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명 봉송주자 7일간 114㎞ 질주
남북 국민 수 상징 총 750명 참여
2018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남북에 찾아온 해빙기류는 접경지대 겨울공기 마저 훈풍으로 바꿔놨다. 평창올림픽 5대 가치 중 하나인 ‘평화’를 실현하기 위해 마련된 최북단 민간인출입통제선(민통선) 자전거 성화봉송 첫째 날인 19일 경기 파주시 남북출입사무소 인근 날씨는 그 어느 때 보다 화창했다. 수은주는 5도로 올랐고 며칠간 시야를 흐렸던 미세먼지ㆍ초미세먼지 농도도 ‘보통’으로 화답했다
평화올림픽 실현에 동참하기 위해 모여든 시민들의 표정도 이날 하늘만큼 밝았다. 개성공단을 불과 15㎞ 앞에 둔 곳, 지금은 가로막혀 더 이상 ‘출입’의 기능을 하지 못하는 이 곳에 8명의 봉송 주자가 자전거를 들고 섰다. 그 뒤를 600여명의 부주자ㆍ서포터들이 받쳤다. 각자 사는 곳과 하는 일은 달라도 이번 올림픽을 통해 한반도에 평화가 깃들기를 바라는 마음은 하나 같았다.
서울에서 자영업을 하는 김정식(72)씨는 “자전거를 20여 년간 탔지만 비무장지대(DMZ)를 달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남북이 서로 한 발씩 양보해 시끄럽지 않게 지냈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서울시 서초구자전거연맹 소속 양현석(66ㆍ피트니스센터 운영)씨는 “과거 분단된 독일에서는 민간인들이 먼저 자유왕래를 해서 통일을 앞당기지 않았냐”면서 “자전거를 타고 백두산까지 가게 될 날이 하루빨리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봉송주자로 참여한 가수 김창완(63)씨는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람이 없을 평화의 대행진에 참여하게 돼 너무 가슴이 벅차다”며 “올림픽에 남북이 함께 참여하게 됐으니, 이젠 상징을 넘어 실질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평화가 무르익게 될 것”이라고 감격해 했다.
남북출입사무소를 출발해 통일대교를 건넌 성화는 14㎞를 달려 율곡 습지공원에 도착했다. 이곳에서는 65년 만에 ‘임진 클래식’이 재현됐다. 임진 클래식은 한국전쟁 당시 파병된 캐나다 군인들이 친목을 도모하고 향수를 달래기 위해 임진강에서 열었던 아이스하키 경기다. 당시 캐나다 군인들은 겨울이면 임진강 얼음이 두껍게 언다는 것을 알았고 고국에서 직접 하키 장비를 들여왔다. 이 행사에는 실제 참전 군인 3명도 함께했다. 클로드 샤를랭씨는 “오늘 이 곳에 오니 그 때의 한국을 떠올리는 계기가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오전 비무장지대(DMZ) 유일한 민간인 마을인 대성동 ‘자유의 마을’을 거쳐온 성화는 남북출입사무소를 시작으로 연천, 철원, 고성 등 민통선 구간을 7일간 자전거로 달리게 된다. 휴전선과 맞닿아 있어 평화의 염원이 가장 진하게 배어있는 지역이다. 7일간 총 114㎞를 달리게 될 성화 봉송자는 39명이고, 함께 달리는 이들을 합하면 750여명이 넘는다. 750여명은 남북한 국민 7,500만명을 상징한다. 김찬휘 평창올림픽 조직위원회 성화봉송팀장은 “자전거의 앞 바퀴는 남한, 뒷바퀴는 북한을 뜻하는데, 이는 남북이 하나의 몸통으로 달리며 평화를 염원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파주=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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