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임금 비율도 美 다음으로 높아, 임금상승률 높지만 고임금직 집중
우리나라 근로자의 임금불평등 수준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세 번째로 높다는 분석이 나왔다. 중위임금(임금을 높은 순서대로 나열했을 때 가운데 값)의 3분의 2미만을 받는 저임금 근로자 비율도 미국 다음으로 높았다. 경제사회발전 노사정위원회는 12일 발표한 ‘2014 임금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임금 불평등 정도를 나타내는 임금 10분위 배율은 2012년 한국이 4.71로 OECD 회원국 중 미국(5.22) 이스라엘(4.91)에 이어 세 번째로 높았다. 2001년 8위에서 큰 폭으로 높아진 것이다. 임금 10분위 배율은 임금 하위 10%의 노동자와 상위 10% 노동자의 임금 비율을 나타낸 것으로, 불평등이 심할수록 높아진다. 한국은 2001년에는 4.09로 에스토니아(5.88) 이스라엘(5.37) 칠레(5.21) 포르투갈(4.65) 미국(4.63) 폴란드(4.13) 헝가리(4.12)에 이어 여덟 번째였다.
하지만 한국의 임금상승률은 다른 나라에 비해 매우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2000~2007년 OECD 회원국의 평균 임금상승률이 연평균 0.8%, 2007~2013년은 0.4%를 기록했으나 한국은 같은 기간에 2.4%와 1.3%를 기록, 세 배나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보고서 주요 집필자인 정이환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이처럼 임금상승률과 임금불평등이 동시에 높아진 것은 고임금 직종에 임금상승이 집중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결과적으로 가파르게 오른 임금 상승의 수혜가 대기업 등 일부 근로자에게 돌아갔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2012년 기준 한국의 저임금 근로자 비율은 25.1%로 OECD 평균(16.3%)과 비교할 때 매우 높았으며, 국가별 순위에서는 미국(25.3%) 다음으로 높게 나타났다.
물가 차이를 반영한 구매력 환산 임금의 경우 한국 근로자는 연간 3만6,354달러를 받아 이탈리아(3만4,561달러), 일본(3만5,405달러)보다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1990~2013년 임금증가율은 1.69를 기록해 거의 정체를 보인 일본의 1.05보다 훨씬 높았다. 같은 기간 미국은 1.33, 스위스는 1.25, 호주는 1.35를 기록했다. 정 교수는 그러나 “이는 풀타임 근로자의 연간 총임금을 기준한 것”이라며 “시간당 임금에서는 한국이 일본과 이탈리아보다 낮았다”고 말했다. 결국 한국 근로자들이 노동시간이 길어 임금이 상대적으로 많아졌다는 설명이다. 이번 보고서는 임금관련 가이드라인 및 통계자료가 노사 단체별로 큰 차이를 보이는 점을 개선하기 위해 노사정위원회 산하 임금연구위원회가 국제기구의 임금통계를 비교 분석해 발간한 것이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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