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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어정쩡한 경제 상황이 통화정책 프레임 흔든다

입력
2017.11.07 15:26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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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제가 상승 기류를 타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10월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다. 글로벌 투자 및 무역과 산업 생산의 반등이 예상보다 강한 회복세를 견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물가상승률 전망은 선후진국 가릴 것 없이 소폭 하향했다. 경기와 물가의 흐름에 괴리가 생긴 것은 기술 발전, 경쟁 심화, 인플레이션 기대 약화, 낮은 생산성 증가율 등 구조적 요인이 배경이다.

세계경제는 인플레이션을 부를 만큼 과열되지도, 경기후퇴 우려가 나올 만큼 위축되지도 않은 상태다. 그래서 통화긴축 속도를 가속하기도, 늦추기도 어렵다. 유럽중앙은행(ECB)은 10월말 양적 완화 정책의 강도를 절반 낮추는 선에서 긴축정책의 시동을 걸었다. 양적 완화 조치를 적어도 내년 9월까지 계속할 예정도 밝혔다.

경기회복에도 양적 완화를 종료하지 않으면 자산가치를 ‘오버 슈팅’하게 만든다. 게다가 경제 위기가 다시 닥칠 때 유용한 카드가 제한된다. 초저금리와 양적 완화 정책이 국제유동성을 부풀려 주택이나 일부 금융자산 가격의 과도한 상승을 부추겼고, 금융리스크 우려를 간과하게 만들었다는 비판도 받는다.

항해사가 나침반에 의존하듯, 중앙은행은 물가상승률에 정책운용의 기준을 둔다. 그런데 글로벌화와 기술 진보 등으로 물가상승률이 낮은 상황에서 물가목표 달성을 위해 저금리를 지속하면 물가보다는 오히려 금융사이클 진폭만 키울 수 있다. 국제결제은행(BIS)의 보리스(Boris)는 중앙은행은 이제 물가안정보다 금융안정에 비중을 두는 통화정책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연내 인상될지, 시장 관심이 뜨겁다. 인상예상 근거는 튼실하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12월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한미 간 금리역전으로 자본이 빠져 나갈 수 있다. 지난 3ㆍ4분기 성장률이 1.4%에 달해 올해 성장률도 3.0% 이상 달성이 무난하다. 시장금리는 기준금리 인상 전망을 이미 반영했다.

물론 금리인상에 대한 신중론도 만만찮다. 무엇보다 지난 3ㆍ4분기에 기록한 성장세의 지속을 장담할 수 없다. 설비투자와 건설투자가 내년 중 큰 폭으로 둔화할 가능성이 높다. 물가상승률도 내년에 목표 2%를 하회할 가능성이 있다. 금리 인상의 목적이 물가안정이 아니라 부동산 가격이나 가계부채 안정화에 맞춰진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인플레에 대한 중앙은행의 역할을 간과해서도 안되겠지만 자산시장에 대한 영향력을 과소평가해도 곤란하다. 금리 인상의 영향은 실물보다 자산·금융시장에 더 빠르고, 더 크게 나타난다. 경기회복이 견조하지 않은 상황에서 금리인상은 자산시장이나 금융시장을 위축시키고, 이는 다시 실물경기를 냉각시킬 수 있다.

기준금리 향방은 결국 경기가 건실한 흐름을 타는지, 물가상승 흐름이 기조적인지에 대한 판단에 달려 있다. 경제상황 판단에는 더 많은 데이터와 배경분석이 필요하다.

통화정책은 실물경기나 국제금리의 추세를 크게 벗어나기 어렵다. 물가상승 요인의 축적도 어떤 계기에 현실화될지 모른다. 따라서, 금리인상을 마냥 미루기 어렵다면 통화정책 전환비용을 어떻게 최소화하느냐에 관심을 모아야 한다. 과도한 긴축에 따른 금융안정 저해 가능성 등도 고려해 인상속도도 신중할 필요가 있다.

GDP통계는 분기마다 발표돼 정책타이밍을 놓칠 위험이 있다. 실물지표에 금융지표를 많이 가미한 ‘나우캐스트(Nowcast)’ 방식 등을 활용하고 정책운용에 반영해야 한다.

현재의 경제 상황은 정책 당국 간 조화로운 정책조합 운용을 절실히 요구한다. 특히 금융안정에 대한 협력체제를 강화해야 한다. 경기대응과 장기성장에 대한 재정과 관련당국의 역할을 더욱 확대할 필요가 있다.

정순원 전 금융통화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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