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봉주 前의원 등 복귀 물거품
與 “원칙 지켜” 野 “부당 처사”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이후 단행한 세 번의 특별사면에서 정치인이 단 한번도 포함되지 않은 것을 두고 정치권 안팎에서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제인들은 ‘경제활성화’라는 이유로 사면하면서 정치인을 일괄 배제하는 것은 원칙에 맞지 않을 뿐 아니라 정치 혐오를 부추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야권에선 검찰의 표적수사나 정치적 기소 등으로 10년간 피선거권이 상실될 경우 사실상 정치 복귀가 어려워 정치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정태호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번 정부에서 정치인이 사면대상에서 제외되는 현상에 대해 “사면의 취지 중의 하나는 잘못된 재판이나 시대적으로 뒤쳐진 재판을 바로잡는 데 있다”며 “경제인은 횡령금액이 큰 데도 사면 대상에 끼워 넣고, 억울한 경우가 있어도 정치인이란 이유로 원천 배제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도 “현 정부가 정치를 무시하고 혐오하는 경향이 있다”며 “‘사회 통합’이라는 사면의 목적을 감안할 때, 정치도 당연히 통합 대상에 포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여야 간 온도차도 느껴진다. 판사 출신의 홍일표 새누리당 의원은 “여야를 구분하지 않고 정치인 전체를 배제하는 것은 대통령으로서도 쉽지 않은 일”이라며 “원칙을 지켜나가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긍정 평가했다. 홍 의원은 “정치인에 대한 사면 제한은 경고 효과가 적지 않고 민심의 지지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검사 출신의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비리 정치인에 대해선 엄격한 잣대를 적용해야 하지만, 정치인이란 이유로 일률적으로 사면에서 배제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특히 더민주에선 정봉주 전 의원의 사면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정 전 의원은 2007년 대선에서 이명박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후보의 BBK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제기,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2011년 징역 1년을 선고 받아 2022년까지 피선거권이 박탈된 상태다.
이에 대해 이상민 더민주 의원은 “부정부패나 비리를 저지른 사람에 대해 사면하지 않겠다는 원칙이라면 경제인과 정치인 모두 예외가 없어야 한다”며 “자칫 정 전 의원의 사례가 정부에 비판적인 야당 정치인에게 재갈을 물리는 효과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명연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경제 살리기와 국민 대통합 의지를 적극 반영한 ‘생활밀착형 사면’, ‘국민눈높이 사면’”이라며 “정치인과 경제인의 사면을 최소화해 국민 법 감정을 고려했다”고 평가했다. 반면 송옥주 더민주 대변인은 “경제인에 대한 온정주의적 태도는 법치주의의 근간을 훼손하는 것”이라며 정부의 이중 잣대를 비판했다.
김회경 기자 hermes@hankookilbo.com
김청환 기자 ch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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