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내년도 예산안 처리 시한을 하루 앞둔 1일 누리과정 등 예산안과 쟁점 법안을 놓고 담판을 벌였지만 밤 늦게까지 엎치락뒤치락 반전을 거듭했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긴급 당정을 개최해 예산안 수정작업의 전면중단 및 법안과 예산의 연계 처리 의지를 천명했고 이에 야당은 협상 중단이라는 강수를 던졌다. 양측은 ‘강대강’으로 맞서면서도 심야 회동을 갖고 쟁점 타결에 나섰다.
여야는 이날 밤 국회에서 여야 원내대표, 정책위의장, 원내수석부대표가 참여하는 ‘3+3’회동을 갖고 쟁점 협상에 나섰다. 여야간 회동을 하고 있으면 김무성 대표가 회의장을 찾아, 유감의 입장을 표명하겠다는 새누리당 측의 요청을 새정치연합이 받아들임에 따라 이뤄졌다. 하지만 노동법안 처리 시한 문제를 놓고 맞서면서 예산안 논의가 뒷전으로 밀리기도 했다.
양측이 이날 밤에 머리를 맞대고 앉기까지의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이종걸 새정치연합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의원총회 직후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어제(지난달 30일)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4+4회동에서 예산과 법안을 연계하지 않을 것을 약속했지만, 정치적 약속을 헌신짝처럼 차버린, 김무성 대표의 정치적 신의에 대해 심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협상 잠정 중단을 선언했다.
앞서 김무성 대표는 이날 예산안과 주요 추진 법안의 정기국회 내 처리를 위한 긴급 당정 직후 “예산과 관련해서 시급한 민생경제 관련 법안, 노동개혁 관련 5개 법안은 반드시 연계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최경환 경제 부총리도 “여야 합의를 전제로 예산안 수정 작업을 진행해왔지만 아직까지 협상이 타결되지 않고 있다”며 “예산안 수정 작업을 전면 중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야당이 쟁점 법안 처리에 협조하지 않을 경우 예산안 심의에 응하지 않고 정부 원안을 본회의에 자동 부의시키겠다는 압박 전술인 셈이다.
예결위 여야 간사도 이날 오전 국회에서 머리를 맞대고 누리과정 예산안을 비롯해 새마을운동의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안 등에 대한 이견 좁히기에 나섰지만, 합의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이 자리에서 야당 간사인 안민석 의원이 “애들 (보육비) 갖고 장난치는 거 아니냐”며 “누리과정만은 책임지라”고 요구했고 여당 간사인 김성태 의원은 “지방교육재정이 확보된 상황에서 누리과정을 이렇게 고집하는 의도를 모르겠다”고 받아치며 설전만 주고받았다.
최대 쟁점인 누리과정 예산의 경우 정부는 당초 300억원을 편성했지만 야당은 전년 수준(목적예비비 5,064억원)을 요구하면서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새누리당 정책위 관계자는 “방과후학교 관련 예산, 학교교육환경개선 예산 등으로 최대 2,000억원까지 우회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야당은 수용 불가 방침에서 꿈쩍도 하지 않았다.
대구ㆍ경북 지역 SOC 예산에서도 입장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안 의원은 “TK SOC 예산을 호남 충청과 균형을 맞춰달라”고 요구하자 김 의원은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것”이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새마을운동 관련 예산의 경우 야당이 ‘박근혜표 예산’이라고 꼬리표를 붙여놓고 대폭 삭감을 요구했고, 대통령실 총리실 법무부 대법원 감사원 등의 특수활동비 예산 7건을 놓고도 여야는 논쟁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우리 입장을 전달하고 야당의 답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며 “합의에 실패하면 정부원안이 자동 상정되는 만큼 어떤 식으로든 타결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민승기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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