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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파인더] 지표상 ‘경기침체’라 할 순 없지만... 한국 경제 먹구름 꼈다

입력
2018.05.21 04:4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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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두 부의장 “침체 국면 초입”

김동연 부총리는 “회복 이어가”

선행지수 순환변동치 6개월 간

100.8→100.4 기록하며 보합세

제조업 업황은 90→82로 뚝

반도체만 호황 경기전반 위축

전문가 “이상신호 선제적 대비를”

김광두(왼쪽)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과 김동연 부총리. 한국일보 자료사진, 연합뉴스
김광두(왼쪽)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과 김동연 부총리. 한국일보 자료사진, 연합뉴스

“경기가 침체 국면 초입에 있다.”(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

“수출이 두 달 연속 500억달러를 넘은 것은 사상 처음이다. 회복이 이어지고 있다.”(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한국 경제의 현 상황에 대한 진단을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김 부의장이 사회적관계망서비스(SNS)에 남긴 문장 한 줄에 김 부총리가 곧 바로 “성급하다”고 반박하면서 경제팀 안에서도 ‘위기론’과 ‘회복론’이 충돌하고 있다. 일각에선 경제팀의 엇박자와 김 부총리의 잘못된 경기 진단이 엉뚱한 처방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고 있다. 과연 누구의 말이 맞는 걸까?

20일 통계청과 경제연구소 등에 따르면 경기 흐름을 종합적으로 파악하고 전환점을 단기 예측할 땐 주로 선행지수 순환변동치가 활용된다. 이 지표는 재고순환지표, 소비자기대지수, 건설수주액 등 8개 지표에 가중치를 부여해 도출하는 선행종합지수에서 추세 변동을 제거한 것이다. 100 미만이면 불황으로 보고 초과면 호황으로 판단하는데 통상 6개월간 방향성을 통해 경기의 흐름을 읽는다. 지표가 현재까지와 반대방향으로 2분기 이상 움직이면 이 시점을 경기전환점 발생 신호로 파악한다. 김 부총리가 “월별 통계로 판단해선 안 된다”고 지적한 이유다. 경기는 ‘후퇴기→침체기(수축 국면)→회복기→호황기(확장 국면)’ 순서로 진행되는데, 적어도 2분기 이상 하락 국면이 이어져야 경기 수축기로 볼 수 있다.

최근 6개월간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2017년 10월 100.8→11월 100.7→12월 100.7→18년 1월 100.8→2월 100.6→3월 100.4을 기록했다. 전반적으로 보합세다. 정부가 경기 수축기로 판단했던 2011년 7월~2011년 11월 순환변동치가 5개월 연속 하락하며 100.6에서 99.6으로 떨어진 것과 비교하면 현 시점을 경기가 정점을 찍고 후퇴하고 있다고 보긴 어렵다. 김현욱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경제연구부장은 “1분기 경제성장률(전분기 대비 1.1%)과 세계경제 회복세 등을 종합해 봐도 경기가 하락 국면으로 접어들었다고 진단하긴 힘들다”고 설명했다.

현재 한국경제가 2013년 3월 저점에서 시작한 '제11순환기'에 속해 있다고 보고 있는 통계청은 정점에 대해선 아직 아무런 결론도 안 냈다.

그러나 부정적 신호가 없는 것은 아니다. 김 부의장의 경고처럼 경기 흐름과는 별개로 전통 제조업의 부진, 반도체의 ‘나홀로 호황’ 등 앞으로 구조적 문제로 경기 전반이 위축되고 있다는 게 현장 목소리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는 “제조업 가동률은 70%를 갓 넘는 수준으로 떨어졌고, 제조업의 재고 대비 출하 비율은 114.2%로 치솟았다”며 “사실상 반도체 호황을 제외하면 제조업 전반이 부진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도 최근 ‘경기침체 진입의 확실한 증거들’이라는 국가미래연구원 기고에서 “대기업 제조업의 업황실적지수는 지난 6개월간 90에서 82로 꾸준히 떨어졌다“며 “기업 실적뿐 아니라 수출기업의 설비투자 전망도 어둡다”고 강조했다.

민간 경제연구소에서도 경기 성장세가 약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은 투자가 3월부터 뚜렷이 둔화하고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한국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경기선행지수 추세가 모두 2개월 이상 꺾였고, 3월 제조업 생산지표가 안 좋은 데다 4월 수출이 감소세로 전환한 점을 들어 경기가 꺾이고 있다는 데에 무게를 뒀다. 골드만삭스도 한국 경제의 성장 신호로 해석하는 자체 집계 월별 지수인 경제활동지수가 3월 3.6%에서 4월 2.5%로 하락했고, 경기선행지수 역시 지난 2개월간 내림세로 경기지표가 부진하다는 입장이다.

결국 종합하면 통계상으로는 아직 경기가 후퇴 또는 침체하기 시작했다고 보긴 힘들지만 한국 경제에 먹구름이 끼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는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정부가 수치 뒤로 숨어 경기 회복 흐름을 강변하기 보다 향후 경기가 안 좋아질 가능성에 대비해 미리 대책을 마련하는 데 더 주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실제로 경기 후퇴기가 도래했을 때는 대책이 너무 늦어 백약이 무효일 가능성이 크다. 신 교수는 “경제 정책은 항상 선제적이어야 하는 만큼 이상 신호가 감지되는 분야부터 경기 위축 요인을 파악하고 미리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중소기업 사장은 “현장에선 달을 보라고 가리키는데 김 부총리는 자꾸 손가락만 보고 있는 게 아닌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세종=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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