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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곳에선] 현무암 절벽과 기이한 협곡이 병풍처럼… 한반도 지질역사 축소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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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곳에선] 현무암 절벽과 기이한 협곡이 병풍처럼… 한반도 지질역사 축소판

입력
2017.01.1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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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2015년 한탄ㆍ임진강 일대

수도권 첫 국가지질공원으로 지정

고생대~신생대 4기 암석 곳곳에

지질명소 10곳을 가이드와 함께

4,5시간 둘러보는 투어도 개설

한탄강 상류에 있는 ‘재인폭포’는 연천의 관광명소이면서 한탄·임진강 국가지질공원의 제일 비경으로 꼽힌다. 18m 높이에서 수직으로 떨어지는 맑은 물줄기와 검은 현무암 주상절리 절벽이 장관이다. 27m 높이의 ‘스카이워크’ 전망대에서 바라본 한겨울 재인폭포.
한탄강 상류에 있는 ‘재인폭포’는 연천의 관광명소이면서 한탄·임진강 국가지질공원의 제일 비경으로 꼽힌다. 18m 높이에서 수직으로 떨어지는 맑은 물줄기와 검은 현무암 주상절리 절벽이 장관이다. 27m 높이의 ‘스카이워크’ 전망대에서 바라본 한겨울 재인폭포.

휴전선을 사이에 둔 남북 대치의 현장. 북한과 가장 가까운 땅. 경기 연천군을 이처럼 안보관광지로만 판단한다면 단편적인 모습만을 본 것이다. 한반도의 복잡한 지질의 역사가 숨겨진 곳이라는 것을 포함해야만 제대로 된 연천의 가치를 알 수 있다.

17일 찾은 연천 한탄ㆍ임진강 국가지질공원 및 전곡리 유적지 방문자 센터. 의정부시의 한 중학교에서 겨울방학을 맞아 체험학습장으로 이곳을 찾은 학생들 표정에 신기함이 가득했다. 유모(15)군은 “수업시간에만 듣던 지질의 모습을 실제 보고 설명을 들으니 신기했어요”라고 말했다.

센터를 나와 강을 따라 난 도로를 10분쯤 차를 타고 달리자 재인폭포 안내판이 눈에 들어온다. 빙벽을 타고 쏟아지는 폭포수가 장관이다. 이성우(46·서울) 씨는 “재인폭포는 무더위도 싹 가시 게 해 한 여름에 자주 온다”며 “오늘 보니 겨울만의 색다른 멋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연천의 한탄·임진강 일원은 주상절리(단면의 형태가 4~6각형의 모양을 이루는 절리) 등 기이한 지질의 풍경을 만나볼 수 있다.

환경부는 지질학적 가치를 인정, 2015년 12월 경기 포천과 연천 일원의 한탄·임진강 일대(767㎢)를 국가지질공원으로 인증했다. 수도권에서 처음이자 전국에서 7번째이다.

연천은 19억년 전의 변성암부터 약 50만년~13만년전 용암이 흘러 형성된 현무암까지 암석의 종류만 30여 가지가 넘는 한반도 지질역사의 축소판이다.

27만년 전, 북한 강원 평강군 오리산 일원에서 분출한 용암이 옛 한탄강을 메우면서 평탄한 용암지대가 형성됐고, 이때 새로 난 물길이 지금의 한탄·임진강이다. 무수한 시간 침식작용과 강물이 흐르면서 깎인 현무암 절벽과 협곡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다.

윤미숙 연천군 학예연구사는 “연천은 내륙에서 보기 드문 지형으로, 신생대 4기부터 고생대, 중생대까지 한곳에서 다양한 암석들을 뚜렷하게 볼 수 있어 지질 다양성의 보고”라고 말했다.

한탄강 유역은 우리나라 내륙의 유일한 현무암 협곡 지대이면서 주상절리가 그림처럼 이어져 있다. 한탄강댐으로 가는 교량에서 바라본 한탄강 협곡.
한탄강 유역은 우리나라 내륙의 유일한 현무암 협곡 지대이면서 주상절리가 그림처럼 이어져 있다. 한탄강댐으로 가는 교량에서 바라본 한탄강 협곡.

연천의 10대 지질명소는 각양각색의 지질 역사를 보여준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지정한 1등급 지질유산 ‘남계리 임진강 주상절리’는 한탄강과 임진강이 만나는 합수머리 도감포에서 임진강 쪽으로 높이 25m, 길이만 2km에 달한다. 돌단풍이 붉게 물들어 임진 적벽으로도 불린다.

한탄강 제일의 비경 ‘재인폭포’는 18m 높이의 주상절리 절벽에서 떨어지는 폭포수가 압권이다. 1등급 지질유산으로 천연기념물 어름치와 멸종위기종인 분홍장구채 등이 서식한다. 27m 높이의 ‘스카이워크’ 교량형전망대는 바닥이 투명해 발 밑 아래의 폭포와 현무암 협곡을 그대로 볼 수 있다.

폭포와 지척인 ‘백의리층’은 신생대 제4기 현무암 아래에 퇴적된 20여m의 자갈 모래층이다. 용암이 흘러 들기 전 옛 한탄강의 흔적을 들여다 볼 수 있다.

백의리층에서 한탄강 하류 쪽으로 4㎞가량 내려오면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아우라지 베개용암’(천연기념물 542호)을 만날 수 있다. 옛 한탄강 유로(V자형 단면) 물속에서 급격히 식은 용암이 둥근 베개 같아 이런 이름이 붙었다.

하류로 1㎞ 더 가면 한탄강에서 산봉우리까지 약 60m의 두께로 용암이 굳어 우뚝 솟은 좌상바위가 시야에 들어온다. 마을 좌측에 위치해 좌상바위로 불린다.

다시 서남쪽으로 5㎞를 가면 세계적으로 유명한 ‘전곡리 구석기 유적지’에 닿는다. 구석기 유물과 함께 토층에 새겨진 쐐기모양(윗부분이 넓고 밑이 점차 좁아지는 모양)의 토층을 통해 신생대 제4기 빙하기 기후를 가늠할 수 있다.

이 밖에 중생대의 응회암 노두(표면에 드러남)를 관찰할 수 있는 ‘동막리 응회암’, 명품 트레일 코스인 ‘차탄천의 주상절리’, 다양한 주상절리와 습곡구조를 볼 수 있는 ‘은대리 판상절리’, 주상절리 절벽을 축조한 고구려의 자연성벽 ‘당포성’ 등도 빼놓을 수 없는 명소이다.

한탕·임진강 국가지질공원 일대엔 명품 트래킹 코스도 잘 닦여 있다. ‘차탄천 에움길’은 북에서 남으로 흐르는 한탄강의 지류 차탄천 주변을 걷는 길이다. 전체 길이는 36.8㎞. 차탄천을 둘러싼 길이는 약 9.9㎞다. 약 3시간 30분에서 4시간 정도 걸리는데 대표적인 야외 지질체험 학습장이다. 신생대 제4기의 현무암 주상절리까지 다양한 암석과 지질을 만날 수 있는 지질박물관이다. 차탄천 주상절리 등 2곳의 지질명소도 만나볼 수 있다.

임진적벽길은 비무장지대(DMZ)를 따라 만든 연천 평화누리 길 코스로도 이용된다. DMZ을 따라 논, 밭길, 강둑, 오솔길 등으로 연결돼 있다. 3개 길(62.2㎞)로 12개 코스다. 짧게는 8㎞, 길게는 21.8㎞로 코스당 평균 거리는 약 15㎞다. 4~5시간 정도면 1개 코스를 주파 할 수 있다.

연천군은 한탄·임진강 일대의 지질학적 가치가 주목을 받으면서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연천의 재발견을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겠다는 것이다.

올해 지질공원 일원에서 연천 지질 탐방과 1일 코스의 한탄강으로 떠나는 지질체험을 진행한다. 맞춤형 지질 및 생태 프로그램, 주말 상설 지질탐사 등도 운영한다.

10개소의 지질명소를 4~5시간 코스로 둘러보는 지질관광 프로그램도 개설했다. 방문자센터(연천 전곡읍 양연로 1510)에서 설명과 안내를 받고, 가이드와 함께 투어에 나서는 일정이다. 추천 코스를 돌아보는 자유여행도 가능하다.

한탄ㆍ임진강 국가지질공원 안내센터(031-839-2041)에 문의하거나 연천국가지질공원 홈페이지(www.hamtangeopark.kr)를 참고하면 된다.

군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다양한 지질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한 결과 매년 10만 명에 불과하던 방문객이 15만 여명으로 50% 늘었다”고 설명했다.

한탄강 유역은 우리나라 내륙에서 유일한 현무암 협곡 지대이면서 주상절리가 병풍처럼 펼쳐져 있다. 다양한 형태의 주상절리를 감상할 수 있는 한탄강 국가지질공원의 10대 지질명소인 차탄천 주상절리. 연천군 제공
한탄강 유역은 우리나라 내륙에서 유일한 현무암 협곡 지대이면서 주상절리가 병풍처럼 펼쳐져 있다. 다양한 형태의 주상절리를 감상할 수 있는 한탄강 국가지질공원의 10대 지질명소인 차탄천 주상절리. 연천군 제공

글·사진 이종구 기자 minjung@hankookii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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