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박상준 기자

등록 : 2017.10.21 04:40

[소방관, 헌신의 DNA] 도움 준 소방관에 경의를 표하는 방법

등록 : 2017.10.21 04:40

‘불꽃-‘ 연재하는 휴빛 작가

상담, 밥차 운영하는 홍성아 교수

전시회 연 이상정 갤러리 대표

“활약, 고생 국민에 제대로 알려야”

18일 오후 서울 종합방제센터. 소방관 10여 명이 특별한 식사를 맛보기 위해 모였다. 심리상담 전문가인 홍성아 성공회대 겸임교수가 소방관들을 위해 손수 장만한 낙지볶음, 샐러드, 김밥 등이었다.

홍 교수는 “극심한 스트레스 속에서 일하는 소방관들에게 밥 한끼 대접할 수 있는 것 자체가 고맙죠”라며 흐뭇해 했다. 홍 교수는 지난해 11월부터 ‘홍 셰프의 밥차(홍차)’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페이스북에서 한 소방관이 출동 준비를 하면서 직접 식사를 차려 먹는 것을 보고 밥 한끼 차려 줘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늘 긴장 상태에 있는 소방관들인데 끼니도 거른 채 현장으로 달려가서야 되겠어요?”

홍성아 성공회대 겸임교수가 18일 서울종합방재센터에서 소방관들에게 직접 만든 저녁을 대접하며 즐겁게 얘기를 나누고 있다. 류효진기자 jsknight@hankookilbo.com

홍 교수와 소방관의 인연은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년 넘게 심리 상담을 진행해 온 홍 교수는 경기재난안전본부로부터 경기 이천 물류창고 화재 진압에 참여했던 소방관들을 대상으로 심리 상담을 진행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홍 교수는 처음 접하는 대상이라 자료를 찾던 중 성수대교ㆍ삼풍백화점 붕괴 현장에 있던 소방관들 얘기를 모은 사례집을 읽고는 펑펑 울었다고 했다. “소방관을 너무 몰랐던 제 자신이 부끄럽기까지 했어요.”

심리 상담은 한 달 동안 이어졌다. 처음에는 상담 자체를 꺼려 하던 소방관들이 마지막에는 눈물을 흘리며 마음에 담아 둔 얘기를 꺼냈다. 이후 홍 교수는 베테랑 소방관들이 스트레스 받은 동료 소방관들의 심리를 응급 처치할 수 있는 동료상담지도사 과정 개발에 참여했다. 그리고 이 프로그램은 각 지방소방본부에 보급되고 있다. 이를 통해 전국의 소방관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심리 상담을 진행 중이다.

국내에서 처음 소방 현장을 다룬 웹툰 ‘불꽃에 휘날리다’를 그리고 있는 작가 휴빛씨는 소방관의 도움으로 어머니의 목숨을 구한 적이 있다. “대학 다닐 때 어머니가 갑자기 쓰러지셨어요. 119 구급대원들이 빨리 와줬고 응급 처치를 제 때 해줬어요. 심근경색이었습니다. 조금만 늦었으면 돌아가실 뻔한 상황이었어요. 119 덕분에 목숨을 구한 거죠.”

소방관을 주제로 한 웹툰 '불꽃에 휘날리다'를 그리고 있는 휴빛 작가가 서울 고덕119안전센터에서 방화복 체험을 한 뒤 최양규(왼쪽) 소방관, 이형은 소방관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휴빛 작가 제공

이후 미술강사로 일하면서 한 포털 사이트로부터 웹툰 연재 제안을 받은 뒤 불현듯 소방관을 떠올렸다. 포털 연재보다는 재능 기부로 웹툰을 그려보자고 마음 먹고 자료조사 차 서점을 가던 중 화재 현장을 목격했다. “짙은 연기가 뿜어져 나오는 건물 지하로 망설임 없이 진입하는 소방관을 보면서 이들의 활약을 알려야겠다고 다짐했어요.”

집 근처 경기 광주소방서 능평119안전센터를 무작정 찾아가 소방관들을 인터뷰했고 업무를 공부했다. 그렇게 해서 소방관이 일하는 현장을 최대한 사실적으로 그리고 있다. “화재 현장에서 마스크 안 쓰면 바로 죽을 수 있는데도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소방관들이 마스크 안 쓰고도 아무렇지 않게 돌아 다니는 것으로 묘사합니다. 그러면 소방관 사기는 확 떨어져요.” 휴빛 작가는 요즘 소방관 뮤지컬팀 ‘하트 세이버’와 뮤지컬 공연 준비도 하고 있다.

휴빛 작가가 소방관의 현장 활동을 주제로 그린 웹툰 '불꽃에 휘날리다'. 휴빛 작가 제공

“2000년대 초중반에 아버지가 누워 계셨어요. 100㎏이 넘는 큰 체격이셨는데 자주 쓰러지셨죠. 그러면 혼자 있던 어머니는 어쩔 줄 몰랐고요. 그 때마다 119 구급대가 아버지가 치료를 받던 서울대병원까지 아버지를 안전하게 모셔 주셨어요. 얼마나 고마웠는지 몰라요.”

이상정 L153아트컴퍼니 대표 역시 과거 119 구급대의 도움을 받았던 일을 두고두고 잊지 못한다. 10년이 지나 소방관들이 장갑 등 꼭 필요한 물품도 제대로 공급 받지 못하는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다는 TV 프로그램을 보고 나서 과거 받았던 도움을 조금이라도 갚으려 나섰다. 5월 자신이 운영하는 서울 연희동 L153 갤러리에서 소방관을 위한 전시회 ‘퍼스트 인 라스트 아웃(FIRST IN LAST OUT)’을 열었다. 젊은 예술가들의 창작 프로젝트 그룹 필로(FILO)와 함께 소방 폐장비를 이용한 설치작품을 전시하고 토크쇼를 접목한 행사였다. 재능기부 한 작가들과 후원자들도 소중한 힘을 보탰다. “소방관들이 자신들이 하는 일을 주제로 예술 전시회를 하는 것은 처음이라며 고마워 했어요. 저도 도움 줄 수 있는 일이 있구나 싶어 오히려 좋았죠.”

이상정 L153아트컴퍼니 대표가 운영하는 서울 연희동 L153 갤러리에서 열린 전시회 '퍼스트 인 라스트 아웃' . 이 대표는 재능 기부를 한 작가들과 여러 후원자들과 함께 젊은 예술가들의 창작 프로젝트 그룹 '필로'의 전시회 개최를 적극 도왔다. 이상정 대표 제공

이 대표는 현재 몇 곳의 지방자치단체에 전시회 공간 제공 협조를 요청한 상태다. “근무 중 부상 입거나 목숨을 잃은 소방관들의 자녀들이나 유가족에 대한 지원은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알리고 싶습니다. 토크쇼 등을 통해 소방관과 국민들이 소통할 수 있는 자리를 많이 만들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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