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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진짜 끝은 언제일까

입력
2017.01.12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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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말은 드라마틱했다. 한해의 마지막 날을 며칠 앞두고 그동안 해온 주택 프로젝트가 모두 끝났기 때문이다. 3년을 끌어온 일 하나가 마지막까지 발목을 잡았으나 결국은 사용승인허가가 떨어졌다. 이로써 홀가분하게 웃으며 한해를 정리할 수 있었다. 리모델링과 신축을 오가며 주택을 짓는 일에 몰입했던 제법 괜찮았던 2016년으로!

새로 시작한 프로젝트들로 분주하게 새해를 시작했지만 지난 해 공사 프로젝트 폴더는 아직도 컴퓨터 안에 남아있다. 행정절차도 마무리되고 집주인도 입주했으니 일이 다 끝난 거 아니냐고 하겠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집주인과 고민해가며 완성한 설계가 실제 생활에서 잘 사용되는지 지켜봐야 하기 때문이다. 혹시나 있을 하자보수도 잘 해결해야 함은 물론이고. 실제로 집은 봄여름가을겨울의 네 계절을 모두 겪어봐야 한다. 겨울 동안 얼었던 골조가 봄이 돼서 녹고 여름의 강한 태양에 다시 늘어나고 가을이 되어 제자리를 찾아가는 안정화 기간을 지켜봐야 하고, 엄청난 장맛비에 마감재가 잘 견디나도 살펴야 한다. 그러므로 건축가 입장에서는 건물 준공 후 일 년이 더 지나야 진정한 완공이라고 안심할 수 있는 것이다.

각기 다른 특징을 가진 여러 주택을 동시에 작업한 작년 프로젝트의 경우, 나는 건축주들로부터 들을 이야기가 참 많다. 영하로 뚝 떨어진 날씨가 계속되면 조심스레 전화를 건다. ‘집은 어때요? 춥지는 않은가요?’ ‘결로가 생긴 곳은 없나요?’ ‘문제가 생긴 곳은 없나요?’ ‘연료비는 얼마 나왔어요?’ 대부분은 ‘너무 따뜻해요’라고 말한다. ‘살아본 집 중에 제일 따뜻하네요’까지 더해지면 기분 최고다. ‘창 쪽에서 한기가 느껴져요.’라는 대답이 돌아온 적도 있다. 그러면 일 년 전으로 시간을 거슬러 공사 당시를 차근차근 리플레이 해 볼 수밖에 없다. 오래된 집을 리모델링 하면서 기존 벽과 새 벽이 연결되는 부분에서 약간 멈추고 다시 살핀다. 문제되는 부분을 찾아냈고, 고민 끝에 현재 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해결책을 건축주에게 전달했다. 키우는 강아지를 위해 전용계단을 만들어준 것이 생각나 물어봤더니 건축주가 살짝 웃는다. ‘강아지가 계단 오르는 걸 어려워해요. 그렇지만 놀러온 친구들은 되게 좋아하네요.’

이번엔 이런 이야기도 들었다. ‘창문 손잡이가 좀 높아요. 소장님 키가 커서 그런가 봐요.’ 이 건은 실제 거주하는 사람이 정해지지 않은 임대형 다세대 주택프로젝트였는데, 무의식적으로 나를 기준으로 설정한 것이다. 당시, 나보다 더 키가 큰 부부를 위한 주택을 함께 진행한 까닭도 있으리라. 꼼꼼히 한다고 해도 예상치 못한 부분에서 기대에 어긋나는 일이 생기기도 한다. 다음을 위한 좋은 교훈을 얻는다. 아직도 갈 길이 멀다. 피드백은 폴더 안에 잘 정리해둔다. 사실 이런 것들도 묻고 싶다. 빛은 어떤지, 창 밖의 풍경은 어떻게 바뀌는지, 바닥과 닿는 모서리에 조그맣게 만들어놓은 창문은 어떤 느낌을 주는지… 집이 당신의 삶을 얼마나 아름답게 해주는지.

하자보수와 관련해서 계약할 때 명시하는 법적인 장치가 있다. 입주 후에도 사소한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시공자는 얼마간 현장을 방문하게 된다. 대부분은 작은 문제라 쉽게 해결되지만 큰 문제가 발생한다면 비용 때문에 곤란해진다. 때로는 공사 후 잔금이 입금되면 연락이 끊어지는 경우도 있어 하자보수가 제때 이루어지지 못하기도 한다. 이럴 때를 대비해서 계약 시 하자보수 이행에 대한 부분을 확실히 하는 게 좋다. 하자보수 이행증권은 공사자와의 문제로 하자보수 진행이 이루어지지 않을 때 공사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다. 법적으로는 하게 되어있으나 바쁘게 계약하다 보면 소홀히 흘러갈 수 있으므로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건축주가 최고갑일 때는 계약서에 도장 찍기 직전(즉, 계약금 입금 직전)이라는 사실!

정구원 트임건축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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