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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밤거리 누비며 쥐 잡는 견공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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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밤거리 누비며 쥐 잡는 견공들

입력
2017.04.17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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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에서 개를 훈련시켜 쥐를 잡는 자원봉사 단체인 라이더스 앨리 트렌처프드 소사이어트(랫츠)가 회원들에게 나눠주는 뱃지(왼쪽)와 현장에서 개들이 쥐를 잡고 있는 모습. 랫츠 페이스북
뉴욕에서 개를 훈련시켜 쥐를 잡는 자원봉사 단체인 라이더스 앨리 트렌처프드 소사이어트(랫츠)가 회원들에게 나눠주는 뱃지(왼쪽)와 현장에서 개들이 쥐를 잡고 있는 모습. 랫츠 페이스북

지난 해 '미국에서 가장 쥐가 많은 도시' 1위로 선정된 뉴욕. 확인된 숫자로만 약 200만 마리가 있다고 하는데요. 그만큼 뉴욕에선 쥐의 대량 번식 문제가 심각합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원봉사에 나선 개들이 있습니다.

지난 1995년 사립탐정이었던 리처드 레이놀즈 씨는 쥐 때문에 불편을 겪는 주민들의 요청으로 '라이더스 앨리 트렌처프드 소사이어티(이하 랫츠·R.A.T.S)'를 설립하고 개를 모집해 지금까지 쥐 잡기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신고가 접수되면 랫츠의 개들은 반려인과 함께 출동해 밤마다 뉴욕 시내 곳곳에서 쥐를 사냥하는데요. 개들은 모두 쥐잡이 훈련을 마친 후 활동에 투입된다고 합니다.

레이놀즈 씨는 "랫츠의 개들은 재능을 활용해 지역사회에 공헌할 뿐 아니라 신체활동도 맘껏 즐길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무료 봉사활동이지만 이들의 활약 덕분에 뉴욕의 쥐 개체 수 조절에 큰 성과가 있다고 합니다. 한마디로 개와 사람의 '윈윈'인 셈이라는 겁니다.

랫츠에서 활동 중인 한 노퍽 테리어 종과 비글 종. 귀여운 생김새와 달리 사냥에 탁월한 재능을 가졌다. 랫츠 페이스북
랫츠에서 활동 중인 한 노퍽 테리어 종과 비글 종. 귀여운 생김새와 달리 사냥에 탁월한 재능을 가졌다. 랫츠 페이스북

랫츠에서 활약하는 개 대부분은 보더 테리어 종, 노퍽 테리어 종, 폭스 테리어 종 등 테리어 견종입니다. 대체로 귀여운 인상의 테리어 견종은 사실 영국에서 쥐나 여우를 사냥하기 위해 품종을 개량한 사냥개입니다. 체형상 쥐가 좋아하는 좁은 장소에도 쉽게 들어갈 수 있으니 쥐 잡기에 더없이 좋은 조건입니다. 레이놀즈 씨는 "우리에게 쥐 박멸보다 더 큰 목적은 쥐 잡이에 탁월한 테리어 견종의 재능을 살려 보전하는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랫츠의 개들이 반려인과 함께 쥐잡이 훈련을 하고 있다. 랫츠 페이스북
랫츠의 개들이 반려인과 함께 쥐잡이 훈련을 하고 있다. 랫츠 페이스북

랫츠의 개들은 쥐 사냥과 더불어 사회 각 방면에서 다양한 재능을 펼치고 있는데요. 이들 중 절반은 도그쇼 챔피언이고, 치료견으로 활약하는 개도 있습니다. ‘태너’라는 이름의 개는 다이안 키튼, 모건 프리먼과 함께 영화 '브루클린의 멋진 주말(2014)'에 출연하기도 했습니다. 레이놀즈 씨는 "랫츠의 개들은 모두 저마다 역할에 충실한 사회의 일원"이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랫츠에서는 재능으로 똘똘 뭉친 개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한 번에 출동하는 개는 최대 8마리로 제한하고 수의사를 동행해 응급상황에 대비합니다. 또 개들이 쥐의 혈액이나 소변으로 전파되는 급성 열성질환인 렙토스피라증 등에 감염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합니다.

또 피 흘리지 않고 쥐를 사냥하는 법을 개들에게 가르치고 있는데요. 쥐를 물면 격렬하게 흔들어서 목뼈를 골절시키는 방법을 쓴다고 합니다.

밤이면 밤마다 쥐 제거 작업에 수고하는 랫츠. 레이놀즈 씨는 "활동을 시작한 이래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쥐를 잡았다"며 "쥐 때문에 난감한 시민들에게 랫츠는 영웅 같은 존재"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앞서 동물단체에선 랫츠의 활동에 대해 우려하며 성명을 내놓기도 했는데요. 동물보호단체 페타(PETA) 측은 "반려견을 쥐 사냥에 투입한 것은 쥐 개체 수 조절을 빙자한 사냥놀이"라며 "이 같은 행위는 불법이며 4년 징역이나 2,500달러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고 레이놀즈 씨를 비판했습니다. 뉴욕 시민들 사이에서도 랫츠의 쥐 잡기 활동에 대한 찬반 의견이 분분하다고 합니다.

한희숙 번역가 pullkkott@naver.com

김서로 인턴기자 (이화여대 행정학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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