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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銀→金→銀→銀→金’ 에너자이저 이승훈, 전설로 승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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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銀→金→銀→銀→金’ 에너자이저 이승훈, 전설로 승화하다

입력
2018.02.25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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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스포츠경제 정재호]

이승훈/사진=연합뉴스.

경포호를 모티프로 삼은 아름다운 타원형의 강릉 오발(강릉 스피드 스케이팅 경기장)이 야간 조명과 멋들어지게 어우러져 자태를 뽐낸 지난 24일 밤 이곳에서 처음으로 애국가가 울려 펴졌다.

국기 게양대에 태극기가 올라가고 시상대의 가장 위에 선 이승훈(30ㆍ대한항공)은 감동의 여운을 조금이라도 더 느끼려는 듯 밤이 늦은 시간임에도 자리를 떠나지 않고 있던 많은 관중들과 함께 애국가를 불렀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스피드 스케이팅 종목에 걸린 마지막 금메달이 이승훈에게 돌아갔다. 이날 이승훈은 스피드 스케이팅 남자 매스스타트 결승전에서 가장 먼저 피니시 라인을 통과했다. “이승훈은 막판 스퍼트가 무서운 선수”라고 잔뜩 경계했던 빙속 황제 스벤 크라머(32ㆍ네덜란드)의 말대로 이숭훈의 폭발적인 스퍼트에 경기장은 떠나갈 듯한 함성으로 들썩였다.

숨은 조력자는 띠 동갑인 정재원(17ㆍ동북고)이다. 이승훈 뒤에는 정재원의 희생이 존재했다. 이를 아는 이승훈은 레이스가 끝나고 가장 먼저 정재원을 찾아 손을 번쩍 들어줬다. 정재원이 중반 이후 후미 그룹 선두에 서서 레이스를 끌어줬고 라이벌 크라머를 조급하게 만든 것이 주효했다. 크라머는 4바퀴를 남겨두고 스퍼트를 했으나 금세 체력이 고갈돼 따라 잡혔다. 이때까지 힘을 비축한 이승훈은 약 2바퀴를 남기고 치고 나왔으며 마지막 곡선 주로에서 환상적인 코너워크로 선두를 굳힌 뒤 그대로 질주해 가장 먼저 들어왔다.

평창올림픽에서 첫 정식 종목이 된 매스스타트는 개인 종목이지만 최강의 팀플레이가 금메달을 일궈냈다. 이승훈은 “(정)재원이 있었기에 마지막 스퍼트가 가능했다”며 “고맙고 앞으로 나보다 더 멋진 선수가 될 거라고 확신한다”고 전했다. 정재원은 "후반에 많이 지쳐있는 상태였고 (이)승훈 형이 치고 나가는 걸 보면서 '아 이제 내가 할 일은 끝났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금메달에 보탬이 됐다니 기쁘다”고 화답했다.

매스스타트 금메달은 단순한 금메달 이상의 의미를 안긴다. 매스스타트 초대 금메달리스트가 된 이승훈은 스피드 스케이팅 선수로는 아시아 최고인 5번째 올림픽 메달을 금빛으로 장식했다.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5,000m 은메달을 시작으로 1만m 금메달을 땄고 2014 소치올림픽에서는 팀 추월에서 은메달을 획득했다. 평창에서는 팀 추월 은메달에 이어 매스스타트에서 대미를 장식했다. 황제 크라머도 하지 못한 장거리의 모든 종목에서 2위 이상의 성적을 낸 최초의 선수로 거듭났다.

무엇보다 놀라운 건 체력이다. 다음 달이면 만 30세가 되는 이승훈이 2주 동안 평창의 실전 경기에서 탄 거리만 3만7,400m(7차례 레이스)에 달한다. 이승훈은 "운동선수에게는 훈련뿐“이라며 ”동료들보다 더 하려고 했고 어린 친구들보다 앞장서려고 했다. 5,000m와 1만m 스퍼트는 체력 없이는 안 된다. 그동안 훈련을 잘해왔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결을 밝혔다. 제갈성렬(48) 의정부시청 빙상단 감독은 “하루 동안 예선을 한 번 치르고 결승도 했다. 철인 같은 모습이다. 체력이 고갈 상태에서도 놀라운 정신력을 발휘했다. 기적적인 일이라고 표현하고 싶다”면서 “정재원이 후미 그룹의 선봉에 서면서 컨트롤을 해줬다. 둘이 협력해서 만들어낸 금메달”이라고 평가했다.

지칠 줄 모르는 이승훈의 꿈은 이대로 멈추지 않는다. 평창올림픽 때문에 신혼여행도 미룬 그는 “오랜 시간 묵묵히 도와준 아내에게 너무 고맙다”고 표하며 “베이징올림픽을 준비하겠다. 그냥 참가에 목적을 두지 않고 지금보다 더 멋진 모습으로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강릉=정재호 기자 kemp@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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