‘행정수도 세종 개헌 반대’ 스티커를 차량에 부착하고 다니는 등 집단행동을 벌이고 있다. 이는 세종시 택시 운전사들이 지난달 홍보단을 조직해 차량 뒤편에 ‘행정수도 세종 개헌으로 완성’ 스티커를 부착하고 운행하는 것과 대조를 보인다. 이를 두고 두 지역이 마치 세종시 행정수도 개헌에 대해 이견을 보이는 것처럼 비춰질 수 있어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기도 한다.

세종시는 충북과도 ‘길’을 둘러싼 갈등을 겪고 있다. 두 지역 간 대표적 갈등 사안은 수년 전부터 이어지고 있는 ‘KTX 세종역 신설’ 문제다. 세종시는 정부세종청사와 신도심 주민, 대전 유성의 중장기적 수요 등을 근거로 세종역 신설을 요구하고 있다. 세종이 지역구인 이해찬 국회의원은 국토부의 용역까지 이끌어내는 등 세종역 신설에 적극 나서고 있고, 시도 이 의원과 협력에 관철시키겠다는 의지다. 하지만 충북도는 세종역을 설치하면 이미 세종시 관문역 역할을 하고 있는 KTX 분기오송역의 위상이 추락한다며 거세게 반대하고 있다.

최근에는 이 의원이 천안~청주공항 복선전철사업과 관련, 천안까지 연결된 수도권 전철에 조치원역을 포함시키자는 주장을 해 충북도가 발끈하고 있다. 충북도는 서울역과 청주공항 양방향에서 9개 역만 거치면 되는 노선에 1개 역을 추가하자는 것은 ‘수도권~청주공항을 최단거리ㆍ최단시간에 연결한다’는 사업의 목표를 훼손하는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미 이 사업이 지난 8월 기본계획까지 고시돼 확정됐는데도 역을 추가하자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는 논리도 내세우고 있다.

이밖에 세종시와 충북도ㆍ청주시는 서울~세종고속도로 2단계 사업(안성~세종) 노선의 청주 경유를 놓고도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이처럼 ‘길 문제’를 둘러싸고 반복되는 세종시와 대전시, 충북도의 갈등은 ‘세종시 행정수도 완성’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만큼 충청권 전체 입장에서 판단해, 신중하게 행동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종시 관계자는 “각종 설문조사에서 세종시 행정수도 완성에 대해 긍정적인 결과가 나와 고무되고 있는데 정작 충청권은 자중지란 하는 모습을 보여 답답하다”며 “개별적인 문제를 가지고 행정수도 문제까지 거론하진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역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자기 지역 이익에만 함몰된 택시영업과 철도 문제 등으로 갈등을 야기하는 것은 불필요한 소모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행정수도 개헌은 충청권, 나아가 대한민국의 상생을 위한 것으로 힘을 모아도 모자랄 판에 자기 지역의 이해관계만 따져 반대활동까지 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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