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 도전에 지배구조 문제 부각
美서 애플과 스마트폰 특허소송 역전패
갤노트7 사태 “현장 무시한 속도전 탓” 지적
전문가 “문제 개선해야 시장 신뢰 회복”
27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등기이사 선임을 앞두고 악재가 이어지고 있다. 불과 한 달여 만에 갤럭시노트7 발화사고, 애플과의 특허 소송 패소, 미국 행동주의 헤지펀드(액티비스트)인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삼성전자 분할 요구 등이 잇따랐다. 위기 상황에서 구원 등판하는 이 부회장이 어떤 승부수로 리더십을 보여줄 지가 시장의 최대 관심사다.
삼성전자는 10일 갤럭시노트7 생산을 일시 중단했다. 이에 앞서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7 발화사고가 잇따르자 출시 14일 만인 9월 2일 전량 회수ㆍ교체를 결정했다. 애플의 아이폰7을 정면 겨냥해 갤럭시노트5에서 ‘6’를 건너뛰고 갤럭시노트7으로 명명할 정도로 사활을 건 새 제품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바로 인정하고 1조원이 넘는 비용을 감당하겠다는 이 부회장의 결단력을 시장은 높게 평가했다.
이때만 해도 리콜은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는 듯 했다. 그러나 미국, 중국, 대만 등에서 리콜을 거친 새 제품까지 발화 사고가 잇따르며 삼성전자는 위기를 맞고 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미국 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CPSC)의 조사결과에 상관 없이 리콜에도 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7일(현지시간)에는 미국 워싱턴DC 연방순회항소법원으로부터 애플의 스마트폰 관련 특허 3건을 침해했다는 판결도 받았다. 삼성전자의 손을 들어준 2심 판결이 뒤집히면서 삼성전자는 애플에 1억1,960만달러(약 1,334억원)를 물어줘야 할 처지다. 삼성은 미국 대법원에 상고를 검토하고 있지만 대법원이 이를 받아 들일지는 미지수다.
더구나 엘리엇은 6일 삼성전자를 투자회사(홀딩스)와 사업회사로 분할한 뒤 홀딩스는 현재 삼성의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는 삼성물산과 합병하고 사업회사는 한국거래소와 미국 나스닥에 상장하라고 요구했다. 엘리엇은 삼성전자의 인적분할과 지주사 전환의 명분을 세워줬지만 삼성전자 지분 0.59%밖에 보유하지 못한 이 부회장에게 큰 숙제를 던졌다.
엘리엇은 특히 삼성전자 홀딩스와 사업회사 이사회에 각각 3명 이상의 해외 경험이 풍부한 외부 인사를 이사로 임명하라고도 요구했다. 삼성전자를 적극 견제하겠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다. 삼성전자 사업회사가 30조원 특별배당 등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엘리엇이 50%에 달하는 외국계 자본을 등에 업고 경영권을 흔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이런 총체적인 난국에서 이 부회장이 등기이사로 시장의 신뢰를 확보하는 특단의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주문했다. 애플 아이폰7보다 앞서 출시하는 과정에서 ‘일정을 앞당기는 것은 무리’라는 현장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갤럭시노트7 사태가 발생했다는 지적에도 해명해야 한다. 엘리엇의 도전에서 극히 적은 지분으로 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구조의 문제점이 다시 드러난 만큼 이에 대한 개선책도 제시돼야 한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한성대 무역학과 교수)은 “이 부회장이 등기이사가 되자마자 ‘조직의 문제를 인지하고 있고 이런 방향으로 개선하겠다’고 발표한 뒤 이를 실천하는 모습을 시장에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정헌 기자 xscop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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