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럭비공’ 트럼프 북핵 해법에 촉각

알림

‘럭비공’ 트럼프 북핵 해법에 촉각

입력
2016.11.10 04:40
0 0

대화 강조해 대북제재 기조와 배치

중에 책임 넘겨 사태 악화 우려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

‘흥정’이냐, ‘뒷짐’이냐.

한반도 최대 현안인 북핵 문제에 대해 좌충우돌 발언을 쏟아낸 도널드 트럼프가 9일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기대와 우려가 엇갈리고 있다. 북한의 핵 능력 고도화를 방치한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비핵화의 해법을 모색할지, 아니면 고립 성향의 ‘미국 우선주의’에 갇혀 중국에 책임을 떠넘기며 핵 위기를 더 악화시킬지 주목된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과정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수 차례 ‘핵을 가진 미치광이(maniac)’라고 지칭하며 위험성을 부각시켰다. 또한 “북한이 진짜 핵무기를 갖게 되면 사용하는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여기까지는 미 정부의 기존 인식과 별 차이가 없다.

하지만 해법은 정반대다. 대북제재와 압박이 아니라 대화를 우선 앞세우고 있다. 딱히 전제조건을 달지도 않는다. 특히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6월 유세에서 “김정은을 미국으로 초청해 같이 햄버거를 먹으면서 협상할 것”이라며 파격적인 제안도 서슴지 않았다. 이처럼 김 위원장을 대화와 협상의 상대로 인정하는 것은 국제사회의 대북접근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심지어 “김정은을 설득해 핵무기를 포기하도록 할 확률이 10~20%”라며 마치 도박을 즐기듯 북핵 문제를 다루고 있다. 윤덕민 국립외교원장은 “트럼프는 스스로를 협상의 달인이라고 생각하며 비즈니스적 감각으로 현안에 접근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같은 트럼프 당선인의 구상은 한편으로 꽉 막혀 있는 북핵 문제를 풀어가는 돌파구가 될 수 있다. 특히 북한이 지난 9월 5차 핵실험으로 사실상 핵 완성 단계에 접어들어 ‘레드라인(금지선)’에 근접하면서, 대선 경쟁자였던 힐러리 클린턴 진영에서도 핵 문제를 우선순위에 올려놓고 대북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요구가 비등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인은 김 위원장을 거명하면서도 대화와 협상의 구체적인 방법론을 제시하지 않아 그의 발언들은 구상이 아니라 공상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대북제재의 허점을 보완하며 압박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리려는 시점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트럼프 당선인은 비핵화를 위해 중국의 역할을 동시에 강조하는 자기모순에 빠져 있다. 그는 1차 대선 TV토론에서 “북한 문제는 중국이 풀어야 한다”며 “북한에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나라가 중국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중국을 강하게 압박해 북한의 태도변화를 유도하려는 취지이지만, 모든 부담을 감수하고라도 직접 협상에 나서겠다는 자신의 기존 입장을 뒤집은 것이다. 또한 향후 대중관계가 틀어질 경우 북핵 문제는 손도 대지 않고 으름장만 놓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 더구나 트럼프 당선인은 “이란 핵 협상 때 북핵 문제를 연계했어야 한다”고 서로 다른 성격의 핵 문제를 끌어들이며 비핵화에 대한 무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정부 소식통은 “아직은 트럼프의 북핵 접근이 종잡을 수 없는 유세 발언 수준”이라며 “얼마나 현실에 맞게 조율해 가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