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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교 방침 서남대 재산, 도로 비리재단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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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교 방침 서남대 재산, 도로 비리재단으로?

입력
2017.11.28 04:4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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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여재산 800억~1000억대 예상

현행법은 학교 정관이 정한대로

가족운영 재단에 귀속시킬수 있어

비리 폐교땐 재산 국고 환수 골자

사립학교법 개정안 국회 논의 중

재산권 침해 위헌 논란에 난항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비리로 폐교된 사립학교의 재산을 국고로 환수하는 법 개정이 난항을 겪으면서 8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되는 전북 서남대의 잔여 재산이 비리재단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27일 교육부에 따르면 최근 열린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사립학교법 개정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지만 일부 야당의 반발로 접점을 찾지 못했다. 이날 논의 됐던 개정안은 박경미 더불어민주당 의원 및 유성엽 국민의당 의원 등이 발의한 것으로, 두 법안은 횡령이나 회계비리 등으로 인해 학교가 폐교될 경우 남은 재산 일부 또는 전부를 국고로 환수하자는 것이 골자다.

현행법에는 폐교 조치된 학교는 남은 재산을 학교 정관이 정한대로 귀속시킬 수 있다. 교육계에 따르면 상당수 사립대는 폐교 시 설립자가 만든 자매 법인 등에 잔여 재산을 귀속시키는데, 문제는 범죄를 저지른 설립자나 운영자 측이 다시 가져가게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 같은 사립학교법의 ‘맹점’이 다시 부각된 것은 수백억 원대 잔여 재산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서남대의 폐교 방침이 확정되면서다. 교육부 관계자는 “한중대나 대구외대 등 앞서 폐교 방침이 내려진 학교는 잔여 재산이 거의 없어서 귀속 주체가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면서도 “청산 절차를 거쳐봐야 알겠지만 서남대는 병원 등 기본수익재산이 많아 폐교 후 잔여재산 규모가 800억~1,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서남대는 2012년 설립자인 이홍하 전 이사장이 서남대 교비 333억원을 포함해 본인이 설립한 4개 대학에서 1,000억원이 넘는 돈을 횡령해 구속된 것을 기점으로 187억원 상당의 누적 부채에 시달리는 등 위기를 겪다 폐교 수순을 밟고 있다. 때문에 현재 잔여재산의 조성과정이 확인되지 않지만, 등록금으로 조성된 교비 등이 포함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서남대가 폐교될 경우 잔여 재산은 정관에 따라 이 전 이사장이 설립한 신경학원 또는 서호학원으로 넘어 간다. 두 학원 모두 이 전 이사장의 가족들이 운영에 깊숙이 개입했었다. 서남대가 폐교되면 횡령금액 333억원에 대한 이 전 이사장의 보전 의무도 사라지게 된다.

이 같은 상황을 막기 위해 교육부와 일부 국회의원들이 사립학교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지만,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 등이 사립학교의 재산은 사립 법인의 소유이므로 국가가 헌법상 보장된 재산권을 침해할 수 없다는 반발하고 있다. 이재력 교육부 사립대학제도과장은 “등록금 등으로 조성된 교비를 이 전 이사장이 횡령해 폐교까지 이른 만큼 실질적 피해자는 학생과 교직원”이라며 “위헌논란을 불식시킬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남대가 폐쇄되는 내년 2월까지 법안이 개정되지 않을 경우 재산 회수가 어렵다는 관측이 많지만, 그때까지 국회 본회의 통과가 가능할지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여당의 한 관계자는 “야당과 합의가 되지 않아 회의 날짜조차 쉽게 잡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조원일 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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