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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누버, 사람이 운전하듯 서울 도심 매끄럽게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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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누버, 사람이 운전하듯 서울 도심 매끄럽게 달렸다

입력
2017.06.22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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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선 변경때 뒷차 먼저 ‘매너’

갑자기 차 끼어들자 급정거

대형차 지나갈 때 과하게 저속

신호등 앞 멈출 땐 ‘초보운전’

서울대 지능형자동차IT연구센터 연구원이 2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서 자율주행자동차 '스누버(SNUver)’의 자율주행을 선보이고 있다. 개발 1년8개월 만에 국내 최초로 도심 일반도로를 달린 스누버는 여의도 국회의사당 맞은편을 출발해 약 4㎞ 코스를 15분간 주행했다. 신상순 선임기자
서울대 지능형자동차IT연구센터 연구원이 2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서 자율주행자동차 '스누버(SNUver)’의 자율주행을 선보이고 있다. 개발 1년8개월 만에 국내 최초로 도심 일반도로를 달린 스누버는 여의도 국회의사당 맞은편을 출발해 약 4㎞ 코스를 15분간 주행했다. 신상순 선임기자

“이제 시작하겠습니다.”

22일 오후 2시, 은색 제네시스 차량이 갓길에서 도로로 막 진입하자 운전을 하던 연구원이 오른쪽 전면에 있는 ‘크루즈(주행)’ 버튼을 누른 뒤 손과 발을 동시에 운전대와 브레이크에서 뗐다. ‘너를 더는 운전하지 않겠다’는 명징한 몸짓. 그러자 핸들이 혼자 흔들리면서 차체 수평을 맞췄다. 마치 유령이 운전대를 잡은 듯, 차는 서울 여의도 국회 앞 대로를 부드럽게 달리기 시작했다. 속도가 조금 느릴 뿐, 함께 도로를 달리던 다른 차 운전자들이 미처 ‘사람이 운전하지 않는 차’라는 걸 눈치채기 어려울 정도로, 주행은 매끄러웠다.

차는 도로가 다소 한산해지자 최고 시속 50㎞까지 내달리는(?) 기백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다가도 정차된 버스 10m 뒤에서부터 조금씩 속도를 줄여 2m를 남겨두고 멈추는 기술도 뽐냈다. 여의도 순복음교회 앞에서 우회전을 위해 차선을 바꿀 때는 뒤에서 오는 차를 먼저 보내주는 매너까지 발휘했다. 시내버스가 많은 여의도환승센터 앞 오른쪽 차선에서 갑자기 차가 끼어드는 돌발상황이 발생, 급정거를 한 게 굳이 지적할 수 있는 ‘옥에 티’다. 운전자 개입 없이 이날 제네시스가 스스로 힘으로 국회 앞에서 12분간 선보인 약 4㎞ 주행은 전반적으로 무난한 안전운행이었다. 다만 운행 3시간째 뜨거운 날씨 탓에 5분간 전원이 꺼지는 해프닝도 있었다.

서울대 지능형자동차IT연구센터(IVIT)에서 독자적으로 연구ㆍ개발한 자율주행차 ‘스누버(SNUver)’가 국내 최초로 도심 도로 주행에 성공했다. 미국 자동차공학회(SAE)가 자율주행차 기준으로 내세운 5단계 중 스누버는 4단계(완전 자율주행 직전)에 속한다. 앞서 지난해 현대차에서 개발한 4단계 수준 ‘아이오닉’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야간 도심 자율주행에 성공한 적은 있지만, 차선이 좁고 보행자가 많아 복잡한 한국 도심에서 공개적으로 자율주행을 해낸 차량은 이날 스누버가 처음이다. 비공개지만 현대차도 이미 서울과 수도권 도심에서 자율주행 시험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율주행은 고성능 센서와 인공지능 기술로 운행된다. 실제 스누버 내부 운전대 옆 모니터에는 차 위에 설치된 라이다(lidar) 센서 4개와 안에 설치된 카메라 2대가 찍고 있는 장면이 실시간으로 표시됐다. IVIT는 “라이다 센서가 주변 지형지물과 물체를, 카메라가 색깔을 포착해 차선과 표지판, 신호등을 인식한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인지된 정보를 인공지능이 스스로 판단, 각 부품에 제어 명령을 내리게 된다.

자율주행차를 두고, 가장 걱정하는 부분은 역시 안전 문제. 지난해 미국 전기차업체 테슬라에서 개발한 자율주행차는 가드레일을 발견하지 못하고 충돌, 인명사고를 낸 일도 있었다. 완전 자율주행 시대에 등장할 무인 자동차가 운행을 하다가 사고를 냈을 때, 책임을 누가 질 것인가에 대해서는 논란이 여전하다.

IVIT는 이에 대해 “스누버의 경우 사람이 브레이크를 밟으면 수동으로 전환되고, 차량 외부에 급제동 버튼이 있어 위급상황 시 차를 강제로 멈출 수 있다”고 했다. 종합보험에도 가입된 상태다. 연구를 담당한 서승우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아직 자율주행차에 대한 보험금 지급 선례가 없는 만큼, 앞으로 보험 문제나 민ㆍ형사상 책임 소재와 관련한 논의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물론 기술 자체가 아직 완벽한 수준은 아니다. 이날도 방향지시등(깜빡이)을 수동으로 넣어야 하는 등 차선 변경이 자유롭지 않았고, 주변에 버스 같은 대형 차량이 지나갈 때 속도를 과하게 줄여 답답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신호등이나 장애물을 앞에 두고 멈춰 설 때는 마치 ‘초보운전자가 처음 도로에 나온 듯한’ 인상을 줄 정도로 자주 브레이크를 잡는 느낌이었다. 서 교수는 “도로 사정이 복잡하고 난폭운전이 잦은 우리나라 도로에 적응하는 것이 앞으로 풀어갈 할 숙제”라고 했다.

IVIT는 스누버의 단점을 보완한 ‘스누비(SNUvi)’도 곧 면허를 따 여의도에서 자율주행에 나설 예정이다. 스누비는 스누버에 비해 카메라를 대폭 보강해 사각지대를 줄였고, 차선 변경이 더 자연스러워지는 등 사람이 운전하는 것과 한층 더 비슷해질 것이라고 했다. 서 교수는 “올해 말까지 스누버와 스누비 두 대로 꾸준히 여의도에서 시험 운행을 진행, 다양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자율주행 수준을 한 단계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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