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인도 사원 부실 관리로 사라지는 보물들

알림

인도 사원 부실 관리로 사라지는 보물들

입력
2018.08.01 16:10
수정
2018.08.01 21:13
15면
0 0

# 자간나트 사원 창고 열쇠 분실

기부받은 금 3.6㎏도 함께 사라져

# 잔키ㆍ파드마나바스와미 사원서는

금장식ㆍ다이아몬드 등 없어지기도

# 토호세력 비판 목소리 커지지만

폐쇄적 관리 방식 탓 변화 어려워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사원에 대한 모든 이들의 믿음이 사라지게 될 것이다.”

인도 동부 오디샤주 푸리의 액세서리 가게에서 일하는 사트야반 사후(31)는 지난달 1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이렇게 말했다. 인도 힌두교 사원의 귀중품 창고에서 유물이 계속해서 분실되고 있는 것과 관련, 크게 실망했기 때문이다.

발단은 지난 4월 4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날은 법원 허가를 받아 고고학자 등 16명이 12세기에 건립된 자간나트 사원 내 보물 창고의 구조 안정성을 조사하는 날이었다. 하지만 조사팀은 창고 안으로 들어갈 수 없었다. 이유는 두 달 후 밝혀졌다. 창고 열쇠가 사라졌기 때문이었다는 것. 당국은 수사를 진행했고, 수사 결과 열쇠와 함께 신도들이 기부한 황금 3.6㎏이 없어진 사실이 드러났다. 현지 매체들은 열쇠에 접근할 수 있는 사원 내 관리자와 연계된 범죄 가능성을 제기했다.

대중들은 분노했다. 논란이 확산됐고, 사원 관리소는 복사해 놓은 열쇠가 있다며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이 발표는 오히려 의문을 키웠다. 진짜 열쇠의 행방은 물론 복사된 열쇠는 언제, 왜 만든 것인지에 대한 설명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전에 사원 관리자로 일했던 미스라는 “당시엔 자물쇠 하나에 열쇠 하나가 전부였다”며 “열쇠를 잃어버린 것은 중대 과실”이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이 같은 인도 사원의 부실한 창고 관리가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인도 사원의 귀중품 창고에는 과거 왕들과 신도들이 가문의 안녕을 빌며 기부한 금과 은, 각종 보석이 가득 들어차 있다. NYT는 “인도에 있는 수백 개 큰 사원들이 보관하고 있는 금은 880만파운드(400만㎏)에 달하며, 이는 1,600억달러(약 181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인도 중부 마디아프라데시주 소재 람 잔키 사원은 지난달 26일 금으로 된 지붕 장식을 도난당했다. 인도 서남부 케랄라주에 있는 파드마나바스와미 사원에서는 2016년 18억6,000만루피(약 304억원) 상당의 금 항아리가 사라졌고, 지난해에도 잇따라 8개의 다이아몬드가 분실됐다. 50여개 사원 직원 연합의 노동조합 대표를 지냈던 찬드라커티는 영국 가디언에 “수백년 역사를 가진 코끼리 상아로 만든 플루트를 보물창고에서 본 적이 있는데, 지금은 사라진 상태”라며 “많은 유물들이 도난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때문에 사원 관리와 연계된 인도 각 지역의 토호세력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변호사 아난다 파드마나브한은 가디언에 “주요 지역의 토호국으로 행세하는 가문은 사원 재산을 자신들의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1972년 정부가 그 권리를 박탈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이런 비판에도 불구하고 과거부터 내려온 인도 대형 사원의 폐쇄적인 관리 방식 탓에 황당한 유물 분실 사건은 근절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1978년 자간나트 사원의 내부 문건에는 “만약 아름다운 장미의 꽃잎이 찢어지고 분해된다면, 장미는 더 이상의 장미가 아니다”라며 사원 재산을 외부에 공개하는 것에 대한 강한 반감이 드러나 있다. NYT는 “신성한 공간으로서의 사원의 지위와 그 안의 보물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사원관리위원회가기부된 귀중품 관리를 외부 검증 없이 통제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