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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뜨고 당할 수만은…” 개미ㆍ기업들 공매도에 선전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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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뜨고 당할 수만은…” 개미ㆍ기업들 공매도에 선전포고

입력
2016.02.1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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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떨어지면 이익 보는 ‘공매도’

지난달 거래금액 6조9987억

코스피의 7.33%... 사상 최고

“주식 대여 없는 증권사로 계좌이동”

개미들 반격 나서자 일부 기업 동참

고평가 주식 거품 제거 순기능 불구

시장에 혼선ㆍ주가 왜곡 등 피해

투명성 강화 공시제는 국회서 낮잠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복합 위기에 국내 증시가 휘청대면서 주가가 떨어질수록 이익을 보는 공매도 투자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코스피 시장에서 차지하는 공매도 거래금액이 지난달 사상 최대를 기록했고, 개인 투자자는 물론 기업까지 직접 나서 공매도와의 전쟁을 선포하는 등 논란은 한층 거세지는 형국이다.

공매도 비중 사상 최고 경신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공매도 거래금액은 6조9,987억원으로 코스피 시장 총 거래대금의 7.33%를 차지했다. 2008년 6월 관련 집계를 시작한 이래 최고 기록이다.

‘없는 것을 판다’는 뜻의 공(空)매도는 주식을 갖고 있지 않은 투자자가 증권사로부터 해당 주식을 빌려 판매한 뒤 나중에 갚는 행위다. 주식을 판 뒤 결제일이 3일 안에 돌아오는 점을 이용한 초단기 매매 기법이다. 주식 매도 뒤 주가가 하락할수록 차익은 커진다. 가령 악재가 발생해 주가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A기업의 주식을 투자자가 증권사로부터 빌려 현재 주가인 10만원에 판 뒤 주가가 7만원으로 떨어졌을 때 갚았다면, 이 투자자는 3만원의 이익을 보게 된다. 결과적으로 보면 해당 주식을 7만원에 사서 10만원에 판 것이 되기 때문이다. 반대로 공매도용 주식을 팔았다가 주가가 오르면 손해를 입는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개인도 증권사로부터 주식을 빌려 공매도를 할 수 있지만 증권사와의 신용관계, 한정된 투자자금 등으로 한계가 있다”며 “주로 공매도를 하는 세력은 외국인과 기관 등 주식시장의 큰손들”이라고 말했다.

개미ㆍ기업 모두 ‘공매도와의 전쟁‘

주가가 떨어지면 공매도에 나선 큰손은 이익을 보지만 일반 투자자들은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일반 투자자들이 최근 공매도용 주식을 빌려주지 않는 증권사로 주식을 옮기는 ‘공매도 방어’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코스닥 시가총액 1위 기업 셀트리온이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공매도용 주식을 빌려주지 않는 KB투자증권으로 이달 들어서만 130만주, LIG투자증권으로 35만주, 유진투자증권으로 10만주의 셀트리온 주식이 이관된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상장 주식의 평균 공매도 비율이 4~5% 수준인데 비해, 셀트리온의 경우 20%를 넘나들며 주가 하락을 부추긴다는 것이 이들의 판단이다. 공매도 비중이 높은 SK하이닉스ㆍ바이로메드ㆍ호텔신라 등의 개인 투자자들도 계좌이관 운동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회사가 직접 공매도와의 전쟁에 나선 사례까지 나왔다. 모니터 생산ㆍ개발 기업 토비스는 설 연휴 전날인 5일 “주식 대차 서비스 해지를 요청하거나, 대차 거래가 지원되지 않는 증권사로 보유주식을 이관해 달라”는 공지를 회사 홈페이지에 띄웠다. 지난해 2월 2만원을 넘겼던 주가가 공매도 거래량이 급격히 늘면서 8,000원 밑으로 떨어지는 등 불과 1년만에 3분의 1 토막이 났기 때문이다. 공지에 힘 입어 이 회사 주가는 이날 하루 12% 넘게 급등했다.

공매도 투명성 높여야

물론 공매도의 긍정적인 효과는 있다. 임동민 교보증권 수석연구원은 “공매도는 고평가된 주식의 가격이 떨어질 것을 예상하고 투자하는 것이기 때문에 주가의 거품을 빼고, 적정가격을 찾도록 하는 순기능이 있다”고 말했다. 주가가 하락하는 상황에서도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투자방법을 다양화하고, 기업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효과도 있다.

문제는 “자금력을 지닌 대형 투자자들이 주가를 과도하게 떨어트려 시장에 혼선을 주고 주가 왜곡을 부를 수 있다는 것“(백찬규 KB투자증권 선임연구원)이다. 결국 대규모 공매도 세력의 정보를 공개하는 등 투명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특정 종목의 공매도 잔고가 발행주식의 0.5% 이상일 경우 투자자 정보를 공개토록 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2014년 2월 발의됐으나 여전히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해당 법안을 낸 김종훈 새누리당 의원실 관계자는 “여야의 쟁점 법안에 묻혀 제대로 논의조차 못해본 상태”라고 말했다. 백찬규 선임연구원은 “국제증시ㆍ유가 하락 등이 변수로 작용하면서 국내 증시에서 공매도는 당분간 늘어날 것”이라며 “공매도를 시장에서 없앨 수는 없기 때문에 선의의 개인 투자자들이 괜한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하는 안전장치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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