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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비환
성균관대 국가전략대학원장

등록 : 2017.08.27 13:35

[김비환 칼럼] 국가의 정의로움과 공무원의 성품

등록 : 2017.08.27 13:35

적폐 청산과 국민 의식 쇄신 이뤄야

공공 부패 털어야 국민의 신뢰 획득

올곧은 공무원 발탁ㆍ양성이 출발점

‘국민의 나라 정의로운 대한민국’은 문재인 정부가 제시한 공식적인 국가 비전이다. 이전 정부들도 정의사회 구현이나 공정사회를 표방하긴 했다.

하지만 국민의 환심을 사기 위한 일시적 슬로건으로 드러났을 뿐 차별과 배제의 통치 및 ‘줄푸세’로 상징되는 편파적 정책 집행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촛불혁명으로 들어선 문재인 정권은 사정이 다르다. 정의로운 국가를 염원하는 일반의지가 정권의 절대적 존립 기반인 만큼 그 비전을 일관되고 성실하게 추진할 때만이 도덕적 권위(=실질적 정당성)를 유지할 수 있다.

공정사회와 정의국가를 건설하는 일은 매우 어려운 과제다. 수 십 년 동안 겹겹이 쌓여온 폐단을 청산해야 함은 물론 구체제에 적응된 국민의 의식과 태도도 일신할 필요가 있다. 더구나 공정사회 건설을 견인할 국가(혹은 정부)의 정의로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확보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는 특권의식에 젖어 부정을 일삼아온 부패공무원들을 솎아내는 지속적인 노력을 요구한다. 2014년 세월호 참사로 불거진 ‘해피아’ 및 ‘모피아’ 파동과 최근 살충제 계란 파동으로 드러난 ‘농피아(농림축산식품부+마피아)’의 실체는 특히 공무원사회에 만연한 부정부패를 청산하지 않고서는 공정사회에 다다를 수 없다는 진실을 확인시켜 준다.

일찍이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니코마코스 윤리학’ 5권에서 정의의 문제를 시민의 성품과 연관시켜 고찰했다. 시민의 성품과 국가의 정의로움 사이에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고 보아서다. 국가의 기본적인 정의는 모든 시민들이 국법을 준수하려고 노력할 때 확립된다. 하지만 국가의 공식적인 제도를 운영하는 공무원의 성품은 국가의 정의로움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기 때문에 더욱 더 중요하다.

한 공무원이 실수로 한두 번 잘못을 저질렀을 경우에는 국가의 정의에 별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그런 실수는 피해자에게 사과하고 적절히 보상해줌으로써 시정할 수 있다. 하지만 어떤 공무원이 반복적으로 그리고 의도적으로 유사한 비리를 저지른다면 사정은 달라진다. 그때는 그 공무원의 성품 자체가 불의하고 부정직하기 때문에 반복적으로 부정행위를 저지를 수밖에 없고, 일반시민들은 그 공무원의 부정행위를 자연스럽게 국가의 부정의로 확대 해석하게 된다.

공무원의 불의한 성품이 국가의 정의를 훼손하는 일은 정부의 모든 부서에서 발생한다. 국회의원이 로비스트에게 매수되어 특정 기업체에 특혜를 주는 법을 제정하려고 시도할 수 있다. 행정공무원이 정부사업을 맡길 사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특정 기업을 밀어주는 대가로 거액의 뇌물을 챙기고, 조세를 부과하는 과정에서 특정인에게 특혜를 주는 대가로 뒷돈을 챙길 수도 있다. 검사와 판사들이 외압이나 청탁을 받고 편파적인 수사와 재판을 수행할 수도 있다. 이처럼 공무원의 불의한 성품은 결국 국가의 정의로움을 훼손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국가 정책의 기본 방향을 제시하고 정책 집행을 책임지는 대통령과 장관들 및 고위 공직자들의 성품은 국가의 정의로움을 좌우하는 결정적인 요인이 아닐 수 없다.

국가는 막강한 권력과 엄청난 재원을 이용하여 심각한 부정의를 범할 수 있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이 초래한 사회혼란이 보여주었듯 고위 공직자들이 저지른 조직적인 부정의는 사회의 정상적인 작동을 마비시키고 온 나라를 혼란과 아노미상태로 몰아넣는다. 공정사회는 아예 기대할 수 없게 만들며 온 사회에 불법과 불의를 조장한다. 이렇듯 아무리 멋진 국가 비전을 제시하고 제아무리 훌륭한 정책과 법률을 입안한다고 해도 그것을 집행하는 공무원들의 성품이 불의하다면 그런 비전과 정책은 공염불에 지나지 않는다. 요컨대, 올곧고 성실하며 정의감을 갖춘 공무원의 발탁 및 효율적이고 공정한 인사관리 체계의 확립은 공정사회의 절대적인 기반이다. 여기에 일반 시민의 준법정신과 페어플레이 정신이 뒷받침된다면 정의로운 대한민국의 건설은 결코 요원한 꿈이 아닐 것이다.

김비환 성균관대 국가전략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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