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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교육 공약, 유감과 제안

입력
2017.04.04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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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확실시되는 정권교체, 과연 교육도 함께 교체될까? 유력 후보들의 공약을 보니 비관적이다. 엄연한 우리 교육의 역사를 외면했기 때문이다. 나는 대표적인 5ㆍ31 교육개혁 방안에서 시작해 그간의 시도가 오히려 난맥을 심화한 근본원인을 이해관계 조정의 실패에서 찾는다. 이미 교육계 내부의 노력만으로 적폐 청산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역사가 입증했다. 국민이 촛불을 들고 광장에 모이지 않았다면 불가능했을, 민심이 주도한 지금의 상황 전개와 맥을 같이하는 판단이다.

나는 현재 학부모 여론이 교육 분야에서만큼은 보수적인 쪽으로 기울어있음을 느낀다. 공교육의 ‘갑질’로 생긴 트라우마가, 선의의 공교육 개혁을 믿고 싶어도 믿을 수 없는 집단 악감정을 유발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나는 그간 학부모들이 공교육에 맺힌 한을 사교육으로 풀어 왔다고 진단한다. 공교육에 실망하고 사교육으로 발길을 돌려 결국 각자도생의 길을 가게 되면서 본의 아니게 보수 진영에 가담한 것으로 판단한다.

실질적으로 교육 적폐 청산을 가로막는 수구세력을 다음과 같이 지목한다. 첫째, 일제의 식민지 분할지배 전략의 후계자인 학벌과 출세지상주의 세력. 둘째, 시장 형성을 위해 무한 성적경쟁에 부추기는 사교육 세력. 셋째, 남는 돈을 사교육비로 쓰면서 기득권의 대물림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상류층 학부모 세력. 비록 소수지만 다수 학부모들이 그들의 견고한 심리적 카르텔의 영향권에 들어 있다고 본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협력적 문제해결 역량이 필수라고 이해하지만 현실에서는 맹목적인 성적 경쟁에 매달리는 이중적인 모습을 달리 설명하기 어렵다. 최근의 수시와 정시 논쟁만 해도 그렇다. 아무리 학생부종합전형의 교육적 의미와 성과를 입증해도 아랑곳하지 않고 객관식 입시를 요구하는 여론도 같은 맥락이다.

사교육비 고통을 가슴 아파한다면 우리 교육의 최대 피해자 집단은, 교육의 3주체 중에서 학부모라는 인식에 동의하리라 믿는다. 당연히 학부모들이 적폐 청산의 주체로 나서 교육계의 이해관계를 압도할 수 있는 힘을 발휘해야 파행의 교육사를 새로 쓸 수 있다. 사교육 금지 국민투표를 제외한 모든 공약이 학부모들을 '대상화'하고 있다. 잘 할 테니 믿어달라는 건데 단원고 학생들에게 가만히 있으라고 한 말이 떠오르는 건 지나친 비약일까.

우선 공교육 악감정을 치유할 수 있는 특별한 조치가 필요하다. 한글을 떼고 가야 하는 초등학교, 선행학습이 유리한 수업과 시험, 학원에 보내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일부 교사들, 왕따나 학교 폭력의 희생자와 부모들을 두 번 죽이는 비교육적 처분 등등. 공교육의 사교육 유발 요인 척결을 위한 특별기구, 공교육 신뢰 회복을 위한 '학부모 교육민원센터의 설립과 운영'을 제안한다. 그리고 '학부모 지위 향상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제안한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정신처럼 모든 교육권은 학부모로부터 나온다는 인식의 대전환 없이 적폐 청산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요식행위인 학교운영위원회나 학부모회를 포괄하면서 다수 학부모들의 요구를 수렴하여 권위적인 교장과 같은 적폐를 견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새로운 교육 민주화 정책의 개발을 촉구한다. 자기 편의에 따라 동원하는 대상이 아닌 적폐 청산의 주체로 학부모들을 일으켜 세우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 한 공교육 개혁은 불가능할 것이다.

요즘 부모교육을 하면 신난다. “사교육에 의지해 경쟁하지 말고 같은 학교 학부모들끼리라도 연대합시다.” 사회 문제를 개인화하는 지배논리에 가로막혀 머뭇거렸던 말이 쉽게 나온다. 학부모들이 잘 받아주기 때문이다. 촛불집회의 성공경험이 스며든 학부모의 마음을 믿고, 교육 정책을 개발하는 전문가들도 지금보다 훨씬 더 과감해졌으면 좋겠다.

박재원 학부모 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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