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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겹게 찬란한, 용천사~불갑사 상사화 로드

입력
2017.09.15 0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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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갑사의 빨간 꽃무릇 융단 위로 햇살이 쏟아지고 있다. 영광군청 제공
불갑사의 빨간 꽃무릇 융단 위로 햇살이 쏟아지고 있다. 영광군청 제공

문의 : 이번 여름엔 너무 더워서 움직이질 못했네요. 아침 저녁으로 바람도 시원하고 하늘도 쾌청한 걸 보니 벌써 가을인가 봅니다. 어디로든지 떠나고 싶은 날씨네요. 9월에 가면 더욱 좋은 곳 추천 좀 해주세요.

답변 : 네네~ 저도 요즘 날씨를 보면 저절로 엉덩이가 들썩거리고 마음이 요동치더라고요.

전남 영광에 불갑사와 함평에 용천사라는 사찰이 있는데 9월이면 마음을 달래주는 빨간 상사화가 피기 시작합니다. 영광 불갑사에서 15일부터 24일까지 상사화축제를 하고 있으니 날짜 맞춰서 다녀오시면 더욱 좋을 것 같네요.

요즘은 꽤 알려졌습니다만 상사화라는 꽃이 조금은 생소하시죠? 상사화는 상사병에서 유래된 꽃으로 알고 있습니다. 누군가를 그리워해서 생긴 병이 상사병이죠. 상사화는 잎과 꽃이 평생 동안 만나지 못한다는 꽃입니다. 한 스님이 어떤 여인을 죽도록 사랑했는데 그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죽어서 꽃이 되었다는 유래가 있어요. 불경 공부에 매진하면 상사화처럼 끝내 아름다운 꽃을 피울 수 있다는 의미로 절에서 많이 심는다는 설도 있답니다. 그래서 상사화가 군락을 이룬 사찰이 유난히 많습니다.

그런데 상사화냐 꽃무릇이냐는 논쟁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습니다. 엄밀히 상사화와 꽃무릇은 다른 꽃입니다. 꽃무릇은 꽃대가 먼저 올라온 뒤 꽃이 피고, 꽃이 지면 잎이 나옵니다. 개화시기는 8월말에서 9월 사이입니다. 반면 상사화는 7월말부터 8월 사이에 꽃이 핍니다. 잎이 먼저 나오고, 잎이 지면 그때서야 꽃이 핀다고 합니다. 색깔도 꽃무릇은 짙은 선홍색(빨간색)인데 비해, 상사화는 연한 보라색이나 노란색이라고 합니다. 불갑사 상사화축제, 고창 선운사 상사화축제 때 보는 꽃이 거의 꽃무릇인걸로 봐서 불가에서는 두 꽃을 모두 상사화라고 부르는 것 같습니다.

9월이면 불갑사로 드는 길목이 꽃무릇으로 가득하다. 영광군청 제공
9월이면 불갑사로 드는 길목이 꽃무릇으로 가득하다. 영광군청 제공
영광 불갑사 상사화축제가 15일부터 시작된다. 엄밀히 말하면 상사화가 아니라 꽃무릇이다.
영광 불갑사 상사화축제가 15일부터 시작된다. 엄밀히 말하면 상사화가 아니라 꽃무릇이다.
용천사~불갑사 산길에서 만나는 상사화.
용천사~불갑사 산길에서 만나는 상사화.
선홍색 꽃잎이 볼수록 찬란하다.
선홍색 꽃잎이 볼수록 찬란하다.
불갑사 담장아래 꽃무릇(혹은 상사화)
불갑사 담장아래 꽃무릇(혹은 상사화)
불갑사의 상사화 산책로. 영광군청 제공
불갑사의 상사화 산책로. 영광군청 제공

영광 불갑사에서 상사화축제를 열지만 함평 용천사도 함께 둘러보실 것을 추천해드려요. 행정구역만 다를 뿐 불갑사와 용천사가 모두 불갑산 자락이고, 두 사찰에서 모두 상사화를 볼 수 있답니다.

우선 가는 길을 알려드릴게요. 서해안고속도로 영광IC로 나와 함평의 용천사를 먼저 갈 것을 추천해드립니다. 영광 방면으로 가시다가 영광소방서에서 22번 국도를 타고 가시면 됩니다. 20여분 정도 가다가 원산삼거리에서 좌회전, 838번 지방도를 타고 가면 용천사 입구에 큰 꽃무릇 모형이 나옵니다. 주차장에서 용천사 입구까지도 상사화 천지입니다만, 용천사만 보고 되돌아 나오기 보다 구수재를 넘을 것을 권해 드립니다. 구수재는 용천사에서 불갑사로 넘어갈 수 있는 낮은 고개입니다. 용천사를 먼저 가는 이유는 이곳에서 영광 불갑사로 걷는 길이 더 편하기 때문입니다.

용천사 대웅전을 정면을 보고 오른쪽으로 가면 구수재로 가는 길이 나옵니다. 용천사에서 구수재까지는 오르막길인데 짧습니다. 15분 정도 걸립니다. 구수재에 오르면 힘든 구간은 다 지난 셈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구수재에서 20여분 정도 가면 또다시 정자가 나오는데 그곳에서 불갑사 쪽으로 향하면 이 구간이 메인 코스입니다. 불갑사로 가는 계곡 길은 경사가 약한 내리막이라 어려움이 없습니다. 습하지만 끈끈하지 않은 기분 좋은 길입니다. 계곡의 이끼와 붉게 타오르는 상사화 군락지를 보며 내려가는 최고의 코스입니다.

대부분 여행객들이 불갑사 주차장에서 불갑사 사이의 길만 걷고 가는데, 그 구간은 인공으로 심은 꽃들인 반면, 구수재에서 불갑사에 이르는 계곡의 상사화는 자연 그대로 피어난 꽃들이라 신비로움을 더해줍니다. 그 길을 30여분 정도 더 내려가면 불갑저수지가 나옵니다. 끝이라는 아쉬움을 달래주듯 잔잔한 물빛과 어우러진 상사화가 더욱 눈부십니다.

천년고찰 영광 불갑사를 둘러보고 법성포에서 굴비를 드시고 백수해안도로까지 드라이브한다면 더욱 알찬 여행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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